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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새로운 물리학─수리끈이론

10차원의 세계로부터 온 단서

모든 물리학자들의 희망인 힘의 통일이론은 과연 실현될수 있을까?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들은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몹시 알고싶어 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우주는 태극에서 비롯한 물질, 즉 기(氣)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이 기는 음양(陰陽)으로 갈라지고 다시 오행(五行)으로 나뉜다. 바로 이것들이 무궁하게 짝짓고 흩어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만물과 자연현상을 창출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한편 현대물리학은 그리스의 원자설이 기본이 되고 있다. 태초에 끈 모양의 물질이 있었으며 우주에 가득찬 이들이 갖가지 모양으로 진동함에 따라 기본입자가 생성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기본입자들이 여러 형태로 짝지으면서 만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원자라고 하면 더 쪼갤 수 없다는 용어에서 비롯됐다. 무한히 쪼갠 뒤에도 최후까지 남는 것이 물질의 기본입자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꼴이 끈모양이라는 것이다. 좀 어이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지금부터 그 근거를 살펴보기로 한다.

자연계의 네 힘을 연구하다가

1960년대 초반까지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90여가지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이 원자는 핵과 전자로 나뉘고,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분리된다. 물론 이들을 더 나누어 보면 모든 물질은 쿼크입자로 이뤄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때 핵과 전자를 이어주는 힘이 전자기힘이고, 핵을 유지하게 해주는 힘이 이른바 핵력이다. 그후 이 핵력에는 세기가 다른 두가지 힘, 즉 센 힘과 여린 힘이 있음이 밝혀졌다. 결국 만물과 만물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까지 포함해 네가지 힘이 이 우주에 존재한다.

그러면 입자 사이에서는 이들 힘이 어떻게 미칠까. 원자나 전자 같은 미소한 입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양자이론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양자이론에 따르면 힘은 이른바 에너지 덩어리인 양자를 주고 받으면서 생긴다. 마치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두 사람이 공을 주고 받을 때 서로 밀려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컨대 전자기력은 광자라는 빛양자를 주고 받는 전기를 띤 두 입자사이에서 생긴다. 마찬가지로 핵력도 핵 에너지 덩어리를 주고 받으면서 발생한다. 그중 센 핵력은 글루온입자를 주고 받을 때 생기고 약한 핵력은 위콘입자를 주고 받을 때 생긴다.

마찬가지로 중력도 어떤 중력에너지의 덩어리인 중력자를 주고 받으면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이 힘을 전달하는 입자를 통틀어 게이즈입자라고 부른다. 물리학에서는 이론이 아무리 그럴 듯 할지라도 실험결과와 맞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런데 전자기현상의 경우 이론과 실험이 놀라울 정도로 잘들어 맞는다. 물리학자들이 이 예를 따라 핵 사이의 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한 것도 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핵력은 전자기이론의 모델에 따라 이론적으로 계산할 수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신끈(bootstrap)모델이 등장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어떤 입자도 결코 입자의 기본이 될 수 없고, 모든 입자가 서로 어울려서 각 입자를 이룬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이론은 상대성 불변, 확률의 합은 1이라는 등 지극히 타당한 기본원리만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뭔가를 수용하는데 있어 극히 인색한 이 이론은 입자이론의 발전에 두가지 새로운 도움을 주었다. 하나는 입자의 전이(轉移)진폭이 끈에서 유래한 진폭과 같고 끈의 진동과 입자의 질량 스펙트럼을 대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각(角)운동량 곧 스핀값이 반정수인 페르미온(Fermion)입자나 정수인 보손(boson)입자의 질량스펙트럼을 자세히 살펴보면 본질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성질은 초대칭성이란 말로 표현된다. 바로 이 초대칭성을 갖춘 끈이론이 슈퍼스트링이론, 즉 수리끈이론이다.

수리란 정수리 또는 수리날에서 알 수 있듯이 맨 높은 것, 가장 좋은 것을 뜻한다. 따라서 슈퍼스트링(superstring)을 우리말로 옮기면 수리끈 또는 초(超)끈이 되는 것이다.

이 수리끈이론이 태동되고 있을 즈음 입자이론에서는 큰 진전이 이뤄진다. 이른바 대통일장이론의 출현이다.

대통일장 이론으로 부터

이미 얘기 했듯이 우주에는 네 가지 힘이 있는데 그중 세가지 힘(전자기력과 두종의 핵력)이 이론상 하나로 묶인 것이다. 지금부터 이 대통일장이론을 알아보기로 한다.

전자기력은 전기를 띤 입자 사이에서 늘 작용하는 힘인데 그 힘이 미치는 거리는 무한이다. 한편 약한 핵력은 쿼크와 전자 또는 중성미자 사이에서 작용한다. 그 힘이 미치는 거리는 ${10}^{-15}$㎝ 이내다. 이 약한 핵력은 전자기력보다 1천배나 약하고 센 핵력보다 10만배나 여리다. 그런데 이 두 힘(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은 작용거리 ${10}^{-16}$㎝이내에서는 완전히 같은 힘이다(이 사실은 미국의 물리학자 와인버그와 살람이 밝혀냈다).

한편 쿼크입자 사이에는 글루온입자로 전달되는 센 핵력이 있다. 앞서 말한 두가지 힘과 이 센 핵력도 ${10}^{-29}$㎝ 안에서는 같은 힘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대통일장이론의 요체다.

이처럼 아주 작은 거리에 이를 때까지 입자가 서로 다가서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사람의 힘으로 이런 고에너지의 상황을 유도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다만 우주생성 초기에 이런 상태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동안 천체물리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약 1백50억년 전에 거의 점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 작은 점이 터져 부풀면서 오늘의 우주를 이뤘다는 것이 여러가지 실험사실을 통해 인정되고 있다.

최근에 쏘아 올린 허블천체망원경 관측을 통해 알려진 자료중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현재 우주의 평균온도가 2.7K라는 사실이다. 이 관측자료는 우주가 1백50억년 전부터 부풀어 왔다는 가장 큰 증거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총에너지 값은 일정하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수용된 공간의 크기다. 이는 화로불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화로불을 켜놓더라도 작은 방보다 큰 방에서는 더 썰렁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우주는 점차 커지면서 차츰 식어갔을 것이다.

우주의 전체에너지가 태초에 점과 같은 작은 공간에 몰려 있었다면 그 온도는 엄청나게 높았을 게 분명하다. 우주가 탄생한 순간으로부터 ${10}^{-36}$초가 경과되었을 때의 온도는 ${10}^{28}$K, 우주의 크기는 ${10}^{-28}$㎝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일이론이 맞다면 이때까지만 해도 중력을 뺀 나머지 세 힘은 완전히 일치했을 것이다.

우주탄생 후 ${10}^{-11}$초가 지났을 때에는 우주의 온도가 ${10}^{15}$K, 크기는 ${10}^{12}$㎝쯤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도 이때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이 갈라졌을 것이다.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10}^{-4}$초가 경과되면 우주의 온도는 ${10}^{12}$K 정도로 낮아지고 크기는 ${10}^{15}$㎝쯤으로 커졌을 것으로 계산된다. 이때는 쿼크가 핵자속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우주의 나이가 ${10}^{-44}$초, 온도 ${10}^{32}$K, 크기 ${10}^{-33}$㎝가 되기 전에는 중력과 다른 세 힘도 완전히 같은 힘이었다는 것이 수리끈이론의 주장이다. 이것은 크나큰 매력이며, 물리학자들의 오랜 숙제를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서 이 수리끈이론은 우주의 수수께기를 하나 더 풀어줄 가능성도 있어,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 수수께끼란 어두운 물질, 즉 보이지 않는 물질의 존재다. 그동안 천체물리학자들이 제시한 이론들이 모순되지 않으려면 은하계들은 보이지 않는 물질로 둘러싸여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어두운 물질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두운 물질이 중성미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끈이론은 그럴듯한 또다른 가능성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번에는 수리끈의 기본 성질을 알아보자. 끈은 그 크기가 ${10}^{-33}$㎝정도로 여겨지는데 끈답게 장력(張力)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끈은 두 끝이 '열린 끈'과 두 끝이 '닫힌 끈'으로 분류된다.

이 끈들은 여러 모양으로 진동하게 되며 중심이 움직일 때 이 끈이 지니는 총에너지는 진동과 병진(並進)운동에너지의 합이 된다. 이 총에너지는 이 끈의 질량 구실을 한다.

한편 끈에는 장력이 있는데 장력이 커질수록 끈은 가늘어진다. 점차 가늘어지다가 마침내는 점 상태가 된다. 쉽게 말해 크기가 없는 점 모양이 되는 것이다.

이런 끈에 초대칭성을 부여하면 수리끈이 된다. 수리끈이론은 중력까지 포함한 모든 힘을 한데 묶는 이론이다.
알다시피 대칭은 두 가지로 나뉜다. 국소적인 대칭과 전체적인 대칭이 그것이다. 전체적인 대칭은 시간을 포함한 4차원 시공간(時空間) 어디서나 동시에 형성되는 대칭이다. 반면 국소적인 대칭은 시공간의 각 점에 따라서 주어지는 대칭을 가리킨다.

이 국소적인 대칭은 게이즈입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개념을 시공간의 국소적인 대칭으로 확대시키면 중력자들과 깊은 관련을 맺게 된다.

마찬가지 개념을 이번에는 페르미온입자와 보손입자 사이에 형성되는 내부공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에 도입해 보자. 여기서도 국소적인 대칭이 이뤄질 것으로 가정해 보면 입자(페르미온입자와 보손입자) 사이의 차이가 없어지는 동시에 시공간 위에 중력이 생기게 된다. 이로써 중력을 포함하는 힘의 통일이 수리끈이론 안에서 이룩되는 것이다.

그러면 수리끈 사이의 힘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이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이며 현재 이론물리학자들의 맹렬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론의 완성은 아직도 멀게 느껴진다. 어쩌면 '과학동아'독자들의 몫으로 할당된 일일지도 모른다.
 

자연계의 네가지 힘


초대칭입자의 출현

수리끈이론에서 새로 등장하는 것중 하나는 초대칭입자들이다. 알기 쉽게 풀이하면 이제까지 알려진 모든 입자마다 초대칭 짝이 있다는 것이다.

예로 쿼크에는 초대칭 쿼크가 있어야 하고, 광자에는 초대칭 광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루온에는 초대칭 글루온입자가, 중력자에는 초대칭 중력자가 존재하고 있다고 수리끈이론은 예언한다. 늘 그랬듯이 이론상 존재가능한 입자는 실험을 통해서도 발견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현재 이 초대칭 입자를 찾는 실험들이 세계각국의 연구소에서 진행중에 있다.

수리끈이론의 또 다른 특색중 하나는 이 이론이 4차원보다 높은 10차원에서 완성된 이론이라는 점이다. 4차원도 상상하기 힘든데 10차원이라니….

우리가 철칙으로 믿는 상대성 불변 그리고 자연의 대칭성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10차원에서만 수리끈이론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4차원, 즉 시공간을 벗어난 나머지 6차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수리끈이론 지지자들은 이 미지의 6차원이 바로 크기가 ${10}^{-33}$㎝정도 밖에 안되는 내부공간이라고 풀이한다. 우리가 결코 살펴 볼 수 없는 공간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내부공간은 게이즈 대칭성을 설명해주고 아울러 끈이론의 양자화과정에서 생기는 비정상량과 발산이라는 문제를 없애주는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실 수리끈이론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비정상량과 발산의 문제다. 수리끈이론 가운데에는 이 두 어려움을 풀어주는 모델이 있다. 섞인 수리끈이론이 그것이다. 이 이론은 10차원의 수리끈이론과 26차원의 끈이론을 섞어 만든 것이다. 여기서 '별난 무리'라고 불리는 ${E}_{8}$과 ${E}_{8'}$가 등장한다. ${E}_{8}$무리에는 쿼크, 전자 및 게이즈입자등이 포함돼 있어 현실세계를 나타낸다. 반면 ${E}_{8'}$ 무리는 이들 입자의 그림자라고 부를 수 있는 입자들로 이뤄졌다. 따라서 이 두 세계는 중력을 통해서만 서로 힘을 전달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물체를 보려면 반드시 빛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E}_{8}$ 세계와 ${E}_{8'}$세계는 빛을 통해 연결돼 있지 않으므로 ${E}_{8'}$세계는 눈에 안 보이는 그림자세계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혹시 이들이 어두운 물질로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사실 ${E}_{8'}$세계는 ${E}_{8}$세계와 마찬가지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들 사이에도 네가지 힘이 미쳐야 정상이다. 이 '별난 무리'들을 통해 그림자 세계에 대한 갖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으나 최근에는 어두운 물질과의 관련성이 더 흥미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두운 물질과 그림자세계의 관련성 살피기에 앞서 어두운 물질의 존재를 더 확실하게 알아보자.
어두운 물질이 실존한다는 가장 믿을만한 증거는 소용돌이은하가 제시한다. 소용돌이은하 둘레에는 수많은 별들이 그 중심 언저리를 맴돈다.
여기서 우리가 역학(力學)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기초공식 하나를 떠올려 보자. 만일 미지의 힘을 받고 도는 어떤 물체(예컨대 별)가 있다면 그 회전속도는 어떻게 될까. 그 궤도안쪽에 있을수록 그리고 질량이 클수록 빠르고 중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느려진다.

따라서 은하 언저리에 있는 별의 회전운동을 살피면 은하의 질량을 대충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구한 값은 1천억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의 밝기를 가지고 산출한 은하의 질량값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은하 둘레에 널리 퍼져있는 수소기체의 회전운동을 살펴서 얻은 은하의 총질량이 별의 운동을 통해 구한 값보다 배 이상 크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질량을 띤 물질이 은하 밖에서 은하를 에워싸고 있다는 말인가. 아마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물질은 빛도 전파도 내지 않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어두운 물질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 어두운 물질의 실재를 알리는 또 다른 증거는 M87이란 은하다. 이 은하둘레에서 강한 X선이 나오는데 이것이 유력한 증거물이 돼주는 것이다. 이 X선은 1천만~1억K라는 초(超)고온 기체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뜨거운' 기체가 발생되려면 아주 큰 중력이 필요한데 M87의 질량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편 1천억개 이상되는 별로 이뤄진 은하가 이 우주에는 약 1조개나 있다. 이 은하들은 매초 수백㎞씩 멋대로 날아가면서 계속적으로 은하의 무더기를 형성시키고 있다. 은하의 무더기들이 서로 당겨 더 큰 무더기를 이루려면 은하 사이에 엄청난 분량의 어두운 물질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우주에는 어두운 물질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어두운 물질은 은하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원반형으로 소용돌이치는 은하는 뭔가 불안하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그 존재가 분명한 어두운 물질의 본질은 무엇일까. 혹시 그림자물질은 아닐까.
수리끈이론에서 나오는 그림자세계는 천지개벽 순간에 함께 생겨날 수 있는 수수께끼의 세계다. 이것들이 요동하고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부풀면서 물질을 끌어당김으로써 은하가 그 무더기들을 형성시켰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끈의 상호작용^구면(球面), 구멍을 가진 도넛 모양의 면, 위상적으로 동등한 세계면에 의해 끈의 상호작용이 표현된다. 이들 면은 연속적인 게 특징이다.


대통일장이론을 뛰어 넘어

수리끈이론은 우주가 생긴 태초에 적용되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온도가 아주 높고 그 에너지가 엄청나게 컸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온도가 낮고 에너지도 낮은 상태의 우주에서 살고 있다. 만약 최근에 확인된 여러 관측결과를 이 수리끈이론에 적용해 보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수리끈이론이 옳은 이론이라면 우리가 실측을 통해 유도한 결론과 일치해야 할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른바 표준이론이라는 힘의 대통일장이론은 쿼크입자나 경입자(전자와 중성미자 등의 통칭)를 기본으로 이론을 펴 나가고 있다. 중력을 뺀 세가지 힘은 게이즈입자를 주고 받으면서 힘관계가 이뤄진다는 큰 얼개를 통해 그동안 밝혀진 숱한 실험사실들을 모순없이 잘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표준이론에도 약점은 있다. 자유매개수가 22개나 있는데 이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따라서 보다 기본적인 이론을 통한 풀이가 요구된다.

먼저 우리가 잘 아는 좌우대칭을 가상해보면 이해가 빨라진다. 예컨대 중성미자라는 경입자는 좌우대칭이 깨져 있다.

수리끈이론은 이 좌우비대칭을 잘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닫힌 끈의 경우 외로 도는 파동과 바로 도는 파동은 서로 전혀 힘관계가 없는 별개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외로 도는 파동이 초대칭을 보여주는 10차원끈이다. 여기에 바로 도는 파동을 섞어 만든 26차원짜리 끈이론이 바로 섞인 수리끈이론인 것이다.

이 26차원 끈 가운데 16차원은 ${10}^{-33}$㎝이하의 극소한 내부공간을 구성한다. 나머지 10차원은 대칭이 유지되는 조건, 다시 말해 비정상량을 완전히 없애는 조건을 요구한다. 이때 최종적으로 남는 유일한 게이즈대칭이 ${E}_{8}$과 ${E}_{8'}$무리다. 여기서 ${E}_{8'}$가 그림자세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끈의 장력을 무한히 크게 하면 수리끈의 길이는 영(0)이 된다. 이른바 10차원 초중력이론이 이렇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뒤 물리학자들은 다시 10차원에서 4차원으로 차원을 줄여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펴 나갔다. 이 4차원 초중력이론에서 보면 표준이론에서 다루는 게이즈들, 즉 글루온입자 위콘입자 광자 등이 등장하며 아울러 힉스입자들도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낮은 에너지 현상인 표준이론의 기본물리량을 유도하는데에도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천신만고 끝에 얼마 전에 쏴 올린 천체망원경의 이름은 허블망원경이다. 이 명칭은 윌슨천문대의 망원경을 통해 은하 밖의 별구름을 연구했던 저명한 천문가 허블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멀리 떨어진 별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계속해서 우주가 부풀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셈이다. 이는 팽창하는 풍선의 각 점이 서로 멀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 우주가 시간과 더불어 부풀어 간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간은 한 점으로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우주는 한 점에서 1백50억~2백억년 전에 폭발한 뒤 계속 팽창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대폭발(빅뱅)이론이다.

이 대폭발이론을 뒷받침하는 또 한가지 증거가 우주전체에 고르게 차 있는 빛이다. 이 빛은 열로 환산하면 2.7K에 맞먹는 것인데 우주가 생성된지 10만년쯤 뒤에 생겨났다. 이 빛의 원래 에너지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으나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점차 식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태초에는 우주의 온도가 ${10}^{32}$K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때 우주의 나이는 ${10}^{-44}$초에 불과했다. 그 지름이 ${10}^{-33}$㎝인 소우주였는데 이때가 바로 수리끈이론이 적용되는 세계다.

이때의 우주는 10차원이었다고 수리끈이론학자들은 말한다. 이 가운데 6차원은 ${10}^{-33}$㎝이내로 제한돼 있었고 나머지 4차원 시공간은 계속 팽창, 현재의 우주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닫혀진 내부공간의 양자상태 가운데서 가장 낮은 바닥에너지는 이른바 플랑크 에너지인 ${10}^{28}$전자볼트(eV)정도였다. 이것은 밖에서 보면 질량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이 질량같은 입자를 비르곤입자라고 부른다. 이 입자의 무게는 약 ${10}^{-5}$g에 해당하는데 현재 수많은 학자들이 이 입자를 찾아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10차원이론이 옳다면 '검은 구멍'속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은 그 핵연료가 소모되면 점차 찌브러들면서 중성자별이 되거나 아니면 검은 구멍이 된다. 검은 구멍은 그 중력과 밀도가 너무 커서 심지어는 빛마저도 그 밖으로 새지 못하게 되므로 검게 보인다. 그래서 검은 구멍(블랙 홀)인 것이다.

검은 구멍의 특이성은 4차원 시공간에서의 중력방정식을 풀어서 얻는다. 하지만 10차원 우주론에서는 전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별이 죽어가는 마지막 단계에서 중력으로 인해 찌브러들면서 별 내부가 4차원에서 10차원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닫혀진 6차원 내부공간의 반지름이 무한히 커지면서 중력상수나 전하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서 검은 구멍의 크나큰 중력때문에 그림자 물질이 그쪽으로 쏟아져 검은 구멍속에 이들 물질이 가득 찰 가능성도 있다.

우주가 생긴지 ${10}^{-43}$초 쯤에 중력이 갈라져 나온다. 이것은 온도가 낮아지면서 대칭이 조금 깨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참 세계(${E}_{8}$세계)와 그림자 세계(${E}_{8'}$세계)가 갈라져 나오는데 이 두 세계 사이에는 중력만 존재한다.

기(氣)의 본체를 밝혀줄지도

태초로부터 ${10}^{-36}$초가 지나면 우주의 온도는 ${10}^{8}$K로 낮아진다. 우주는 ${10}^{-36}$초자와 ${10}^{-35}$초 사이에 갑자기 커진다. 쉽게 말해 ${10}^{-28}$㎝라는 극히 작은 크기에서 1㎝로, ${10}^{28}$배 만큼 확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우주가 팽창됐기 때문에 현재 실제로 측정되고 있듯이, 우주의 온도가 고르게 2.7K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우주가 이 정도로 부풀면 센 핵력이 등장하게 된다.

다시 ${10}^{-11}$초가 되면 우주의 크기는 ${10}^{12}$㎝, 온도는 ${10}^{15}$K에 이른다. 이때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다시 갈라진다. 비로소 우리가 현재 인정하고 있는 자연계의 네가지 힘이 모두 생기게 되는 셈이다.

태초에서 ${10}^{-4}$초가 지난 뒤 우주의 온도가 ${10}^{12}$K, 크기가 ${10}^{15}$㎝ 정도 되면 진공중에서 쿼크와 반쿼크 입자쌍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우주가 더 식으면, 글루온입자의 도움을 받아 쿼크끼리 서로 묶여지면서 중간자나 핵자 등을 형성하게 된다.

한편 대통일장이론에 따르면 10억분의 1이란 비율로 입자와 반(反)입자 간의 수의 평형은 깨지게 마련이라고 한다. 예컨대 쿼크입자가 10억+1개이면 반쿼크입자수는 10억개가 된다. 10억개의 쿼크와 10억개의 반쿼크는 서로 업치락뒤치락 하면서 에너지로 바뀐다. 이것이 우주를 가득 채운 2.7K의 빛이다.

하나 남은 쿼크입자는 그 수가 계속 불어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든 물질을 이루게 된다. 우주가 탄생한 뒤 ${10}^{-4}$초에서 1초동안에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이 생겨나며 3분이 지나면 양성자나 중성자가 뭉쳐 헬륨을 이룬다.

수리끈이론은 우주의 생성과정과 현재를 이해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많은 이론물리학자는 믿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실험물리학자는 직접적인 관측자료의 태부족을 들면서 회의를 나타내기도 한다. 어두운 물질만 해도 그렇다. 그림자 세계라기보다는 중성미자(질량을 지닌)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물리학자도 적지 않다. 더구나 우주 태초의 물리상태를 실험실에서 재현하기란 완전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간접적으로 살피면서 수리끈이론과 맞춰보려고 한다. 이런 간접적인 접근방식도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물리학자들은 수리끈이론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 까닭은 그 이론체계속에서 모든 물리학자의 꿈인 통일이론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고대 동양의 철인(哲人)들이 확신하던 기(氣)의 본체를 밝혀주고 아울러 우리의 삶이 나아가야할 바를 가르쳐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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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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