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생명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과 인류에 기여한다는 신념에서 이 분야를 택했다."

우리나라의 미생물학은 그 역사가 짧은 탓인지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학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41년전 필자가 미생물학에 흥미를 갖게되고 기초 학문의 한 분야로서 미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동기는 '생명체가 어떻게 생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가'라는 생명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과 과학의 발달과정에서 새로운 분야이므로 필연코 인류 복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때문이었다.


홍순우(洪淳佑·60)교수는 1950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과 미국 아이오아 및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원을 수료한 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0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으며 전공분야는 균학 및 미생물 실태학으로 환경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의대에서 강의 듣기도
 

이러한 연유로 1946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서울대학교에 오늘날의 자연과학대학의 전신인 이학부에 신설학과로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 및 지질학과가 발족하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으며, 특히 미생물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생물이라 하면 사람에게 여러가지 질병을 초래하는 무서운 균이라고만 생각되던 때였고, 순수 기초 미생물학을 연구하신 선배 교수님이 없었기 때문에 강의는 의과대학에서 세균학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생명과학은 점차 발전 추세에 있었고 생명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미생물을 연구 재료로 하게 되면 다른 고등한 생물보다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미생물은 잘 이용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관심이 더욱 커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미생물학을 전공해 오던 초창기 시절에는 많은 옛 친구나 선배로부터 큼직한 몸집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미생물을 연구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아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는 미생물을 연구할 바에는 차라리 병을 연구하는 의학을 전공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생명과학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남들이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야심과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필자는 순수 미생물학의 선두주자로서 30여년간을 외길로 공부해 오고 있으며 언제나 후회없이 새로운 생명 현상을 규명하는 즐거움에 고락과 어려움을 이겨내오고 있다.
 

미생물이란 우리의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아서 현미경이자 전자현미경과 같은 기기로 확대해야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생물을 말하며 지구상의 공기 물 흙 등 어디서나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분류단계상 아주 하등하며 원생동물의 일부, 곰팡이, 조류(藻類),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이 이에 속한다.
 

그 크기는 세균류의 1mm의 1천분의 1인 1μ밖에 되지 않으며 바이러스는 1μ보다 훨씬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다. 소아마비의 바이러스 같은 것은 1μ의 1천분의 1인 단위인 mμ으로 계산해서 28mμ밖에 되지 않는다.
 

미생물은 오늘날의 고등생물 즉 식물과 동물에 비교했을 때 그 크기에서 뿐만 아니라 무척 단순하며 원시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원시적인 생물이란 뜻은 모두 진화된 생물의 조상이라는 말과 같으며 이미 40억년 전에 이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생물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생물학의 연구분야

 

병주고 악주는 미생물
 

요즈음 같이 과학이 잘 발달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던 시절만 하더라도 미생물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많은 음식물을 썩게 하며 사람에 침투해서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곰팡이는 우리 몸속에 침투해서 무좀 습진 백선 등의 병을 일으키며, 박테리아는 치사율이 무척 높은 질병인 페스트 결핵 나병 장티프스 콜레라 식중독 파상풍 등을 일으킨다. 바이러스는 소아마비 뇌염 유행성 출혈열 간염 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오늘날에 와서는 현대의 페스트라고 불리는 AIDS까지 일으키게 되었다.
 

하지만 미생물은 이런 나쁜 측면보다는 인간에게 이익을 주는 측면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기 시작하였으며 무척 소중한 존재로까지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미생물이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쌀로 술을 빚었으며, 콩으로부터 간장 된장 등을 만들어 식용으로 써왔고 우유로부터 치즈나 요쿠르트를 만들어 왔다. 즉 미생물에 의한 발효 기술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고 미생물학이 발달하면서 이런 전통 기술로만 당면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는 없었다. 병원 미생물의 인구 조절 기능이 없어지면서 인구도 세균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식량문제,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문제, 환경의 오염 문제 등이 대두되었다. 이런 요구가 미생물을 이용해서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생물공업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고 미생물학을 연구하려는 젊은 학도들에게 많은 연구 분야를 제시해주게 되었다.

 

미생물학의 연구분야
 

식량 문제에 있어서 미생물의 연구는 1950년대에 녹조류인 클로렐라를 식량자원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중요한 연구 분야로 정착되었다. 즉 미래의 먹을거리로 대두된 단세포단백(SCP)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미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질을 먹이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나 가축이 먹지 못하는 물질로 미생물을 키워서 이 미생물 자체를 식량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식품산업에도 미생물의 이용은 중요한 연구분야인데 전통적인 발효기술에 효소학이나 유전공학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술이나 간장, 요쿠르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발효능력이 우수한 균주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 해 몇조원어치에 해당하는 조미료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아미노산의 경쟁 생산은 유전공학이나 효소화학분야에 많은 발전을 가져 오고 있다. 또 식물미생물에 있어서 유산균이라는 세균이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창자속에서 유익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영양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개발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식량난과 더불어 현대나 미래에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다. 이런 것들도 미생물학도들에게 중요한 연구분야이다. 이 지구상에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의 대표적인 것은 식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식물은 먹어서 소화시키거나 에너지화 할 수 없는 리그닌과 셀룰로오스라는 물질로 되어있다. 이 물질들의 구성 기본단위는 우리의 식량인 포도당으로 되어 있지만 포도당 사이의 결합 자체가 단단해서 포도당으로 분해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소나 말과 같은 초식 동물은 위속에 셀룰로오스를 분해시킬 수 있는 세균이 더불어 살고 있기 때문에 풀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서 셀룰로오스나 리그닌을 분해하는 균주를 체외에서 효율적으로 증식시킬 수만 있다면 무한정의 포도당과 이 포도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알콜을 에너지화, 식량화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자연계에 아주 흔한 짚단 톱밥 장작부스러기 등으로부터 무한정의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사람의 위 속에 리그닌이나 셀룰로오스를 분해시킬 세균을 공생시킬 수만 있다면 사람들의 미래의 식사는 톱밥 장작부스러기 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본다.
 

생명공학의 다섯 분야


오염물질 제거에도 한 몫
 

1940년 플레밍이 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발견해내기 이전까지만해도 설파아마이드와 같은 항균화학제제에만 의존했으나, 지금은 셀룰로오스 연구에 있어서 의약품 미생물학 연구는 가장 방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의약품으로서는 암피실린, 사이클로핵산, 스트렙토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비롯하여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각종 백신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현대의 페스트라 불리는 AIDS에 관한 치료법은 미생물학에 새로운 연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요즈음에 와서 환경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미생물이 일익을 담당하게 될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미생물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먹이로 만들어 완전히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에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산화되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형질이 바꾸어지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분해가 어려운 물질이나 분해성 오염물질의 대부분이 미생물이 내어놓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미생물에 의해 소화되어 다른 비(非)오염성 물질로 전환된다. 이러한 생각으로 환경공학적인 측면에서 미생물학적인 오염물질의 제거 방법이나 폐수처리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며 분해가 어려운 물질을 분해시킬 수 있는 새로운 균주의 개발도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분야외에도 근자에 와서 주목받기 시작한 유전공학 또는 생명공학이라는 기술이 젊은 학도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주는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생명공학의 다섯 분야
 

생명공학에는 다섯가지 새로운 연구 분야로 나누어 지는데 ① 유전자를 자르고 늘리고 하여 생물체에게 어버이에게서 얻은 것과 다른 형질을 갖게 하는 유전자 조합기술 ②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를 벌거벗겨서 붙히는 세포융합기술 ③ 생물의 몸체 일부를 잘라내어 시험관이나 탱크속에서 배양시키는 조직배양 ④ 생체내에서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효소를 체외에서도 활성을 유지하도록 가공하여 여러가지 효소를 조합해서 복잡한 화학반응을 쉽게 일으키게 하는 바이오리액터 즉 생물반응기 ⑤ 기존의 단백질을 좀 더 개선하여 우수한 단백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약품뿐만 아니라 반도체로도 활용가능케 하는 프로테인 엔지니어링 즉 단백질 공학이 그것이다.
 

생명공학의 대표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유전자 조합 기술은, 모든 생물에는 그 생물의 성질을 정하고 생명활동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는 DNA로 구성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자를 잘라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시키거나 이 유전자를 변화시켜서 새로운 형질을 가지는 생물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말한다.
 

항암제로 알려진 인터페론은 사람의 몸속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생기는 물질인데, 이것의 유전자를 증식과 대사가 무척 빠른 대장균에 잘라 넣으면 대장균이 번식하면서 인간의 인터페론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게 된다. 이것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의 치유에 필수적인 인슐린도 이미 이런 방법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이런 유전자 조합 기술을 이용한다면 거의 무한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설탕보다도 훨씬 단맛이 강하며 저칼로리 감미제인 아스파탐, 조미료산업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각종 항암제 항생제 등 많은 물질을 이 기술에 의해 생산해내 내고 있다.
 

세표융합기술은 유전자 조작이 지금으로서는 한정된 하등 미생물에 의해서만 실현되고 있는 데 비해 고등생물의 세포끼리 융합해 유전정보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재조합해낸다. 물론 실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배추의 잎과 무우뿌리를 가지는 무배추, 감자와 토마토가 같이 열리는 포마토도 이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세포융합기술을 이용하여 현재 각광받고 있는 것에는 모노클로날 항체라는 것이 있는데, 무수히 복제된 인간의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세포라는 뜻이다. 인간의 체내로 이물질(異物質)이 침입할 경우 백혈구의 일종인 임파구가 여기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드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방위군인 임파구를 체외로 끄집어 내면 증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세포융합기술인데 암에 걸린 임파구가 체외에서도 증식능력을 갖게 되는 것에 착안해서 이것과 보통 임파구를 융합시키면 항체를 생산해 내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임파구를 생성시킬 수 있다.
 

조직 배양은 생물의 몸체 일부분을 잘라 내어 시험관이나 탱크속에서 증식시켜 완전한 하나의 생물을 생산해 내는 기술이다. 손오공이 몸의 털 하나로 똑같은 모양의 원숭이를 여러마리 만들어 내는 분신술이 생명공학에 의해 실현된 셈이다.
 

이 기술은 동물에서는 아직 초창기 단계에 있지만 식물에 있어서는 벌써 많이 사용되어서 실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식이 어려워서 몇 백만원을 호가하던 동양란이 이 조직배양기술에 의해서 번식에 상당히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한국인삼을 실험실내에서 2~3주일안에 생산해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
 

단백질 공학은 생명체의 기본 구조를 이용하여 유전정보의 변이를 유도하여 아미노산의 배열을 바꿈으로써 고차구조나 기능이 변한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해 내거나 단백질을 직접 조작하여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결국 이 기술은 생명체에서 뽑은 단백질을 양산하거나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완전히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생물체와는 거의 상관없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따라서 단백질 공학은 유전공학에 이어 제3세대 생명공학이라 일컬을 정도로 과학적 산업적 응용이 넓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단백질보다도 더욱 우수하고 안정된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나 자연계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새로운 세대의 의약품, 산업용 효소를 비롯해서 심지어는 바이오칩, 바이오센서 등의 반도체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신기술을 잘못 사용하게 되면 위대한 자연계에 대한 큰 오류를 범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실수로 만들어진 병원성 미생물이 인간을 공격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며 또 오묘한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연구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행해져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도전 부르는 인기분야
 

이상과 같은 분야가 미생물학과 생명공학의 연구 분야들인데, 실제 생활에서 많은 업적을 남기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는 적용이 힘들거나 가능성만을 제시하는 부분도 있다. 또 모든 과학자가 꿈꾸는 노벨상의 대부분도 현재로서는 미생물학자나 생명공학자들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미생물학은 젊은 학도들에게 중대한 과제와 도전의욕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매우 인기 지망도가 높은 학문이기도 하다.
 

미생물학의 연구 분야는 무척 넓고 다양해서 많은 숙련된 연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생물학도들의 진로를 살펴보면 각급 학교의 교수진, 민간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 등 국공립 연구소, 국공립보건원, 병원, 제약회사, 양조공장, 식품회사 등 대단히 넓다.
 

무한히 존재하는 생명체와 이것을 다루는 학문 즉 생명과학이 21세기 학문의 선두를 지킬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미생물학과를 설립하는데 진력한 필자로서는 무척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후배양성에 여생을 바치고자 한다.

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홍순우 교수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