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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PICK] 밥상 떠난 오징어를 찾습니다

오징어 튀김, 오징어 볶음, 오징어 회, 오징어삼겹살불고기….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에서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한국(58.4kg)이며, 많이 먹는 수산물은 오징어, 새우, 멸치 순으로 나타났다. 식사 요리 외에도 가공식품이나 스낵 등으로도 많이 먹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민 생선’ 중 하나인 오징어가 최근 몇 년간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금징어’가 됐다. 다 자란 오징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총알처럼 날렵하게 생긴 새끼 오징어(*외투장 5~15cm)가 ‘총알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1월 오징어 어획량이 늘어 한숨 돌렸지만,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른다.

 

 

1990년대 20만t에서 2018년 5만t 이하로 급감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오징어(Todarodes pacificus)의 연간 어획량은 1990년대만 해도 20만t(톤)에 육박했다. 당시 국내 총 어획량이 140만t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오징어는 전체 어획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오징어 어획량은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고 최근 3년간 급격히 감소했다. 오징어 연간 어획량은 2016년 12만t, 2017년 8만7000t으로 떨어졌고, 2018년에는 5만t 이하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오징어의 급감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2004년부터 중국 어선이 북한 해역에서 어업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여름에는 고위도인 북한이나 러시아 해역에 서식하다가, 수온이 떨어지는 9~10월에는 북한 해역을 통해 동해 바다로 남하한다”며 “이 경로에서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를 과도하게 잡아버려 결국 한국 바다에 도달하는 오징어 개체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중국 탓만 할 수는 없다. 또 하나의 중대한 원인은 국내 어선들의 과도어획과 불법 조업이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는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재생산을 통해 이전의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업을 해야 한다”며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오징어의 과도어획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징어 자원에 대한 남획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결국 산란을 할 수 있는 어미 오징어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과도어획을 부추기는 불법 어업도 문제다. 어구가 다른 선박들이 서로 돕는 공조 조업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어획강도가 증가해 수산 자원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오징어의 경우 채낚기 어선은 불을 켜고 오징어를 모은 뒤 낚시로 낚아야 하고, 대형그물을 끌어서 조업하는 트롤어선은 조업을 위해 불을 밝히면 안 된다.

 

김 연구사는 “동해에서는 오랫동안 공조 조업이 이뤄져 왔다”며 “주로 채낚기 어선이 불을 밝혀 오징어를 모으면, 트롤어선이 대형그물로 쓸어 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범위하고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지는 탓에 해상에서 공조 조업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후변화로 오징어 분포가 분산돼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환경변화도 오징어 자원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지속되고 있는 연근해 고수온 현상의 영향으로 오징어가 분포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어획효율이 낮아진 것이다.

 

김 연구사는 “오징어는 동해의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전선을 중심으로 많이 모인다”며 “최근 고수온 현상의 영향으로 전선이 약화되거나 먼 바다에서 형성되면서 오징어가 동해 전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오징어 산란장 형성과 번식이 부진했을 가능성도 꼽는다. 김 연구사는 “오징어는 겨울철에는 동중국해 남부와 중부, 가을철에는 동중국해 북부와 동해 남부 해역에서 산란하며, 산란 적수온(산란하기 가장 알맞은 수온)은 18~23도”라며 “그러나 최근 산란장에서의 가을철 수온은 산란 적수온보다 높고, 겨울철 수온은 낮아 산란량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오징어 유생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1990년대에 비해 밀도가 현저하게 낮았다”면서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갑오징어 양식은 성공, 오징어 양식은 연구 중

 

오징어를 양식하면 안정적인 개체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실제로 넙치, 우럭, 고등어, 명태는 양식 기술이 개발됐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 군수산과학원과 홋카이도대 연구자들이 하코다테 지역에서 오징어 양식을 시도했다. 수조 안에서 오징어를 인공 수정시켜 산란 과정을 관찰하는 등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유생이 태어난 지 불과 열흘 만에 죽었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연구도 중단됐다. 결국 10년 전 일본은 오징어 양식 기술 개발을 포기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8년 ‘오징어 자원 회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해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생을 오랫동안 키우는 데 실패했다. 오징어는 ‘난괴’로 불리는 지름 80cm 정도의 커다란 알주머니를 물에 낳는다. 난괴 안에는 알이 20만 개 정도 들어 있는데, 3~4일이 지나면 난괴가 흐물흐물 녹으면서 유생들이 빠져나온다. 부화한 지 14일 정도는 알에 들어 있던 영양분(난황) 덕분에 따로 먹이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연구사는 “바다 물고기들이 먹이로 하는 알테미아(새우처럼 생긴 절지동물로 영양분이 많다)나 요각류(동물성 플랑크톤), 식물성 플랑크톤, 마린 스노우(해양생물의 죽은 사체나 배설물이 썩어 심해에 눈처럼 내리는 물질) 등을 유생에게 먹이로 제공했지만 결국 성체로 키우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기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연구사는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오징어 유생들을 바다에서 채집해 위의 내용물을 육안으로 관찰하거나, DNA 분석이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이용해 어떤 먹이생물을 먹었는지 직접 밝혀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갓 태어난 유생은 크기가 약 1mm로 매우 작아 채집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이 자연에서 채집한 유생 중 가장 작은 것은 부화한 지 몇 주가 지난, 크기가 2mm 정도였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최근 갑오징어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다. 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생김새나 식감이 매우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생태와 한살이가 달라 양식 기술도 다르다. 유해균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연구사는 “갑오징어는 새끼가 2cm 이상으로 크고, 처음부터 성체와 비슷한 형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스스로 먹이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오징어를 인공적으로 부화시켜 성체까지 키우는 양식 기술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약 14일 이후 성체가 될 때까지 어떻게 변태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징어는 연령을 외투장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산란할 수 있는 오징어의 연령은 외투장 20cm 이상이다. 유 연구사는 “오징어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오징어 유생이 성체로 자라는 과정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명태가 돌아왔다

 

 

오징어보다 먼저 멸종 위기에 놓였지만 최근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 ‘국민 생선’ 명태다. 명태는 수년 전만 해도 남획과 기후변화로 한국 바다에 씨가 말랐었다.

 

그러나 2015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완전 양식 기술을 개발해 치어를 동해에 방류했다. 동해에서 성장한 명태는 2017년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과학동아 2017년 3월호 ‘집 나간 국민생선이 돌아왔다! 명태의 귀환’ 참고).

 

지난 연말에는 하루에 수천 마리씩 잡힐 정도로 개체수가 늘었다. 처음에는 방류산 명태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산 명태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강수경 연구관은 “DNA 분석 결과 최근 강원 해역에서 잡힌 명태는 자연산으로, 약 78%가 2~4년령에 해당하는 18~40cm였다”고 밝혔다.

 

강 연구관은 자연산 명태의 개체수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명태 산란장의 수온 변화를 꼽았다. 그는 “최근 동해에서 잡힌 명태 대부분이 태어났던 2015년, 산란장의 수온이 산란 적수온인 2~7도였던  것으로 분석됐다”며 “향후 명태가 회유하는 경로, 습성, 서식환경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1990년대(1만t) 수준으로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크기와 상관없이’ 연중 명태 포획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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