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번 화를 끝으로 4회에 걸친 <;전격 해부! 프리미엄 게이밍 장비>;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드라이버 유닛이 다섯 개나 들어있네요?”
귀 전체를 감싸는 큼지막한 외관 속에 뭐가 들어있나 했는데,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이어캡을 떼어내니 제각각 크기가 다른 동전 모양의 드라이버 유닛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드라이버 유닛에는 자석과 진동판이 들어있어 전류를 흘리면 진동판이 진동하며 소리를 냅니다. 이런 유닛이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다섯 개씩 박혀 있었습니다.
7.1 채널 오디오로 방향감, 거리감 살려
짐작하셨겠지만 드라이버 유닛은 헤드셋의 가장 중요한 부품입니다. 소리의 감도와 입체감(방향감, 거리감, 공간감 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진 청각은 지각 범위가 시각에 비해 훨씬 넓습니다. 시각은 수평으로 140도, 수직으로 70도인 반면, 청각은 위아래, 앞 뒤, 좌우 360도에서 오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고가의 음향기기는 멀티채널을 지원합니다. 청취자를 둘러싸듯 스피커를 여러 개 설치해서 사람이 실제 환경에서 듣는 것처럼 방향감, 거리감 등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참고로 방향감은 양쪽 귀의 음량 차이나 위상 차이로, 거리감은 직접 들리는 소리와 반사되는 소리의 비율 등으로 재현합니다.
이날 분해한 헤드셋은 양쪽에 각각 주파수와 종류가 다른 드라이버 유닛을 5개씩 탑재해 7.1채널을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7.1채널이란 7개의 스피커 출력(7채널)에 저음 전용 우퍼스피커(0.1채널)를 더한 오디오 환경을 의미합니다. ASUS ROG Centurion 7.1에는 프론트, 서브우퍼, 사이드, 센터, 리어 등 총 5가지 드라이브 유닛이 있어 이것이 기울어진 각도, 겹쳐진 정도를 조절해 7.1채널의 음향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입체감은 소리를 듣고 빠른 판단을 해야 하는 1인칭 슈팅게임(FPS)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발자국 소리, 빗소리, 총소리 하나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PC방 사용시간 순위 1위라는 ‘배틀그라운드’를 예로 들면, 적이 정확히 어떤 방향에서 다가오는지 자갈을 밟는 소리 등을 통해 유추해야하고, 폭격 소리가 들리는 곳을 재빠르게 피해야 치킨을 먹을 수 있습니다(우승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멀티채널 음향을 지원하는 게임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앰프로 소리 조절, 오디오 시각화 기능도
모든 고급 게이밍 장비가 ‘커스터마이징’을 강조하지만, 음향기기는 그 중에서도 개인 취향차가 유난히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덕후’의 끝판왕은 ‘오디오 덕후’라는 말 들어보셨죠).
ASUS ROG Centurion 7.1은 별도의 앰프(AMP)를 제공해 드라이버 유닛 각각의 소리와 전반적인 노이즈를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그밖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게임의 음향을 시각화할 수 있는 ‘소닉 레이더’ 기능도 신기합니다. 마치 비행기에서 레이더가 작동하듯, 화면 중간에 동그란 원이 나타나더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중심에서 막대기가 뻗어 나갔습니다. 저 같은 초보에겐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그만인 기능이었습니다.
모델명 ASUS ROG Centurion 7.1 아니나 다를까. 합법적 ‘사기템’ 논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청각 장애인들이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또 실제 게임을 할 때는 소리를 통한 판단이 더 빠르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