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쓱싹 편의점 과학
이창욱 지음│휴머니스트 244쪽│1만 6000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편의점. 눈에 보이면 괜히 한 번씩 들른 다. 우선 편의점의 상징 삼각김밥 한 개를 집어 들고, 카페 가긴 귀찮으니 편의점 커피 한 잔도 내린다. 물론 아이스커피의 민족 답게 얼음컵까지 꺼내고. ‘앗, 잠시만요!’ 계산 전, 계산대 아래 젤리 한 봉도 황급히 올린다.
삼각김밥은 김이 눅눅하지 않아 더 맛있다. 다 일본 발명가 스즈키 마코토 덕분이다. 과자 제조 기술자로 일했던 그는 비닐을 이용해 밥과 김을 분리해서 포장하는 기계를 발명했다. 이 기계 덕에, 김과 밥은 삼각김밥 포장을 뜯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합체 한다. (이론적으론 이렇지만, 사실 합체 성공률은 높지 않다.) 목이 마르니 이제 아이스커피를 마셔야겠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뜨거운 그날을 버티게 해준 것은 편의점에서 파는 꽁꽁 언 얼음이었다. 커피를 얼음컵에 부어 꿀컥꿀컥 원샷을 때릴 때면(?), 작은 몸집으로 엄청난 만족감을 주는 이 시원하고 맛있는 얼음의 위대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얼음은 실로 엄청난 것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1927년 미국 텍사스의 한 제빙 회사는 얼음 공장 에서 우유, 달걀 등을 함께 팔았다. 얼음 덕에 신선하게 보관하니 상온에서 쉽게 상하는 물건도 들여오고, 늦은 밤까지도 안전하게 팔 수 있었다. 회사는 장사가 잘 되자 점점 영업시간과 판매 상품을 늘렸다. 온갖 살림에 휘발유까지 팔았다.
인기가 나날이 치솟았다. 결국 1946년 이 제빙 회사는 브랜드 하나를 만들어 발표한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는 뜻의 ‘세븐일레븐’. 그렇다, 제빙 회사 얼음 공장에서 우리의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을 책임지는 편의점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여러 편의점 브랜드가 나타났다.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물건을 팔면서 편의점은 보편화됐다. 밤낮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웬만한 물건은 다 갖추고 있다. ‘24시간’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삶의 질 향상에 편의점이 한몫한 셈이다. 실제로 2021년 3대 편의점 기준 한국 편의점 개수는 무려 4만 5081개에 이른다.
이런 편의점에 얽힌 사연은 모두 이 책 속에서 펼쳐진 이야기의 일부다. 삼각김밥, 얼음, 커피, 계산대 등 편의점의 모든 것에는 재밌는 사연이 있고, 지금 소개한 내용보다 훨씬 더 놀라운 과학적 사실이 담겨있다.
특히 저자는 과학동아의 자매지인 어린이과학동아의 이창욱 기자다. 평소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사소한 일상에서도 과학을 말하던 이 기자가 결국, 편의점을 털었다. 편의점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는 지금 이 순간, 딱 보기 좋은 책이다.
한국 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30권에 담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들녘
허준의 ‘동의보감’은 당시 조선을 넘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행했다. 중국과 일본의 문명이 조선으로 넘어오는 것이 일반적 이었기에 동의보감의 유행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과연 어떤 내용이 쓰여 있길래 주변국까지 퍼져 나갔을까. 이런 의서를 써낸 조선 의학 사상계의 잠재력은 어느 경지였을까.
7년 전인 2015년, 이런 내용을 담은 책 ‘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가 발간됐다. 이때 땅에 대한 관찰과 사유를 담은 ‘한국 전통 지리학사’, 한반도 자연조건과 정치 사회적 조건의 상호작용으로 발달한 전근대 한반도의 교통 체계를 다룬 ‘한국 전근대 교통사’가 함께 시리즈로 출판됐다.
이후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매해 다양한 주제로 한국 근현대 과학 문명사를 책으로 출간했다. 벼를 주제로 한국인 들의 역사를 다룬 ‘근현대 한국 쌀의 사회사’, 성과 제방을 중심으로 한반도 토목 기술을 살핀 ‘한국 전통시대의 토목문명’ 등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기술하며 한국 과학기술사 빈 공간 을 채우기도 했다. 전혀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과학과 종교의 관련성도 다뤘다.
그리고 올해 9월 네 권이 추가로 출간되며 한국 근현대 과학 문명 서술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한 책은 ‘한국의 술수과학과 문명’이다. 천문, 역법, 풍수지리 등을 다루는 학문인 술수는 원시시대 이래 한국과 동아시아 사회에서 줄곧 존재해왔으나, 통상 비과학적인 것으로 취급됐 다. 그러나 사실 일부 과학은 술수의 지식과 관련있다. 이 책에선 동아시아 문명의 한 줄기를 차지하지만 그간 배제됐던 술수를 바르게 이해하는 시야를 제공한다.
이로써 연구소는 총 30권에 한국 과학 문명사를 집대성했 다. 총서 제작을 기획한 뒤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연구소는 영문 7권을 2023년까지 추가로 발간할 예정이다. 중국, 일본과 달리 이제껏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 과학 문명의 유일성, 우수성을 해외에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