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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중국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자가 2016년 칭화대에 부임하면서 놀란 점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 유학생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칭화대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 약 2000명 수준인데, 그 중 절반가량이 한국 유학생이었다. 이 점이 한국인 교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 수는 2016년 6만6672명으로 미국(6만3710명)을 처음으로 앞섰고,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는 손자병법의 말처럼, 필자는 중국 유학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중국 유학의 현실과 유학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 봤다.

 


 

 

중국 유학생활의 3대 어려움, 언어-학업-진로


중국 유학생이 증가하는 이유가 뭘까. 첫 번째는 중국의 발전 잠재력이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중국 유학생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중국에 세계적인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에서 실시하는 2018년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칭화대는 17위, 북경대는 30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대학의 최고 순위(서울대 36위)보다 높다. 게다가 유학생들은 중국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이들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경제적인 문제다. 중국에서는 국내 대학보다 싼 등록금으로 공부할 수 있다. 저렴한 학비로 세계적인 명문대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장점 때문에 중국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날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중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칭화대에 부임한 뒤 많은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유학 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다.


학생들이 토로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학업이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입학은 비교적 쉽게 하지만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칭화대 공대의 경우 한국 유학생의 중도 탈락률이 3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상이 학교에서도 문제로 불거져 최근에는 유학생들을 최대한 선별해 뽑으려 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중국 대학의 입학 문턱이 자국 학생들에 비해 유학생에게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유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수행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최대한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 결국 중국어도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려운 수업을 따라가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아직 중국 대학에서는 영어 강의가 보편화돼 있지 않다. 게다가 중국 대학은 한국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과목을 이수도록 하고 있어 마치 고등학교를 다니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두 번째 문제는 학생들이 진로를 계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부모와 교수, 선후배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래 목표와 계획을 세워 나가지만, 유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온 뒤 언어 장벽과 과중한 학업에 시달리면서 본인의 진로나 비전 등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향후 진로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최근 이런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에서도 학생 회원을 구성해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최근에는 유학생 중 한 명을 방학 동안 KAIST 연구실에 실습을 보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연구실에서 실습하면서 왜 자신의 전공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지 느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희망을 갖게 됐다. 교수로부터 배운 것도 있지만 선후배들과 함께 실험하면서 본인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확실한 목표의식 있어야 성공


마지막으로 중국 유학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필자가 하고 싶은 조언은 유학을 결정할 때 확실한 목표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명문대 졸업장이 목표가 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유학을 갈 때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유학한 나라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서다. 이 때 해당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유학생들이 유학한 나라에서 직업을 갖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중국의 경우 외국 인재를 뽑을 때 경력 2년 이상의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채용을 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회사에 직접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과 사업을 하는 한국이나 외국 기업에 취업하는 방식으로 중국에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


중국에서 사회생활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중국어를 능통하게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지 않다.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을 충분히 이해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때문에 유학 생활 중에 중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중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공계 학과로의 진학을 준비한다면 중국어는 물론 전공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수학과 코딩의 기본을 다져 놓기를 추천한다.


확고한 목표 의식과 학업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면 중국 유학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막대한 시장 잠재력은 준비된 사람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유학생들이 지금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벤처 투자 등 창업 생태계가 우수해 창업 기회가 많다. 한국 기업들이 우수한 중국 유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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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교수
  • 에디터

    최영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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