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항공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형 프로펠러와 터빈이 만들어 내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또한 이를 구동하기 위해 상당량의 화학 연료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연료가 타며 대기 중으로 오염물질도 배출한다.
사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꿈의 엔진’이 있기는 하다. 바로 ‘이온엔진’이다. 이온엔진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엔진 앞부분에서 특정 기체 분자를 이온화(플라스마화) 시킨다. 기체 분자에 높은 열이나 전력을 가하거나, 전자를 공급하면 분자가 전자를 잃고 양전하를 띠는데, 이를 이온화라고 한다.
이때 엔진 뒤편에는 음전하를 띤 금속판을 놓는다. 그러면 앞에서 이온화된 기체(+)들이 뒤쪽(-)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중간에 전자기 장치를 놓아 이온을 가속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이온이 항공기 뒤쪽으로 빠르게 분사되면 항공기는 앞으로 향하는 추력을 얻게 된다.
이미 1920년대 이온엔진의 개념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론에 머물러 있다. 이온엔진이 내는 힘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그간 이온엔진이 내는 힘으로는 종이 한 장 들어올리는 수준이 최대치였다. 당연히 항공기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이라면 어떨까. 한조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중형위성사업단 책임연구원은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는 조금씩이라도 긴 시간 동안 이온을 가속시킬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온엔진은 적은 연료(이온화될 기체)로 아주 긴 시간 작동할 수 있다. 2013년 6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온엔진 ‘넥스트(NEXT)’는 무려 5년 반 동안 중단되지 않고 작동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때 쓴 연료는 고작 870kg. 이를 화학연료로 대체하려면 10t(톤) 이상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 유럽, 일본의 우주 탐사선과 정지궤도위성에는 원소 번호 54번인 제논(Xe) 기체를 연료를 쓰는 이온엔진이 탑재돼 있다.
최근 NASA는 화성 등 심(深)우주 탐사를 위해 이온엔진 개발에 한층 더 매진하고 있다. 한 책임연구원은 “오롯이 화석연료만 사용한다면 화성에 도착할 만큼의 양은 싣고 갈 수 있겠지만,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화석연료까지는 무거워서 싣지 못한다”며 “NASA가 최근 개발 중인 이온엔진 ‘바시미르(VASIMR)’는 추력을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상용화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서 오가는 항공기로 돌아와 보자. 그간 학계에서는 아무리 이온엔진을 발전시켜도 항공기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물론, 이론적으로도 힘들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한 과학자와 아마추어 연구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양 날개 길이 5m, 무게 2.5kg의 작은 비행기였지만 이들은 여기에 이온엔진을 모사한 추진 장치를 달았고, 이 비행기는 공기 중의 질소를 이온화시킨 뒤 뒤쪽으로 분출하는 힘을 이용해 앞으로 날아가는 데 성공했다. 수차례에 걸친 시험 비행 결과, 이 비행기는 평균 0.47m 고도에서 60m를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2018년 11월 22일자 표지를 장식했다. doi:10.1038/s41586-018-0707-9
이 비행기를 개발한 스티븐 배럿 MI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그들의 연구 과정과 의미를 소개하는 글을 과학동아에 보내왔다.
● Inspired by sci-fi, an airplane with no moving parts and a blue ionic glow
Since their invention more than 100 years ago, airplanes have been moved through the air by the spinning surfaces of propellers or turbines. But watching science fiction movies like the ‘Star Wars’ ‘Star Trek’ and ‘Back to the Future’ series, I imagined that the propulsion systems of the future would be silent and still – maybe with some kind of blue glow and ‘whoosh’ noise, but no moving parts, and no stream of pollution pouring out the back.
That doesn’t exist yet, but there is at least one physical principle that could be promising. About nine years ago, I started investigating using ionic winds – flows of charged particles through the air – as a means of powering flight. Building on decades of research and experimentation by academics and hobbyists, professionals and high school science students, my research group recently flew a nearly silent airplane without any moving parts.
The plane weighed about five pounds(2.45 kilo-grams) and had a wingspan of 15 feet (5 meters), and traveled about 180 feet (60 meters), so it’s a long way from efficiently carrying cargo or people long distances. But we have proved that it is possible to fly a heavier-than-air vehicle using ionic winds. It even has a glow you can see in the dark.
Revisiting discarded research
The process our plane uses, formally called electroaerodynamic propulsion, was investigated as far back as the 1920s by an eccentric scientist who thought he had discovered *anti-gravity -which was of course not the case. In the 1960s, aerospace engineers explored using it to power flight, but they concluded that wouldn’t be possible with the understanding of ionic winds and the technology available at the time. *anti-gravity(반중력) : 외부의 영향에 의해 중력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
More recently, however, a huge number of hobbyists – and high school students doing science fair projects – have built small electroaerodynamic propulsion devices that suggested it could work after all. Their work was pivotal to the early days of my group’s work. We sought to improve on their work, most notably by conducting a large series of experiments to learn how to optimize the design of electroaerodynamic thrusters.
Moving the air, not the plane parts
The underlying physics of electroaerodynamic propulsion is relatively straightforward to explain and implement, although some of the underlying physics is complex.
We use a thin filament or wire that is charged to +20,000 volts using a lightweight power converter, which in turn gets its power from a lithium-polymer battery. The thin filaments are called emitters, and are nearer the front of the plane. Around these emitters the electric field is so strong that the air gets ionized – neutral nitrogen molecules lose an electron and become positively charged nitrogen ions.
Farther back on the plane we place an airfoil – like a small wing – whose leading edge is electrically conductive and charged to -20,000 volts by the same power converter. This is called the collector. The collector attracts the positive ions toward it. As the ions stream from the emitter to the collector, they collide with uncharged air molecules, causing what is termed an ionic wind that flows between the emitters and collectors, propelling the plane forward.This ionic wind replaces the flow of air that a jet engine or propeller would create.
Starting small
I have led research that has explored how this type of propulsion actually works, developing detailed knowledge of how efficient and powerful it can be.
My team and I have also worked with electrical engineers to develop the electronics necessary to convert batteries’ output to the tens of thousands of volts needed to create an ionic wind. The team was able to produce a power converter far lighter than any previously available. That device was small enough to be practical in an aircraft design, which we were ultimately able to build and fly.
Our first flight is, of course, a very long way from flying people. We’re already working on making this type of propulsion more efficient and capable of carrying larger loads. The first commercial applications, assuming it gets that far, could be in making silent fixed-wing drones, including for environmental monitoring and communication platforms.
Looking farther into the future, we hope that it could be used in larger aircraft to reduce noise and even allow an aircraft’s exterior skin to help produce thrust, either in place of engines or to augment their power.
It’s also possible that electroaerodynamic equipment could be miniaturized, enabling a new variety of nano-drones. Many might believe these possibilities are unlikely or even impossible. But that’s what the engineers of the 1960s thought about what we’re already doing today.
● 번역본 : SF에서 영감을 받은 이온엔진 비행기
100년 전 발명된 비행기는 그간 프로펠러 또는 터빈의 회전을 통해 대기를 가로질러 이동했다. 그러나 필자는 ‘스타워즈’ ‘스타트랙’ 그리고 ‘백투더퓨처’와 같은 SF 영화를 보며 미래의 추진시스템을 상상했다. 푸른빛이 나며, ‘휙’ 소리만 날 정도로 조용하고, 프로펠러처럼 움직이는 부분도 없으며, 뒤로 오염물질을 쏟아 내지 않는 그런 추진 시스템 말이다.
이런 추진 시스템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만한 물리 원리는 분명 있다. 약 9년 전 필자는 공기 중에 전하를 띤 입자들의 흐름을 일컫는 ‘이온풍’을 이용한 비행 추진 시스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선 전문적으로 또는 취미로 추진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고등학생들로 연구팀을 꾸렸다. 그리고 최근 연구팀과 함께 이온풍과 관련된 수십 년간의 연구와 실험을 토대로 비행기 한 대를 만들었다. 이 비행기는 움직이는 부분이 없으며 거의 소음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비행기는 전체 무게가 약 5파운드(2.45kg), 한 쪽 날개의 길이가 15피트(약 5m)이며 약 180피트(약 60m)를 날았다. 물론 아직 이 비행기는 화물을 운송하거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는 공기보다 더 무거운 물체가 날 때 이온풍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낸 것과 같다고나 할까.
버려진 연구 되짚기
이 비행기는 ‘전기항공역학 추진 시스템’으로 불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추진 시스템은 1920년대 과학자들이 *반중력을 발견했다며 만든 시스템이다(물론 반중력은 아니다). 그리고 1960년대 항공우주 기술자들이 항공기 추진을 위해 이 시스템을 분석했지만, 그들은 당시의 이온풍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력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중력(anti-gravity) : 외부의 영향에 의해 중력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최근 들어 상당수의 항공기 마니아들이 작은 규모의 전기항공역학 추진 시스템 장치들을 개발했고, 그 장치들은 결국 작동했다. 그들의 활동은 우리 연구팀의 초기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그들의 장치들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전기항공역학적 반동 추진 엔진의 설계를 최적화 시키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더 큰 규모의 실험을 수행했다.
프로펠러 없이 날다
일부 기초 물리학은 매우 복잡하지만, 전기항공역학 추진 시스템의 물리학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우선 우리는 리튬폴리머 전지로 이뤄진 전력 변환기로부터 +2만V로 충전된 가는 전선을 준비했다. 이 전선은 ‘방출기(emitters)’라고 불리며, 비행기의 앞부분에 위치한다. 방출기 주위로 생긴 전기장은 주변 공기 분자들을 이온화시킬 만큼 매우 강력하다. 이를 통해 공기 중 중성 질소 분자들이 전자를 잃고 양전하를 띠는 질소 이온이 된다.
비행기 뒷날개 쪽에는 동일한 전력 변환기로부터 -2만V로 충전된 전선이 위치하게 된다. 이 전선은 ‘수집기(collectors)’라고 불린다. 수집기는 방출기에서 양전하로 이온화된 질소 이온을 끌어당긴다. 그렇게 이온은 방출기에서 수집기로 흐르는데, 이때 전하를 띠지 않은 공기 중 분자들과 충돌해 뒤로 밀어내게 된다. 이를 이온풍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기존 비행기의 제트 엔진이나 프로펠러가 공기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이 이온풍이 하는 것이다.
작은 시작
필자는 이 추진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강력한 지에 대한 세부 정보들을 발전시키며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 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전기 기술자와 협력해 이온풍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수 만V의 전력을 변환할 수 있는 전력 변환기를 개발했다. 이 전력 변환기는 이전에 개발된 장치들보다 훨씬 더 가볍다. 또한 비행기에 실을 수 있을 만큼 크기도 작다.
우리가 만든 첫 번째 비행기는 당연히 사람을 싣고 나는 비행기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우리는 전보다 더 큰 화물을 싣고 날 수 있는 효율적인 추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이미 진행 중에 있다. 만약 이것이 상용화된다면 처음에는 환경 감시나 통신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고정익 드론(여객기와 같이 날개가 고정된 드론)의 소음을 없애는 데 사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 추진 시스템이 더 먼 미래에는 대형 항공기의 소음을 줄이는 데 사용되길 기대한다. 물론 지금의 엔진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아니면 그보다 출력을 높인 성능으로 말이다. 또한 전기항공역학 추진 장치를 작게 만들면 크기가 매우 작은 ‘나노 드론’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어렵거나 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1960년대 기술자들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우리는 그것을 실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