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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대중 과학강연 ‘2018 사이언스 바캉스’

베스트셀러 저자 5인이 간다

매년 여름 과학동아가 마련하는 특별한 바캉스, 과학동아의 대중 과학강연 행사인 ‘2018 사이언스 바캉스’가 7월 21일 서울대에서 열린다. 4회를 맞은 올해 ‘사이언스 바캉스’는 과학책을 주제로, 과학대중화에 앞장서 온 다섯 명의 저자가 연사로 나선다. 김상욱 경희대 연구원, 김홍표 아주대 교수, 정재승 KAIST 교수, 아 독자들과 만난다.

 

 

양자역학_김상욱

 

“저는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물리학과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양자역학을 어렵게 여기더군요. ‘이렇게 재미있는 걸 사람들이 왜 모를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죠.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기회가 찾아왔어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역학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넓게 보면 대다수 물리학자가 양자역학을 연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양자역학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적다.


김 교수의 연구 주제는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의 경계 문제에 대한 것이다. 경계 문제란 원자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사람과 자동차를 비롯해 천체의 운동 등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고전역학을 하나의 맥락으로 설명하기 위해 꼭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말한다. 예컨대 닐스 보어를 비롯한 많은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거시적으로 확장시키면 고전역학으로 환원될 거라고 생각해왔지만, 여전히 수학적으로 명료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그는 대학원에서 양자역학을 연구할때부터 이 분야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2004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한 뒤 본격적으로 대중강연을 시작했고, 지역 신문에 영화 속 과학을 설명하는 칼럼을 쓰면서 ‘몸풀기’를 했다.

 

2014년 김 교수는 ‘과학동아’에 ‘양자역학 좀 아는 척’이라는 제목으로 양자역학과 관련된 내용을 연재했고, 최근 그 내용을 편집, 보완해 ‘김상욱의 양자 공부’라는 책을 출간했다.

 

*강연 예고: 김 교수는 양자역학의 핵심인 ‘중첩’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기존 그의 강연이나 책에서 다루지 않은 수학적인 내용까지도 소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컴퓨터와 관련된 양자정보라는 주제도 짚고 넘어갈 예정이다. 김 교수는 “수학을 쓰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강연 참석자들은 다른 준비는 할 게 없고 ‘열린 마음’만 가지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_김재인

 

‘(인공지능 시대는)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 아니다. 기계를 가진 인간 대 기계가 없는 인간의 대결이다.


데이터와 직관력은 말과 기수와 같다. 당신은 말을 앞지르려 노력할 필요 없다. 당신은 말을 탄다.’


김재인 박사(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의 저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중의 한 구절이다. 김 박사는 올해 ‘사이언스 바캉스’에 참여하는 연사 중 과학자가 아닌 유일한 연사다(동물자원학과에 입학했지만 실험의 불확실성(?)을 견딜 수 없어 1학년 때 그만둔 뒤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


그의 전공은 아름다움(美)을 탐구하는 미학이다.


석사학위는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 연구로, 박사학위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철학 연구로 받았다. 그런 그가 인공지능에 주목하고, 대중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뭘까.

 

“철학은 모든 영역에 관심을 두며, 특히 새롭게 변화하는 현상에 주목하는 학문입니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철학적 성찰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인공지능에 대한 그의 관심은 2016년 ‘알파고 쇼크’와 함께 시작됐다. 그가 서울대에서 ‘컴퓨터와 마음’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던 시기였다.


미처 준비도 못한 채 인공지능의 시대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인공지능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인간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김 박사는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희대의 과학적 사건을 철학적인 시선에서 해석했다”며
“인공지능 관련 도서가 쏟아지고 있지만, 컴퓨터공학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논리, 함의 등 철학적 해석을 동시에 담은 유일한 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미학, 정치철학, 윤리학 등 전통적인 철학 주제들과 함께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과 그들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래 전 자연과학이 지금의 철학(philosophy)과 동일한 단어였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강연 예고: 김 박사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사람이 머리를 써서 풀어야 할 문제를 굉장히 잘 푸는 도구다. 인공지능이 도구라면, 인간이 도구와 싸울 필요가 없다. 도구의 성격을 잘 알고, 잘 사용하는 것이 경쟁에서 유리하다. 물론 그 도구를 어떤 문제에 적용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잘 다루는 기수의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날씨_황정아

 

“물리학자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하고 인공위성을 개발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99% 이상이 플라스마이고, 플라스마는 물리학자들의 중요한 연구주제입니다. 물리학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도 저는 제 손으로 직접 인공위성 탑재체를 제작하는 우주 플라스마 물리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99년 방영된 드라마 ‘카이스트(KAIST)’에 등장한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다(당시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물리학과 소속이었던 배우이자 가수 강성연 씨다). 그는 2001년 ‘과학기술위성 1호’의 우주환경 탑재체 개발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구 방사능 벨트(밴앨런대·Van Allen belt)의 생성 원리를 연구해 2006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는 한국천문연구원에 재직하며 북극항로의 우주 방사선 예측 모델 개발, 공군의 우주 기상 인프라 구축 지원 임무, 보현산천문대에 있는 지구 자기장 측정기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지구 방사선, 자기권, 오로라, 태양 플레어, 코로나물질방출(CME) 등 우주 날씨 연구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종합해 2012년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도 펴냈다.


처음부터 과학대중화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권익 신장을 위해 1993년 설립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KWSE)’ 소속으로 6년 전부터 ‘과학탐구교실’이라는 대중강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강연 내용을 묶어 책을 낸 이후 전국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졌다.


그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 또래의 대중을 만나면 특히 더 반갑다”며 “우주 환경 속에 이미 ‘우주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중에게 우주환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예고: 황 책임연구원은 우주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분야 소개와, 우주 날씨, 인공위성을 연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또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황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과학 위성과 우주 날씨, 우리나라 우주탐사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특히 우주 개발 분야에 여성 과학자가 매우 드문데, 후배 여성 과학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뒤따라올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_김홍표

 

“세포 속에 살고 있지만 먼 과거에 세균이었던 미토콘드리아가 혈액으로 나오면 세균이었던 ‘본색’이 드러날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염증 반응이 그 증거죠.”


김홍표 아주대 약대 교수의 ‘특기’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단숨에 흥미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진화의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국내에 소개한 기초생물학 전문가다. 김 교수는 “낫 모양의 적혈구가 생존에 불리한데도 아직 남아있는 이유는 말라리아 내성 때문”이라며 “이렇게 질병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는 이유를 진화적 관점에서 분석한 학문이 진화의학”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특히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분야는 ‘진화’다. 그는 “역사처럼 생물학에도 시간이 하나의 새로운 차원으로 녹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과학 대중화에 뛰어들게 된 계기도 진화의학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책을 번역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로버트 펄먼 미국 시카고대 소아과 명예교수가 집필한 ‘진화와 의학’을 번역해 2015년 출간했다.


직접 쓰기도 했다. 2013년 ‘산소와 그 경쟁자들’, 2016년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에는 우리 몸속 세포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의 기원을 파헤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생물학적 진화를 짚는다.


김 교수는 “옥수수 같은 곡식은 사람과 함께 진화했다”며 “빙하기 이후 춥고 건조한 환경 때문에 인간이 숲을 벗어나 들판에 거주하면서 곡식이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간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에서도 이런 진화적인 관점이 잘 드러난다. 4세대 유전자 가위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퍼를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진화적인 측면에서도 설명한다.


김 교수는 “크리스퍼는 결국 세균과 바이러스의 전쟁에서 나온 진화적 산물”이라며 “이를 인류가 유전공학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예고: 김 교수는 “수만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에서 유전정보 전체가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이 대물림됐다”며 “이런 엄청난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강연에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도구가 인류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또 이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이 있을지 짚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사결정 신경과학_정재승

 

“과학자들은 학문의 최전선에서 우주와 자연, 생명, 의식을 연구하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그 경이로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지요.”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소통하는 과학자’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다. 대중에게 과학의 어려운 이론을 이해시키려하기 보다는 과학의 경이로움을 소통한다. 그는 대학원에 다니던 1995년 12월 과학동아에 ‘시네마 사이언스’라는 칼럼을 연재했고, 이후 이 글들을 묶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를 펴냈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수많은 강연과 책을 통해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고 있다.


2001년 출간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20년 가까이 과학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정 교수의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 신경과학’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뇌파와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서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를 모델링한다. 그는 인간이 의사결정을 하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 이론을 찾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사람이 선택하면 로봇이 대신 행동하는 기술)나 인간의 뇌를 닮은 인공지능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 교수는 매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소도시의 도서관에 가서 과학강연을 기부하는 ‘10월의 하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9년째다.


그는 “과학자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어린이들은 과학자를 꿈꾸기 어렵다”며 “청소년에게 누구나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예고: 정 교수는 ‘뇌공학의 최전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사실 대중에게 뇌공학이라는 분야는 낯설다. 그는 “뇌공학자들의 연구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미래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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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과학동아 편집부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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