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가장 명예로운 상의 대명사다. 최고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필즈상’은 ‘수학의 노벨상’으로 비유된다. 획기적인 연구 성과에는 ‘노벨상 0순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국은 ‘노벨상 열병’을 앓는다. 올해는 그나마 덜한 편이다. 일본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한 몫 했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기반 지식인 서비스 ‘쿼라(Quara)’에는 ‘왜 한국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물론 과학 분야에 한정한 얘기다. 첫 답변은 인도 캘커타대를 졸업하고 한국의 국립대 대학원에 다녔다고 밝힌 인도인이 달았다. 그는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피인용 지수)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싣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일침을 날렸다. 국내에서도 매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내용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미국 국적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22명이 노벨상을 받았고, 이 중 17명은 2000년 이후에 나왔다. 하지만 마냥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유네스코 과학보고서’에서 “2000년대 노벨상 수상 연구는 대부분 1980년대 이전 성과”라며 “지금 노벨상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현재 연구개발(R&D)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14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은 2007년에 비해 31.6% 늘었지만,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서 5.8%로 줄었다. 대학의 R&D 예산은 고작 1.3% 늘었고, 고정적으로 편성되던 R&D예산은 최근 10년간 1%가까이 줄었다.
한국은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에 4.29%를 투입했다. 비율만 놓고 보면 일본을 넘어선다. 희망적인 신호다. 노벨상은 최소 20~30년 전의 연구 성과에 주어진다는 점에서 ‘기다림의 미학’에 가깝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끈기와 시간이다. ‘노벨상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