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기 DGIST 신물질과학전공 교수(바이오자성융합센터장)는 물질이 가진 기본 성질 중 하나인 ‘자성’을 응용해서 질병진단기술을 개발하는 융·복합 연구자다. 그는 올해 3월 거미집을 모방해 기존보다 20배 빠른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주목 받았다. 특히 이 연구 결과는 7년 동안 함께 연구해 온 임병화 연구원(박사과정)과 함께 맺은 결실이라 의미가 더 크다.
두 사람이 함께 고민한 문제는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과 세포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센서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였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서 특이 단백질, 호르몬 변화 등의 전조 증상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이들을 측정해 진단에 활용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이 더디다. 2000년대 이후 나노기술의 발달로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혈액이나 소변에 들어 있는 질병 관련 단백질 등의 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센서를 작게 만들어야 하는데, 센서가 작으면 그만큼 측정하고자 하는 물질과 만날 확률이 줄어들어서 검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위적으로 물질 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지름이 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단위인 센서에 물질이 검출되기까지는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걸린다. 김 교수와 임 연구원은 ‘거미줄 구조’와 자성 입자를 이용해 검출 속도를 20배 이상 빠르게 향상시켰다.
방향 제시와 시행착오가 더해져 탄생한 ‘거미집 센서’
“교수님께서 방사형으로 경로를 만들어서 자성입자가 붙은 단백질을 센서로 끌어 모으자는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거기에 제가 실험하면서 생각한 아이디어를 덧붙여 거미집 모양이 나온 거죠.”
임 연구원은 처음부터 거미집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처음 했던 실험은 김 교수의 제안에 따라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실리콘 패널 위에 센서를 만들고, 센서로 향하는 방사형 경로를 제작한 것이었다. 여기에 자성 입자를 붙인 단백질이 들어 있는 시료 용액을 넣고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 조종을 하니 김 교수의 생각처럼 단백질이 센서로 빠르게 이동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방사형 경로 사이사이에 움직이지 않고 남아 있는 단백질들이 많았다. 임 연구원은 그 단백질들까지 센서로 이동시켜 센서의 검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것을 제안했다. 만들고 보니 신기하게도 거미집 모양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는 단백질 이동 시간이 불과 몇 분으로 줄어들었다.
김 교수와 임 연구원은 앞으로 이 진단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장치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나아가 칩 하나로 개별 세포의 구성 물질들을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교수와 대학원생은 사제관계이면서 동시에 함께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파트너다. 새로 개편된 ‘융·복합 파트너@DGIST’에서는 DGIST 대학원 6개 전공분야 융복합 연구실의 최신 연구업적과 그 성과를 함께 이룬 교수와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