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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PICK] 분노는 발명의 어머니? 난다 화가, 한다 발명

 

미국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출신이자 현재 유명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마크 로버는 화가 많이 났다. 지난해 5월 자신이 주문한 택배가 문 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누군가 대낮에 거리낌 없이 현관 앞에 놓인 택배를 가져갔다. 도둑맞은 것이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었다. 경찰은 단순 절도사건까지 수사할 여력이 없다며 거절했고, 로버는 더욱 분노했다. 로버는 고민 끝에, 택배 도둑을 위한 폭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생명을 해칠 수 있는 화약 폭탄은 아니고, 도둑을 골탕 먹이기 위한 일명 ‘반짝이 폭탄 함정(Glitter Bomb Trap)’이었다.

 

로버는 이 장치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고, 1월 20일 현재 5000만 뷰를 넘길 만큼 전 세계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자신에게 판매하라는 댓글까지 달렸다. 로버는 반짝이 폭탄 함정으로 어떻게 택배 도둑을 골탕 먹였을까.

 

 

로버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도둑이 택배로 착각할 만한 상자에 청소하기 매우 힘든 반짝이 가루를 가득 넣는다. 만약 도둑이 그 상자를 훔쳐가 여는 순간, 사방에 반짝이 가루가 퍼져 날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상자에 카메라를 심어 도둑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온라인으로 즉시 자동 전송받기로 했다. 바로 만들기에 착수했다.

 

 

입자가 아주 작은 반짝이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그리고는 반짝이를 컵에 담고 그 아래 작은 송풍기를 달았다. 반짝이를 공중에 날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로버와 함께 작업한 숀 허진스는 제작 영상에서 “상자를 여는 순간 반짝이가 터지듯 퍼지길 원했는데, 일반적인 소형 송풍기는 힘이 너무 약했다”고 말했다.

 

 

로버는 다른 장치를 찾아 나섰고,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부품을 발견해냈다. 바로 믹서기 모터였다. 믹서기 모터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회전수를 보였다. 그 위에 컵을 장착한 결과, 반짝이 가루를 빠르게 회전시켜 공중에서 마치 구름이 비를 내리듯 흩뿌릴 수 있었다. 모터는 함정 상자가 열릴 때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이제 도둑의 얼굴을 담을 영상장치를 만들자. 여기에는 앞선 장치보다 정교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우선 카메라는 절전모드였다가 도둑이 상자를 들고 간 순간부터 영상 녹화가 시작돼야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도둑을 위해 카메라를 계속 켜뒀다가는 금세 배터리가 다 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둑이 친절하게 카메라를 봐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360도 모든 방향을 촬영해야 하고, 녹화된 영상은 바로 로버에게 전송돼야 한다. 도둑의 위치까지 알 수 있다면 금상첨화.

 

우선 녹화 장치로는 휴대전화 4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135도의 넓은 각도로 고해상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LG전자의 ‘G5’ 모델을 채택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칩까지 내장돼 있으니 상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됐다.

 

가장 큰 난관은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과 파일 전송 앱을 자동으로 실행시키는 것이었다. 손으로 일일이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동으로 실행돼야 했다. 로버와 허진스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이어폰의 음량 조절 버튼이었다. 허진스는 “대부분 이어폰에 달린 버튼이 음악을 재생하고 멈추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사실 누구나 쉽게 다운 받을 수 있는 자동 실행 앱만 있으면 이어폰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휴대전화 내 모든 앱을 실행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폰 버튼만 눌리면 카메라 영상 녹화 시작부터 온라인 전송까지 계획한대로 실행될 수 있다.

 

 

이제 도둑이 상자를 들 때에 맞춰 이어폰 버튼만 눌리면 됐다. 이것은 메이커들의 주특기인 아두이노 보드로 이뤄냈다. 가로세로 3cm 크기의 아두이노 보드에 가속도계를 달아 상자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그 즉시 이어폰 버튼이 눌리도록 프로그래밍했다.

 

 

로버는 앞서 만든 장치들에 만족을 못했는지, 추가로 방귀 냄새가 나는 스프레이도 달았다. 스프레이는 함정 상자가 열리는 동시에 눌리며 30초에 5번씩 분사되도록 만들었다. 로버는 “도둑이 훔친 상자를 단 한순간도 차나 집 안에 갖고 있지 못할 것”이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반짝이와 휴대전화를 담을 골격은 캐드(CAD·컴퓨터 자동설계 시스템)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고, 이를 포장할 상자는 도둑들이 탐낼 만한 고가의 스피커 사진으로 덮었다. 이제 준비가 다 끝났다.

 

 

 

로버는 자신의 현관 앞에 반짝이 폭탄 함정을 설치했다. 택배로 위장하기 위해 겉면에는 가짜 주소를 써뒀는데, 그 주소는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나온 주인공 케빈의 주소였다.

 

 

두근두근 기대되는 순간, 신호가 왔다. 상자의 GPS 기록이 로버에게 전송된 것이다. 최종 위치는 로버 집 주변의 공용주차장. 로버가 그곳으로 향했을 땐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상자만 있었다. 로버는 공들여 만든 반짝이 폭탄 함정을 수거해왔다.

 

이제는 골탕 먹은 영상을 확인해볼 차례다. 한 남성이 택배를 훔쳐 달아났고, 차에 타고 어느 정도 달아난 뒤 상자를 열었다. 그 순간, 반짝이는 차 안 곳곳에 퍼졌고, 도둑의 옷 역시 반짝이로 범벅이 됐다. 당연히 방귀 스프레이도 착실하게 작동됐다. 도둑의 입에선 즉시 욕이 튀어 나왔다. ‘내 차 좀 봐. 어떡하면 좋아’라고 화를 내며 이내 상자를 바깥으로 내던진 뒤, 차를 몰고 가버렸다. #도둑 #반짝이 #성공적

 

 

 

● 분노가 완성한 청색 LED

 

 

“분노다. 그것이 (나에게) 모든 동기 부여를 만들어냈다.”

 

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나카무라 슈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UC샌타바버라)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교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후반, 나카무라 교수가 일본의 화학분야 중소기업인 니치아 화학공업에 재직할 당시 적색과 녹색 LED는 있었지만, 청색 LED는 없었다. 나카무라 교수는 “당시 사장이 ‘청색 LED는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화가 났고, 나는 청색 LED를 개발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아카사키 이사무 일본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2014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가 1989년 질화갈륨 기반 물질로 청색 LE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나카무라 슈지는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후속 열처리 공정을 고안했다. 이로써 삼원색의 LED가 완성됐고, LED 제품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 전화 교환원에 열 받아 자동식 전화기 개발

 

1880년대 후반,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사는 앨먼 스트로저는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장의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손님들의 전화가 뚝 끊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친구가 죽었는데도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스트로저는 전화국에 찾아갔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전화국의 교환원이 전화를 건 사람과 받을 사람을 연결시켜줬는데, 교환원 중 한 명이 의도적으로 스트로저에게 오는 전화를 모두 다른 장의사에게 연결시켜준 것이었다. 그 장의사는 다름 아닌 교환원의 남편이었다. 

 

화가 난 스트로저는 교환원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자동식 다이얼 전화기를 개발했고, 1891년 특허를 신청했다. 스트로저가 개발한 전화기는 상대방의 가입자 번호에 따라 다이얼을 돌리면 자동으로 상대방과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이 발명으로 전화기는 각 가정에 더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 손님 골탕 먹이려다 대박 난 골목식당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스낵, 감자칩은 어떻게 나왔을까.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는 가운데, 미국 뉴욕주 사라토가 스프링즈라는 도시의 한 요리사가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1853년 당시 이 도시의 유명 식당에서 일하던 조지 크럼에게 어느 날 까다로운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 손님은 감자튀김을 주문하고는 너무 두껍다며 다시 달라고 요청했고, 크럼은 좀 더 얇게 썰어 다시 내놓았지만 그럼에도 손님은 여전히 두껍다며 또 다시 퇴짜를 놨다. 크럼은 화가 났고, 결국 그 손님을 골탕 먹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감자를 포크로 집을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얇게 썰었다. 그리고 기름에 오랫동안 튀겨 바삭바삭하게 만든 뒤, 소금을 과하게 쳤다. 크럼은 먹을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맛일 거라 생각하며 손님에게 내놓았다. 하지만 새로운 요리를 맛 본 손님은 끊임없이 찬사를 보내며 심지어 추가 주문까지 했다. 그 뒤 크럼의 감자튀김은 유명세를 타며 ‘사라토가 칩’으로 널리 알려졌고, 훗날 지금의 감자칩으로 진화했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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