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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 눈이 덮여 있는 이른 봄, 화려한 꽃을 활짝 피우는 게 얼레지이다.
 

동의 나물^습지의 마리골드(금잔화)또는 임금의 컵이라고도 불리우는 황금빛 꽃이다. 높은산, 골짜기 물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탐스러운 꽃이다. 아무리 꽃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이 꽃을 보면 마음이 끌릴 정도로 아름답다. 실제로 노랗게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다. 색이 고운 버섯에 독이 있는 것처럼 이 식물도 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연한 싹일 때는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이른봄 산수유가 질 무렵이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남쪽지방으로부터 꽃이 피면서 북상해온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식물의 종류는 4천여종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생의 관상식물은 대략 7백60종 내외로 꼽히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봄에 피는 꽃들은 꽃을 거의 볼 수 없는 긴 겨울이 물러간 뒤 피는 것들어서 유난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봄꽃을 이야기하면서 동백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동백은 12월부터 4월까지 꽃이 달려 있으므로 모든 봄꽃은 동백이 피어난 후에야 비로소 피기 시작하는 셈이다. 동백 이외에도 매화가 있으나 요즘은 매화를 보기 힘들다. 부여지방의 매화는 추운 겨울에 꽃이 핀다고 하여 한매(寒梅)라고 하지만 이것도 봄날씨가 되어야 핀다.

봄철에 피는 꽃의 종류는많다. 그중에서도 일찍 피는 꽃은 남쪽과 북쪽 그리고 지대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다. 갯버들 할미꽃 히어리 깽깽이풀 및 괴불주머니 등이 곳에 따라 눈에 띄고 북쪽 산상에서는 얼레지가 화려한 자태를 나타낸다.

3월 하순에 피는 꽃중에서 시선을 끄는 것으로 미선나무와 히어리가 있다. 미선나무는 충청북도 군자산록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지만 때로는 관상용으로 심은 곳도 있다. 서울북쪽 효자리 산록에는 바로 옆에 자리잡은 효자원에서 흘러나간 미선나무가 자생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가 그 생육지가 군자산의 자생지와 비슷해 이를 자생 미선나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으나 효자원에서 자라는 미선나무가 너무 많은 까닭에 자생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선나무는 흰꽃이 피는게 대부분이나 꽃빛깔에 따라서 분홍미선, 상아미선 및 푸른미선 등으로 구분한다.

히어리는 처음 송광사가 있는 전라남도의 조계산에서 발견되었으나 지리산 일대에서 흔히 자라고, 경기도 수원의 광교산을 거쳐 포천의 백운산까지 자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잎이 피기 전에 노란꽃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잎이진 다음에는 시원한 심장형의 잎으로 단장한다.

땅 속에서 꽃만이 쑥쑥 자라는 것은 노루귀와 깽깽이풀을 들 수 있다. 이들의 근경(根莖)은 땅속에 들어 있고 짧은 꽃대가 나오기 때문에 많이 모여서 자라는 곳이 아니면 무심코 밟아버리기 쉬운 꽃들이다.

노루귀는 꽃이 진 다음 나오는 잎이 마치 노루귀같이 털이 보르르 돋아있다고 해서 부르게 된 것이며, 숲속에서 자란다. 남쪽의 섬에서 자라는 새끼노루귀는 알락달락한 잎이 더욱 아름답고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노루귀는 반들반들하고 두꺼운 잎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깽깽이풀은 북방에서 자라는 식물로서 중부지방에서도 볼 수 있었던 식물이지만 뿌리를 한방에서 황련이라고 불러써온 탓으로 사라져가는 종류의 하나이다. 반월공단 옆에서 자라던 깽깽이풀의 포기에서 채취한 종자가 자란 것이 요즘 관악수목원에서 귀여운 꽃을 보여주고 있다.
연한 하늘색 꽃이 진 다음 자란 잎은 비오는 날 더욱 아름답다. 마치 연꽃잎을 축소시킨듯이 맑은 잎이 빗물을 받으면 구슬을 만드는 듯하다.
제대로 잎이 나고 꽃대가 자라서 일찍 피는 봄꽃으로는 할미꽃도 인상적이다. 꽃이 크고 아름다우나 흰털로 덮여있고 더우기 꽃이 진 다음 자란 열매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보인다고 해서 할미꽃이란 이름이 생겼다.

산꼭대기에 아직 눈이 덮에 있는 이른 봄. 그 가장자리에서 화려한 꽃을 활짝 피우는 꽃이 있다. 짙은 초록색 잎에 검은 무늬가 있어 알록달록하다고 옛부터 얼레지라고 불려온 꽃이 그것이다. 눈이나 우박이 내려도 끄덕 하지 않고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얼레지는 식물체가 그리 크지는 않으나 뿌리는 20㎝ 내외로 깊숙이 들어 있고 넓은 잎은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지면에 붙어 있다. 꽃대는 길게 나와서 끝에 1개의 나리꽃같은 것이 밑을 향하여 달리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져서 하늘을 향한다. 꽃잎은 자주색이며 밑부분에 짙은 자주 색깔의 W자형 무늬가 있다.
 

은방울꽃^이 꽃의 원산지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은방울꽃을 5월의 꽃(May flower) 이라 해서 5월1일에 이 꽃을 서로 주고 받는 관습이 있다. 6월경에 잎 사이에서 꽃대가 비스듬히 나와 흰색의 작은꽃이 꽃대의 밑에서부터 엇갈려 꼭대기까지 피어난다.


고산식물이지만 남쪽에서는 충무시 앞의 미륵산 계곡에서 자라고 경기도에서는 광릉계곡의 냇가에서 자라는 것도 있다. 일찍 깨어나 봄하늘을 혼자서 즐기다가 다른 식물이 활동을 개시할 무렵에는 열매를 맺고 깊은 땅속에서 조용히 쉬기 시작하는 것이 얼레지이다.

봄에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야생화는 이밖에도 많다. 봄철에 산골짜기를 찾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향기로운 제비꽃만 해도 무려 60종이나 된다. 민들레 앉은부채 바람꽃 앵초 은방울꽃도 모두 봄철에 목격하게 되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이다.

이처럼 이른 봄에 피어나는 봄꽃들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이 아닌 꿀벌일 것이다. 봄에 남쪽을 향한 비탈에 피어 있는 꽃다지의 노란색 꽃은 처음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만큼 작지만 꿀벌들은 이미 향기를 맡고 달려드는 것이다.
 

족도리^봄꽃의 색으로 보기드문 홍자색을 띠고 있다. 야생생강이라 불리우는 이 꽃은 비교적 큰나무들이 우거진 습한 그늘에 자란다. 4월경 날씨가 따스해지면 심장모양의 큰 잎줄기밑의 포기포기마다 한개씩 줄기밑둥에 꽃이 붙는다. 꽃은 작은 방울모양이고 한가운데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이 꽃의 수분(受粉)은 나비나 벌에 의하지 않고 기어다니는 벌레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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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복 명예교수
  • 사진

    임운경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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