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들을 원자 번호 순으로 나열하면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원소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토대로 주기율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기율표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체계적인 형태를 갖춘 건 아니었다.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원소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주기율표가 완성됐다.
주기율표의 역사
주기율표의 역사는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1743~1794년)로부터 시작된다. 라부아지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제시한 화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부아지에는 그가 살았던 당시에 발견된 원소 33종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분류했다.
여기에는 빛과 열, 산화물이 포함돼 있어 원소를 나누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초로 물질과 원소를 분류했다는 점에서 라부아지에의 노력은 주기율표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19세기 초가 되면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구별하는 기술인 분석화학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화학에 관한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원소의 분류보다는 화합물에 대한 분류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중, 1817년 독일의 화학자 요한 되베라이너(1780~1849년)가 스트론튬의 원자량이 칼슘과 바륨의 중간 정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염소(Cl), 브로민(Br), 아이오딘(I)(이상 할로젠 원소)과 리튬(Li), 나트륨(Na), 칼륨(K)(이상 알칼리 금속) 사이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는데, 이를 ‘세 쌍 원소’라고 한다.
이후 영국 화학자 존 뉴랜즈(1837~1898년)는 원소들을 원자량 순서대로 나열하면 8번째 원소마다 일정한 규칙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옥타브 법칙’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의 원소들로는 3주기가 반복된 뒤 발생하는 예외적 현상 때문에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훗날 실험적 증거들이 여럿 나오면서 원소의 규칙성에 대한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834~1907년)는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원자들을 나열해 최초의 근대적인 주기율표를 만들었다. 그는 원자들을 원자량 순서대로 나열하면 일정한 규칙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이는 되베라이너의 ‘세 쌍 원소’ 와 뉴랜즈의 ‘옥타브 법칙’을 모두 만족했다. 하지만 18족 원소에 해당하는 비활성기체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영국의 헨리 모즐리(1887~1915년)는 X선 연구를 통해 1913년 보어의 원자 모형의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원자핵 주위의 전자 구조를 설명했다. 또한 주기율표가 원자량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번호에 의해서 나열돼야 함을 밝혀냈다. 이에 모즐리는 원자번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기율표를 만들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기율표는 모즐리의 주기율표다.
주기율표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주기율표에는 세상을 이루는 118개의 원소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리돼 있다. 주기율표는 가로로 18개, 세로로 7개의 칸이 있다. 세로줄은 ‘족’, 가로줄은 ‘주기’를 나타낸다. 이런 규칙이 나타나는 이유는 원소의 핵과 전자 사이의 인력이 바뀌면서 화학적·물리적 특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양성자 수를 기준으로 원소를 정렬해보면 같은 족 원소들의 전자껍질 수는 주기율표에서 아래로 갈수록 증가하고, 같은 족 원소의 경우 가장 바깥쪽 전자의 수가 모두 같다. 또 같은 주기에 있는 원자의 반지름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작아진다. 왼쪽 주기율표를 보면 원소의 원자번호에 따라 금속인지 아닌지, 실온에서의 상태는 어떤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주기율표의 가로줄에 해당하는 주기와, 세로줄에 해당하는 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참고로 많은 학생들이 혼동하는 용어의 정의를 한번 더 정리해보자. 바로 ‘최외각 전자’와 ‘원자가 전자’다.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주기율표에서는 금속원소들과 비금속원소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금속성이 증가할수록 전자를 잃기 쉽고, 양이온이 잘 된다. 반대로 비금속성이 클수록 전자를 얻기 쉽고, 음이온으로 잘 바뀐다.
이제는 특정 족에 해당하는 원소들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주목해야할 족은 1족 원소와 17족 원소다. 주기율표의 1족에 속하는 원소 중 수소(H)를 제외한 원소인 리튬(Li), 나트륨(Na), 칼륨(K) 등을 알칼리 금속이라고 한다. 원자가 전자 수가 모두 1이며, 전자를 1개 잃어 +1가 양이온이 되기 쉽다. 몇 가지 공통적인 성질이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알칼리 금속의 공통적인 성질
➊ 실온에서 모두 고체 상태이며, 칼에 잘릴 정도로 무르다.
➋ 공기 중에서 쉽게 산소와 반응해 금속 특유의 광택이 사라진다.
➌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반응 뒤 수용액은 염기성을 띤다.
주기율표의 17족에 속하는 할로젠 원소는 비금속 원소로 플루오린(F), 염소(Cl), 브로민(Br), 아이오딘(I)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자를 1개 얻어 -1가 음이온이 되려는 성질이 강하다. 마찬가지로 할로젠 원소의 공통적인 성질은 다음과 같다.
할로젠 원소의 공통적인 성질
➊ 반응성이 매우 커서 대부분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➋ 실온에서 원자가 2개인 분자 상태(F2, Cl2, Br2, I2)로 존재한다.
➌ 알칼리 금속과 반응해 염을 생성한다
➍ 수소와 반응해 할로젠화 수소를 생성하며, 할로젠화 수소는 물에 잘 녹아 산성을 띤다.
이와 같은 알칼리 금속은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리튬을 이용한 리튬이온전지와 나트륨을 이용한 비누, 가로등이 있다. 할로젠의 경우 치약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소독과 표백제에 사용되는 염소 등이 있다.
원소들이 안정해지기 위한 화학 결합
원소들은 안정한 상태가 되기 위해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또는 원자들끼리 전자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화학결합을 한다. 이는 18족 원소에 속하지 않는 원소들이 18족 원소와 같이 가장 바깥 전자껍질에 8개의 전자를 채워 안정해지려는 경향에 의한 것이다. 이를 ‘옥텟규칙’이라고 한다. 원소들이 옥텟을 이루기 위해 이용하는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에 대해 알아보자.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만날 경우 전자를 잃어버리려는 금속 원소와 전자를 얻고자 하는 비금속 원소 사이에서 전자의 이동이 일어난다. 그 결과 금속 원소는 전자를 잃어 양이온을 형성하고, 비금속 원소는 전자를 얻어서 음이온을 형성한다. 그리고 양이온과 음이온은 서로 다른 전하를 가진 이온 사이에 작용하는 힘인 이온 결합력(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결합한다. 결합이 형성되면서 물질의 에너지가 낮아지고 물질은 안정한 상태가 된다.
비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만날 경우 전자의 일방적 이동이 아닌 서로가 가진 전자를 공유해 각각의 원소가 최외각 전자를 가득 채우는 상황을 만든다. 공유결합이 일어날 때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서는 인력이 작용하고, 원자핵과 원자핵, 전자와 전자 사이에서는 반발력이 작용한다. 이 때 에너지가 가장 낮은, 가장 안정한 상태에서 공유결합이 형성된다.
이온결합 물질의 경우 양이온과 음이온이 한 쌍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양이온과 음이온이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녹는점과 끓는점이 높으며, 대부분 물에 잘 녹는다. 물에 녹아서는 양이온과 음이온의 형태로 존재한다. 비교적 단단하나,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쉽게 쪼개지거나 부서진다. 그 이유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교차된 형태로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돼 있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NaCl은 Na+ 이온과 Cl- 이온이 오른쪽 위 그림처럼 교차돼 결합해 있다. 그런데 힘이 가해져서 원자열 하나가 움직이면 아래 원자열과 서로 같은 극이 돼 반발력이 발생하고, 결합이 끊어지게 된다. 고체 상태에서는 전기 전도성이 없지만 액체나 수용액 상태에서는 이온의 이동으로 전기 전도성을 가진다.
공유결합 물질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개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온결합 물질에 비해 녹는점과 끓는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부분 실온에서 액체나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흑연을 제외한 공유결합 물질은 고체나 액체 상태에서 전기 전도성을 가지지 않는다.
과학동아 2016년 2월호 ‘꽉 찬 주기율표 새로운 화학 문 여나’ 중 발췌
113번 원소, 어떻게 발견했을까
2015년 12월 31일,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연맹(IUPAC)과 국제 순수 및 응용물리학연맹(IUPAP)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니시나 가속기연구센터(RNC) 모리타 고스케 박사팀에게 113번 원소(임시명:Uut, 우눈트륨)에 대한 명명권을 부여했다. 모리타 박사팀은 2003년 9월 실험에 착수해 세 번에 걸쳐 113번 원소(278Uut)를 발견했다. 러시아와 미국도 113번 원소를 발견했으나, 실험의 완성도가 떨어져 인정받지 못했다.
*우눈트륨
113번 원소의 이름은 2017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IUPAC 총회에서 ‘니호늄(nihonium)’으로 공식 결정됐다.
113번 원소는 원자량이 매우 큰 초중 원소(superheavy element)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두 종류의 원자핵을 충돌시키는 핵융합을 통해 합성된다. 하지만 원소 그대로 존재하는 시간이 0.0002초에 불과해 직접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때문에 알파붕괴된 횟수와 붕괴로 생성된 원소를 검출해 간접적으로 역추정해야 한다. 알파붕괴는 원소가 알파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다른 종류의 원소로 바뀌는 것으로, 알파붕괴 한 번에 원자번호는 2, 질량수는 4가 감소한다.
연구팀은 아연(70Zn)의 원자핵을 선형입자가속기에서 가속한 뒤 비스무트(209Bi) 금속판과 충돌시켜 113번 원소를 합성했다. 첫 발견은 2004년 7월에 있었다. 충돌 직후 네 번의 알파붕괴와 105번 원소인 더브늄(262Db)이 감지됐다. 이를 통해 113번 원소가 네 번 알파붕괴(원자번호 8감소)해 105번 원소가 된 것으로 역추정했다. 간접적으로 113번 원소가 합성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05년 4월, 다시 한 번 네 번의 알파붕괴와 105번 원소를 검출하면서 113번 원소 입증에 한 발짝 다가섰다. 1998년과 2003년에 독일의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가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했음에도 원소 검출에 실패한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거둔 큰 성과였다.
하지만 IUPAC은 이를 새로운 원소의 발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알파붕괴를 이용한 원소 검출법은 붕괴 횟수와 관련이 많은데, 네 번의 붕괴로는 새로운 원소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알파붕괴 발생시간, 알파입자가 가지고 나온 에너지량 등의 데이터 값이 1, 2차 실험에서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모리타 박사팀은 확증을 위해 실험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좀처럼 발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2년 8월, 모리타 박사팀은 마침내 113번 원소를 확증하는 실험결과를 얻어냈다. 동일한 과정을 통해 나타난 105번 원소 더브늄이 연달아 두 번 더 알파붕괴하면서 101번 원소인 멘델레븀(254Md)이 나타난 것이다. 여섯 번의 연이은 알파붕괴와 멘델레븀은, 이것이 113번 원소로부터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더군다나 세 번에 걸친 이들의 발견은 IUPAC으로부터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실험장치 팀장은 “실험 완성도에 있어 네 번의 알파붕괴와 여섯 번의 알파붕괴는 매우 큰 차이”라며 “이제까지 원소 발견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주도하고 아시아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일본이 이 구도를 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