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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발사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유럽 발사체 아리안5에서 분리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번에는 떠날까. 이달 18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드디어 발사된다. 1996년 차세대 우주망원경(NGST)으로 처음 제안된 이후 25년 만이다.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현재 지구 주위에서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우주망원경인 허블우주망원경(HST)의 뒤를 이어 빅뱅 초기 등 우주의 깊은 신비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10월에는 소행성과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로봇 고고학자’라는 별명을 지닌 탐사선 ‘루시’가 발사됐다. 3년 전 발사된 외계행성탐사선 ‘테스(TESS)’는 인류가 보지 못한 새로운 천문 현상을 발견하며 지식의 지평을 넓혔다.

 

1989년,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우주망원경(HST) 발사를 한 해 앞두고 천문학자들이 분주해졌다. HST의 후계자 고민에 빠진 것이다. HST는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며 30년 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1989년 당시 원래 설계 수명은 15년으로 짧았다. 차기 우주망원경 준비가 급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천문학자와 엔지니어를 모아 워크숍을 열었고, HST의 설계 수명이 끝나는 2005년경에는 더 오래된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지구 궤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띄울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만들기로 논의했다. 1996년 STScI 위원회는 적외선을 관찰할 수 있는 훨씬 더 큰 망원경을 설계하자고 제안했고, NASA는 기술과 예산 확보에 돌입했다. 그렇게 HST의 후계자 우주망원경 개발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 발사 임박 ‘제임스웹’ │ “가장 오랜 우주 본다”

 


초기에 이 우주망원경에는 차세대 우주망원경(NGST)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NGST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HST는 고도 약 540km인 지구 저궤도에 올렸기 때문에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수리가 가능했다. 실제로 HST는 30여 년 활동 기간 중 5차례 크고 작은 수리를 겪었다.


그러나 NGST는 HST보다 약 3000배 먼 약 150만km 상공으로 보내기에 중도 수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강렬한 자외선과 극한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NGST를 설계했고, 완벽한 상태로 우주에 띄우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1990년 말 1조 원이던 NGST의 예산은 점점 불어났다. 2002년, NASA는 이 차세대 우주망원경에 미국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NASA 2대 청장 제임스 웹의 이름을 따 JWST라는 이름을 새로 붙였다.


2004년 JWST의 거울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원래 발사가 계획돼 있던 해 직전에야 핵심 부품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2007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JWST 제작이 시작됐다. 발사 예정일은 2014년으로 미뤄졌다. 다행히 애초 15년 임무를 예상했던 HST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관측을 계속해 JWST 개발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일정이 지연됐다. JWST 개발에는 총 17개 국가 연구진 1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예산은 10조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연구가 늦어졌다. JWST 발사는 올해 3월에서 10월로, 다시 12월로, 한 해에만 3차례 미뤄졌다.

 


수차례 고비 끝에 지난 10월 12일, 마침내 JWST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를 출발해 16일 동안 9300km를 항해한 끝에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 도착했다. 빌 넬슨 NASA 청장은 “JWST는 우주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놀라운 과학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제작된 위대한 업적”이라며 “130억 년 전 빅뱅 직후에 생성된 빛을 관측해 인류에게 역사상 가장 먼 우주를 보여줄 것이다”고 밝혔다.


JWST는 접힌 상태로 아리안5 발사체에 실린 채 발사된다. 지구로 밖으로 나가면 단계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후 지구로부터 150만km 떨어진, 태양 반대편의 L2 라그랑주 점에 도달한 뒤 초기 우주에서 벌어진 현상을 관측한다. 라그랑주 점의 천체는 무게중심 방향으로 두 천체의 중력을 복합적으로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라그랑주 점에 있는 천체들은 목성의 궤도를 따라 목성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태양을 공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L1~L5까지 총 5곳이 있다. L1 라그랑주 점에 위치한 관측 위성은 태양및태양권관측위성(SOHO) 등이 이미 있으나 L2 라그랑주 점에서 임무를 하는 관측 위성은 JWST가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JWST의 임무 기간을 주기로 나눠 장비를 나눠 사용할 예정이다. 3월 NASA는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과 함께 JWST 관측 첫해에 수행할 1주기(Cycle 1) 관측 프로그램 286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관측 프로그램은 은하, 초대형 블랙홀 등 총 8개 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관측 내용에 따라 1주기에 주어진 6000시간의 관측시간을 나눠 쓰게 된다. 1주기 JWST 관측 프로그램 중 하나에 연구책임자로 참여하는 서혜원 미국 국립광학및적외선천문연구원 제미니천문대 연구원은 “초기 우주의 블랙홀이 어떻게 처음 생성되는지 연구할 예정”이라며 “최초의 블랙홀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초거대 블랙홀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관측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2. 발사 두 달 ‘루시’ │ 소행성 발굴 떠난 ‘우주 고고학자’

 


앞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떠난 우주 탐사선도 있다. 10월 16일 미국에서 발사된 소행성 탐사선 루시(Lucy)다. ‘로봇 고고학자’로 불리는 루시의 이름은 1974년 미국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발견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의 별명에서 유래했다. 인류의 조상에 대해 알게 해 준 화석 루시처럼, 탐사선 루시도 태양계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관측하고 조사할 예정이다. 루시는 12년 동안 8개의 소행성을 탐사하게 된다. 이는 NASA가 지금껏 수행한 임무 가운데 가장 이상한 시도 중 하나로 꼽힌다. 12년 동안 루시의 이동 경로가 굉장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첫 임무는 2025년 4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52246 도널드조핸슨(Donaldjohanson)’ 소행성을 탐사하며 시작된다.  2027년 8월부터는 목성 앞 L4 라그랑주 점에서 태양 궤도를 돌고 있는 원시 소행성 집단 트로이군의 ‘3548 에우리베이트(Eurybates)’와 그 위성 ‘쿠에타(Queta)’ ‘15094 폴리멜(Polymele)’ ‘11351 루커스(Leucus)’ ‘21900 오루스(Orus)’ 등 총 5개의 소행성을 관측한다. 이후 목성 뒤 L5 라그랑주 점으로 이동해 2033년 3월부터 트로이군의 쌍성 소행성인 ‘617 파트로클로스(Patroclus)’와 그의 동반자 소행성인 메노에티우스(Menoetius)’를 탐사할 예정이다. 목성계 트로이군 소행성 탐사는 인류 최초이며 총 예상 이동 거리는 63억km다. 지름 7.3m의 거대한 태양전지판 2개는 긴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동력을 충전한다.


루시가 탐사하는 목성계 트로이군 소행성은 L4 라그랑주 점 또는 L5 라그랑주 점에 모여 있는 천체를 뜻한다. 두 라그랑주 점은 각각 태양, 목성과 함께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즉 태양과 목성을 이은 직선을 기준으로 대칭점에 위치한다. 지구를 출발해 두 지점을 모두 들르는 루시의 이동 궤적은 뒤틀린 8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루시는 발사하자마자 태양광 패널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를 이겨내고 현재 태양계 형성과 생명체 기원을 밝히기 위해 우직하게 소행성대를 향해가고 있다. 

 

3. 발사 3년 ‘테스’ │ 물오른 외계행성 사냥 


천문학자의 관심사가 초기 우주와 태양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HST가 발사된 뒤에도 수십 개의 우주망원경이 각기 다른 크고 작은 임무를 수행하며 다각도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케플러의 뒤를 잇기 위해 2018년 발사된 ‘테스(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도 마찬가지다. 테스는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임무를 맡아 2018년 발사됐다. ‘행성 사냥꾼’이란 별명답게 발사된 뒤 3년만에 2200개의 외계행성 후보군을 찾았다. 


10월 19일 테스는 불과 30분 만에 빠르게 빛을 잃는 백색왜성을 찾아내 화제가 됐다. 짧은 시간 내에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현상을 발견한 첫 사례였다. 영국 더럼대팀은 테스를 이용해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백색왜성 쌍성계 ‘TW 픽토리스(Pictoris)’에서 이 현상을 관찰했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10월 18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50-021-01494-x
테스는 항성 앞을 지나는 외계행성이 항성면을 통과할 때 항성이 내는 빛이 줄어드는 현상을 포착해 행성의 존재를 파악한다. 같은 방법으로 행성의 크기와 공전주기도 파악한다. 이번에도 TW 픽토리스 백색왜성의 별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항성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백색왜성 표면의 자기장이 재구성되면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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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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