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느 채널에서나 ‘먹방’이 대세입니다. 매운갈비찜, 돼지 등갈비찜, 바베큐, 간장 닭찜, 삼겹살 등 고기를 먹을 때면 TV 속 식탁에 합석하고 싶어집니다. 특히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등심을 얹어 지글지글 소리라도 나면, 입속에는 저절로 침이 고입니다.
부위마다 구성성분 달라, 조리법도 다르게
신선한 소고기는 육회나 육사시미처럼 날로 먹기도 하지만 대체로 가열해 먹습니다. 어떤 부위를 먹느냐에 따라 요리 방법은 달라집니다. 부위별로 구성 성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움직일 때 사용하는 부위에 따라 근육의 결 구조와 지방 함량이 큰 차이가 납니다. 다리와 목처럼 운동량이 많은 부위는 근육이 잘 발달한 대신 지방 함량이 적습니다. 반대로 배와 등처럼 운동량이 적은 부위는 근육이 부드럽고 지방 함량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요리 방법도 달라집니다. 등 부위인 등심이나 안심, 갈비처럼 육질이 연하고 마블링(고기 사이에 실같이 퍼져 있는 지방질)이 있는 고기는 짧은 시간 동안 숯불에 직접 닿도록 굽거나(직화) 센 불에 달군 철판에서 구워주면(그릴링) 씹었을 때 고기가 부드럽고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위인 홍두깨나 우둔살은 기다란 근육이 발달해 있고 지방 함량이 적어 오랫동안 조리해야 고기가 연해지고 고깃결을 따라 얇게 찢을 수 있습니다. 근육 사이에 있는 결합조직인 콜라겐과 지방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깃결대로 찢어지는 장조림은 홍두깨의 이런 특성을 이용한 음식입니다.
근육다발로 싸여 있거나 근육 사이에 콜라겐이 많이 끼어 있어 질긴 사태와 힘줄부위는 오랜 시간 약한 불에서 익히는 찜으로 요리해야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워집니다.
레어-미디엄-웰던은 미오신 변성의 차이
동일한 부위라도 어떤 온도에서 조리했는지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안심 스테이크를 먹을 때 레어(rare), 미디엄(medium), 웰던(well done) 등 굽는 정도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온도에 따라 고기 질감이 달라지는 이유는 근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미오신이 열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레어로 구우려면 팬을 약 50도로 달군 뒤 두께 1mm 안팎으로 고기 표면만 갈색으로 익히고 안쪽은 붉은 살코기가 남도록 센 불에서 익혀냅니다(시어링). 이 온도에서는 미오신과 결합하고 있는 물 분자가 떨어져 나가고 단백질 사이에 응집이 일어납니다. 결국 물 분자들은 응집한 단백질 중심부에 모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운 고기를 씹으면 살코기로부터 촉촉한 육즙(수분)이 배어 나옵니다.
미디엄은 팬을 60~65도로 달궈야 합니다. 표면을 2~3mm 두께로 익히면 고기가 골고루 회갈색을 띠고, 썰어도 핏물이 배어 나오지 않습니다. 이 온도에서는 근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훨씬 단단하게 응집됩니다. 그 결과 물 분자들이 단백질 중심부에 모여 있지 못하고 밖으로 빠져 나와 증발합니다. 그래서 미디엄 상태의 고기를 씹으면 레어보다 부드럽지만 수분이 훨씬 적어 약간 마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디엄으로 구운 고기가 회갈색을 띠는 이유는 색소 단백질인 미오글로빈도 변성되기 때문입니다.
고기 안팎을 전체적으로 골고루 익힌 웰던은 레어나 미디엄보다 고온(65~70도, 또는 70도 이상)에서 오랫동안 고기를 가열합니다. 그 영향으로 고기의 근육이 많이 수축되고, 수분이 증발해 뻑뻑한 식감을 줍니다. 이 온도에서는 근섬유 간 응집이 최대로 일어나면서 고기가 수축하고, 물 분자가 대부분 고기 밖으로 빠져 나와 증발합니다.
하지만 사태와 꼬리, 힘줄처럼 콜라겐이 많은 부위는 약 70도에서 가열해도 건조해지지 않습니다.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물과 결합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사태찜과 꼬리찜, 곰국의 고기가 쫀득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