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취소됐습니다.
가을밤을 화려한 불꽃 아래에서 보내려 했던 막내 기자의 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산조각이 나 버렸습니다. 하지만 우울하게 있을 수는 없죠! 집에서도 쉽고 재밌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빛 축제를 즐길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이른바 ‘방구석 빛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단계 : 재료 준비 ]
방구석 빛 축제의 주재료는 야광봉입니다. 야광봉은 주변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요. 그 속에는 과산화수소와 다이페닐 옥살레이트, 그리고 형광 색소가 들어있습니다.
야광봉이 빛을 내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과산화수소가 다이페닐 옥살레이트와 만나면 불안정한 상태의 중간물질이 생성되고, 이 중간물질이 형광 색소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형광 색소가 불안정해집니다. 불안정한 형광 색소는 시간이 지나며 안정한 상태로 되돌아가는데, 이때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렇게 물질끼리 반응해 빛이 나는 화학적 현상을 화학발광이라고 부릅니다.
야광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연한 플라스틱관 속에 또 다른 유리관이 들어있습니다. 유리관 안에는 다이페닐 옥살레이트와 형광 색소가, 밖에는 과산화수소가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순간에 화학발광이 일어나도록 물질을 분리해 놓은 거죠. 빛이 필요할 때 야광봉을 꺾어 속에 든 유리관을 깨면 분리돼 있던 화학물질들이 만나 화학발광이 일어납니다.
[2단계 : 야광봉 분리 ]
자, 이제 야광봉을 흔들어 볼…, 아니죠. 방구석 빛 축제답게 야광봉을 좀 다르게 사용해볼까 하는데요. 야광봉 안에 있는 물질을 분리해 물감으로 만들고, 그림도 그려볼 예정입니다.
일단 색깔을 결정해 볼까요. 시중에 판매되는 야광봉은 형광 색소의 종류에 따라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한 색의 빛을 냅니다. 빨간빛은 로다민 B, 노란빛은 루브렌, 파란빛은 9,10-다이페닐안트라센이라는 물질이 각각 방출합니다.
원하는 색을 골랐다면 그 안의 물질들을 분리할 차례인데요. 그전에 꼭 환기가 잘 되도록 창문을 열고 손에는 비닐장갑을 착용해주세요. 유리관 속에 들어있는 다이페닐 옥살레이트가 유리관 밖의 과산화수소와 반응할 때 페놀이라는 유독한 물질이 5ppm(1ppm은 0.0001%) 이하의 아주 낮은 농도로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최성득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실험 과정에서 페놀이 휘발되더라도 충분히 환기한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더라도 피부에 닿았다면 바로 흐르는 물로 씻어내야 합니다.
준비가 다 되면 야광봉 속 물질을 모두 꺼내서 분리합니다. 플라스틱관의 윗부분을 자르면 그 안의 유리관을 꺼낼 수 있습니다. 유리관은 안전을 위해 끝을 휴지로 감싸고 가위로 자르세요. 참고로 유리관 밖에 차 있던 과산화수소는 평소에 소독약으로 사용하던 과산화수소와 다르게 감촉이 미끈합니다. 다이페닐 옥살레이트나 형광 색소와 잘 섞일 수 있도록 과산화수소를 유기용매에 녹였기 때문입니다.
[3단계 : 방 구석 빛 축제 개최하기]
드디어 불을 끄고 축제를 시작할 차례입니다. 형광 색소와 다이페닐 옥살레이트, 과산화수소를 섞어 그림을 그립니다. 이때 스포이트, 붓, 면봉 등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려도 상관없습니다. ‘꿀팁’은 검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배경 색이 어두우면 완성작을 사진으로 남길 때 빛나는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흠, 높은 에너지를 가져 불안정했던 색소가 화학발광을 통해 빛을 방출하며 안정해지고 있군’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면 방구석 빛 축제를 더 과학적으로 즐길 수 있겠죠?
에필로그
화학발광 현상은 신나는 빛 축제만 열어주는 게 아닙니다. 코로나19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클리아(CLIA) 기법이라고 불리는 항체 검사법에 활용되고 있죠. 클리아 기법에서 사용하는 형광 색소는 인체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방출하는 항체와 결합하며 빛을 냅니다. 이 빛의 밝기를 측정하면 항체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