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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년간 연재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매달 수준 높은 중국의 과학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과 연구자들의 수준이 중국에 비해서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앞서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의 전략이 다 옳은 것도 아니다. 부작용도 많고, 문제점도 여럿 드러나고 있다. 다만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과학기술을 보면서 이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했다.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번 호에서 독자들과 무엇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한 끝에 ‘마부작침(磨斧作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중국의 일관성과 끈질김, 그리고 ‘실사구시(實事求是)’로 표현될 수 있는 실용성이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구의 실용성 중시 
 

중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을 발명할 만큼 과학기술의 전통이 깊다. 이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도 대단하고, 지금도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넘쳐나고 있다.

 

또한 소위 ‘BAT’로 불리는 중국의 3대 IT 기업(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을 필두로 많은 인재들이 창업을 통해 성공한 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창업 환경은 미국 못지않게 날로 좋아지고 있어서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을 북돋우고 있다.  

 

최근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길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지내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의 일관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은 정권의 변화에 따른 과학기술 정책의 변화가 급작스럽지 않다. 중국은 주기적으로 국가계획을 발표하는데, 2016년 확정 발표한 ‘13.5계획(13차 5개년)’에서는 ‘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등 중장기 계획이 어김없이 포함됐다. 이 같은 중장기 로드맵은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된다. 

 

중장기 로드맵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국가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이런 일관성을 통해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고 축적된 지식이 임계점을 넘어설 때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중장기 로드맵이 존재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다음은 연구의 실용성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대학은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전통이 있다. 예를 들어, 공장의 기계가 고장 나면 주변 대학의 기계과에서 이를 직접 해결한다. 그만큼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가 실용성에 초점을 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구의 실용성은 단순히 연구 방향만의 얘기가 아니다. 칭화대가 설립한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는 칭화대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술을 검토한 뒤 가능성이 있으면 초기 자금을 충분히 제공해 스타트업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최근 각광 받는 기술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면 손쉽게 20~30명의 직원이 있는 스타트업을 세울 수 있다.

 

여기에 규제보다는 도전과 실행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중국인들의 자세가 또 하나의 기술 사업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이 사업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가 나타난다면 연구 방향도 자연스레 실용화로 향하게 될 것이다.

 

 

경쟁과 협력 모두 뛰어나
 

경쟁도 있지만, 협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교내 교수끼리, 그리고 학교와 학교, 또는 학교와 연구소 간에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워낙 연구 인력이 많은 덕분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도 서로의 기술이나 경험을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가 많다. 

 

필자가 속한 연구기관 중 ‘ICFC(Beijing Innovative Center for Future Chips)’라는 연구소는 기존의 반도체칩이 아닌 인공지능(AI) 칩, 비(非)휘발성 연산칩 등 혁신적인 반도체칩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연구를 수행하며, 공통된 기술은 공유하는 동시에 본인 고유의 기술은 각자 수행함으로써 연구비를 절약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또 1년에 수차례 베이징 주변의 연관 기업과 연구소들을 초청해 연구결과와 방향을 함께 논의함으로써 대학의 기술이 가능한 실용적인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넓은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또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규모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결과, 결국 답은 사람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국가는 뛰어난 인적 자산을 토대로 이들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성공 사례는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과학기술 분야에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아직도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세계인들도 ‘세계 반도체 기술을 이끄는 나라’ ‘한류의 열풍으로 세계를 휩쓰는 나라’ ‘IT의 성지’ 등으로 한국을 인식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한국의 저력을 믿는다. 동시에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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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 에디터

    서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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