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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5G 둘러싼 3가지 궁금증

화웨이 장비, 써? 말어?

내년 3월 한국에는 ‘통신 빅뱅’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그 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5세대(5G) 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기 때문이죠.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곧 5G 통신용 네트워크 장비도 선정됩니다. 중국 화웨이 장비를 써야할 지 논란이 많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세 가지 질문으로 5G를 둘러싼 궁금증을 한 방에 정리했습니다.

 

 

 

1. 주파수랑 속도가 무슨 상관?

 

혹시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을 직접 찾은 독자가 있다면, 5G 기술이 얼마나 ‘신세계’인지 맛볼 수 있었을 겁니다. 대회 기간 평창에서는 5G 시범 서비스가 실시됐는데,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경기는 무려 100대의 카메라가 사방에서 촬영하는 영상을 360도 원하는 각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봅슬레이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송하는 속도감 넘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초당 전송 속도가 최소 20Gbps(초당 20기가비트의 정보를 전송하는 속도)로 현재의 4G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20배 이상 빨라지고 전송 용량은 100배 많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90분 분량(800MB) 영화 한 편을 1초 이내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죠.


이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심에는 ‘주파수’가 있습니다. 주파수는 전파로 전송되는 정보가 이동하는 ‘도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주파수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정보 이동 속도와 처리량이 결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6월 18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5G 통신에 사용할 주파수를 경매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통신망이라는 도로를 깔 수 있게 통신 사업자들에게 땅을 매매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죠. 3.5GHz와 28GHz 주파수가 경매에 나왔는데요, 3.5GHz 영역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MHz를, LG유플러스가 80MHz 폭의 주파수를 할당 받았습니다. 28GHz 주파수 영역에서는 3개사가 동일하게 800MHz씩 주파수를 할당받았죠.


5G 통신에서 사용하는 주파수의 특징은 주파수가 높고 영역(대역)폭이 넓다는 것입니다. 주파수는 초당 파동이 몇 번 진동하는지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주파수가 낮은 전파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잘 휘어 돌아가기 때문에 멀리까지 속속들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전파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적은 것이 단점입니다. 반면 주파수가 높은 전파는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지만 회절성이 떨어져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잘 휘어 돌아가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AM라디오 방송과 FM라디오 방송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주파수가 낮은 AM라디오는 음질이 떨어지는 반면 멀리까지 전달되고, 주파수가 높은 FM라디오는 음질이 좋지만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김병희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술지원본부 네트워크팀 선임연구원은 “도로에 비유하면 5G 통신은 정보라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차선이 기존보다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4G LTE에서 사용하는 주파수(700MHz~2.6GHz)가 1~4차선 도로라면, 5G(3.5GHz, 28GHz)는 80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입니다. 즉 이전보다 도로를 넓히고 많은 차선을 만들어서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전에는 회절성이 떨어지고 전파가 줄어들어 없어지는 특성이 큰 고주파수의 전파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는데,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고주파를 이용한 5G 통신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예컨대 김태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장이 이끈 연구팀은 스마트폰으로 5G 통신을 할 때 여러 기지국을 거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지연과 손실을 막는 기술을 2015년에 개발한 바 있습니다.

 

 

 

2. 중국 해킹 때문에 국산 장비 써야 한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은 올해 2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의 네트워크 장비 도입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중국 정부의 강한 영향 아래에 있는 이들 기업이 이용자들의 정보를 마음대로 탈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자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준비 중인 한국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됐고 8월부터 통신망을 구축하는 장비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5G 통신용 장비는 화웨이가 가장 앞서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반드시 국산 장비를 이용해 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 꼭 국산 장비를 써야 하는 걸까요. 정말 중국 장비를 쓰면 해킹 위험이 높은 걸까요.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중국산뿐만 아니라 모든 장비에 해킹 위험이 있다”면서도 “외국산 장비는 내부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검증하지 못한 채 국가 통신 인프라를 맡기는 것인 만큼 5G는 가급적 국산 장비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사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전문가가 원격으로 컴퓨터에 접속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에도 이처럼 원격 접속 기능이 있는데, 이를 ‘백도어’라고 부릅니다. 


미국은 중국 정보기관이 이런 백도어를 포함한 숨겨진 기능을 이용해서 미국인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런 방식으로 해외에서 정보를 수집했었죠. 자기가 한 짓은 생각하지 않고 남에게 당하지 않겠다는 못된 심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정보 전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김 교수는 “물론 국내 장비에도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똑같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외국 정보기관이나 해커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외국산 장비보다는 낮을 수 있기 때문에 국산 장비를 쓰는 것이 낫다는 논리입니다.


‘제조자 윤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최근 중국산 저가 IP카메라를 이용한 몰래카메라 영상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보안이 취약한 카메라를 만들거나 사용자가 모르는 기능을 심어놓는 등 낮은 제조자 윤리의식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장비나 프로그램에 대한 보안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는 보안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5G 통신이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보안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5G에서는 단순히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가 때문이죠. 초당 기가바이트(GB) 단위의 대용량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통신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의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5G 통신으로 작동하게 될 겁니다. 


김 교수는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 해킹에 걸리는 시간이 짧어져서 그 만큼 보안이 취약해진다”면서 “게다가 5G에서는 해커들이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종류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해킹 기회도 많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표준’이 중요하다?

 

6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 기술총회에서 5G 기술 표준이 승인됐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 표준을 기반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는데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따르면 이 표준에는 국내 기업과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합니다.


통신에서 기술 표준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돈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승은 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기술 표준과 관련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으면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데,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특허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해외 기업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가령 2G 통신 당시 국내 표준이었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에 대해 약 1200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던 미국 기업 퀄컴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휴대전화 한 대를 팔 때마다 판매 금액의 약 5%를 기술료로 받았습니다.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2008년까지 2억2000만 달러(약 2483억 원)의 기술료를 받았습니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 표준화에 반영시키면 오랜 기간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국제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2035년 5G 기술 관련 세계 시장 규모가 무려 12조3000억 달러(약 1경3883조100억 원)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 중입니다. 양국은 서로 상대 국가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2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발표했고, 이를 더 확대하겠다며 서로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예상되는 세계 5G 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의 첫 제재가 ZTE 등 중국의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켈시 가이셀먼 백악관 과학정책 자문위원 등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5G 정책을 중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현재 정책보다는 미국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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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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