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타석, 인플레이, 성공적?
평범한 야구팬 A씨는 타자를 선택할 때 타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타율은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기록이며 시즌 내내 꾸준해야만 고타율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넥센의 서건창이다. 서건창의 0.370은 프로야구 출범 이래 여덟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최근 3년간 타율을 살펴보면 김태균(0.351)과 손아섭(0.340)이 가장 눈에 띈다. 타율 신봉자 A씨의 선택은 서건창, 김태균, 손아섭이다.
비더레 마니아 B씨는 타율보다는 타석을 기준으로 타자를 결정한다. 비더레는 선택한 타자가 하루에 안타를 하나만 치면 충분하다. 하루에 두세 개를 친다고 하더라도 콤보가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는다. 또 타율이 아무리 높은 선수라도 안타 없이 몇 타석 만에 교체된다면 그날 비더레는 ‘꽝’이다. 따라서 타율이 조금 낮더라도 한 경기에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콤보를 이어나가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B씨의 지론이다. B씨는 타석수를 출장한 경기수로 나눠 ‘경기당 타석 수’를 구했다. 작년에 경기당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나바로(4.82), 서건창(4.81), 손아섭(4.67)이었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타석수도 많았지만 타율도 꽤 괜찮았다. 많은 타석에 나오려면 상위타선에 들어가야 하고, 상위타선에는 당연히 실력이 좋은 선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3년으로 넓혀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다. 3년 동안 손아섭(4.43), 이용규(4.41), 나성범(4.38) 등의 훌륭한 타자들이 타석에도 많이 들어섰다.
세이버메트리션 C씨는 비더레 때문에 좋아하는 선수도 바뀌었다. 원래 그는 안타를 잘 치는 타자(타율이 높은)보다 한 번이라도 더 살아 나가는 타자(출루율이 높은)를 좋아했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타율보다 출루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더레를 시작하면서 C씨는 볼넷을 아주 싫어하게 됐다. 야구에서 볼넷은 좋지만 비더레에서 볼넷은 실패다. 오직 안타만이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선구안이 좋아 볼넷이 많은 타자는 비더레에서 피해야 할 선수다. 어떤 공에든 배트를 맞추는 일명 ‘배드볼 히터’가 추천 대상이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은 방망이를 갖다 대더라도 안타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다. C씨는 이 두 가지를 고려해 인플레이된 타구 타율(BABIP)로 비더레 타자를 선택한다. BABIP은 타자가 친 공 중 안타로 연결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인플레이 상황에서 안타를 가장 잘 만들어낸 타자는 강정호(47.45%)였다. 3년 동안 가장 높은 BABIP을 기록한 선수는 김태균(42%)이었다.
나 있잖아…, 너랑만 경기하고 싶어!
타자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상대하는 팀과 투수와의 ‘궁합(?)’도 타자가 안타를 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지난 2년간 한 팀을 상대로 가장 악마 같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SK의 이명기다. 이명기는 두산을 상대로 5할이 넘는 타율을 보였다. 타석이 50타석으로 적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2위 손아섭의 기록도 만만치 않다. 손아섭은 KIA를 상대로 150타석에 들어서면서 0.472의 타율을 기록했다. KIA 투수라면 손아섭이 꿈에 나올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둘이 만나는 경기가 있는 날이라면 손아섭을 선택지에 꼭 포함시키는 게 좋다.
투수와의 궁합은 팀보다 더 중요하다. 타자의 스윙 궤적은 저마다 매우 다르다. 마찬가지로 공을 던지는 투수의 팔 각도도 천차만별이다. 남녀가 자신의 짝을 찾아 만나듯이, 타자에게는 자신의 스윙과 잘 맞는 투수가 있는 법이다. 어떤 타자들이 지난 2년간 운명의 상대를 찾는 데 성공했을까. 넥센의 유한준은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6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김광현은 천적이 한 명이지만, 양현종은 세 명이나 된다. 손아섭, 김강민, 최정은 양현종을 상대할 때 타율이 5할이 넘었다. 현종아, 너 대체 얘네한테 뭘 잘못한 거니…. 미안하지만 손아섭과 양현종이 만나는 날이 있다면, 그날은 무조건 손아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