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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인지과학전공 - 뇌질환 비밀 풀 열쇠 ‘세포의 성벽’ 인지질

융복합파트너@DGIST


세포막에는 수많은 종류의 물질들이 섞여 있다. 일단 주성분인 인지질이 성벽처럼 세포를 둘러싸고 있다. 성벽 곳곳에는 단백질과 콜레스테롤, 탄수화물이 꽂혀있다. 이 중 인지질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포 전체를 둘러싸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단순한 역할만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인지질은 신경신호 전달의 핵심인 이온 통로와 직접 결합해 신경물질 전달을 조절하는 ‘조절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최초로 밝힌 서병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는 “인지질의 역할을 정확히 규명하면 뇌전증, 자폐 등 신경신호 전달과 관련된 질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질의 이온 통로 조절, 최초 확인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은 전기적 방식과 화학적 방식이 번갈아 이뤄진다. 전기적 신호가 화학적 신호로 또는 화학적 신호가 전기적 신호로 바뀔 때, 칼슘 통로, 칼륨 통로, 나트륨 통로 등 이온 통로가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온 통로가 열리고 닫히지 않거나, 그 속도가 느리면 뇌전증, 파킨슨병 등 신호전달과 관련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1990년대까지 이온 통로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이온 통로가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를 잘 못 받아들이거나, 이온 통로의 개폐를 조절하는 세포 내 단백질과 잘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001년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서 교수는 세포막에 있는 인지질이 이상 신호전달의 또 다른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양한 세포막 인지질 중에서도 ‘PIP2’라는 인지질에 주목했다. 2002년 그는 실험을 통해 PIP2를 제거하자 칼륨 통로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인지질이 칼륨 통로가 열린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뉴런’ 2002년 8월 1일자에 실렸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doi:10.1016/S0896-6273(02)00790-0

 

 

칼슘 통로 조절에도 인지질이 중요 

 

이후 서 교수는 칼슘 통로로 눈을 돌렸다. 서 교수는 “PIP2가 칼륨 통로뿐만 아니라 칼슘 통로나 다른 이온 통로에도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조절자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칼슘 통로는 크게 세 가지 소단위체로 이뤄져 있다. 이중 ‘알파1’이라는 소단위체는 통로를 여닫으며 칼슘을 운반한다. 그리고 ‘베타’라는 소단위체는 알파1의 작동을 조절한다. 서 교수는 수년간 실험을 통해 PIP2가 알파1의 작동을 직간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PIP2는 베타 소단위체에 직접 결합했다.

 

서 교수는 “이전부터 베타 소단위체가 이온 통로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베타 소단위체만 떼어내 확인할 수 없어 그 역할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베타 소단위체만 분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단백질을 세포막에서 분리해 미토콘드리아나 소포체 등 세포소기관으로 보내는 기법(라파마이신 유도 FKBP-FRB 이합체화 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결국 서 교수는 이 기법을 변형해 칼슘 통로에서 베타 소단위체만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베타 소단위체의 분리 과정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패치클램프’(칼슘 통로에서 칼슘이 유입 또는 유출되는 양을 기록하는 기술)를 이용해 베타 소단위체를 제거한 직후 칼슘 통로에서 칼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측정했다.

 

 

베타 소단위체가 사라지자 칼슘 통로에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칼슘 통로가 열리는 폭이 40% 수준으로 줄었다. 통로가 열리는 속도는 비슷했지만 닫히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또 칼슘 통로가 열리도록 자극하는 전기적 신호가 10mV(밀리볼트)에서 40mV로 대폭 커졌다. 결국 베타 소단위체 없이는 칼슘 통로가 원활히 열리지 않는 셈이다. 이 내용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018년 10월 16일자에 실렸다. doi:10.1073/pnas.1809762115

 

서 교수는 “베타 소단위체와 여기에 PIP2가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정확한 기작을 밝혀내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 자폐증 등의 질병 치료에 단서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서동준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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