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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녹조라떼’로 만든 신발이 있다고?

중국 타이후 호의 모습(오른쪽). 이 호수의 녹조를 이용해 울트라 3 에코를 만들었다(왼쪽). 신발 하나를 만들 때마다 216L의 물을 깨끗히 할 수 있다.
 

녹조는 물에서 사는 조류 중 특히 남조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물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조류는 수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지만,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면 되려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녹조가 발생할 조건은 충분한 햇빛, 적정한 수온, 질소, 인과 같은 영양염류, 오랜 체류시간이다. 자연상태의 강은 영양염류가 많지 않고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녹조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보와 같은 인공적인 저수 시설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고, 생활 하수 등에서 흘러나오는 영양염류가 많아지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녹조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중국 타이후 호 녹조, 신발이 되다
녹조 신발을 만든 회사는 영국의 ‘비보베어풋’과 미국의 소재 개발 회사 ‘블룸’이다. 이들은 5월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녹조로 만든 신발 ‘울트라 3 에코’를 공개했다. 특이하게도 연구실에서 미세 조류를 배양해 연못 등에서 얻은 조류를 이용한다. 이 신발 한 켤레면 물 57 갤런(약 216L)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신발 개발에 쓰인 물은 중국의 3대 담수호 중 하나인 타이후 호의 물이다. 1980년대에는 인기 있는 휴양지였지만, 2007년 급격히 증가한 녹조로 식수 이용을 중단하는 등 녹조로 꽤나 속앓이를 했던 곳이다. 당시 중국은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해 녹조를 없애는 데 힘썼지만 여전히 녹조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녹조 신발의 개발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녹조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데다가 이를 활용해 신발까지 만드니, 진정한 일석이조다(위 신발 사진을 보면 신발의 모양도 제법 멋스럽다).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찾아봤지만, 의외로 하천의 녹조를 활용한 제품은 거의 없었다. 2015년 블룸이 제작한 녹조 매트 ‘블룸 폼’이 전부였다. 김진석 한국화학연구원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하천에서 생기는 녹조는 독성을 가진 조류가 많은 데다, 생산성이 적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건조 차, 뽑았다, 조류 데리러 가~!
블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미세조류 바이오 플라스틱의 경우 대부분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지질, 숙신산을 만들어내는 미세조류를 이용한다. 조류를 대량 배양시켜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하지만 하천에 사는 자연산(?) 조류는 대부분 이런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지 못한다. 블룸은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조류 자체를 원료로 사용한 것이다.

하천에서 물을 끌어올린 뒤, 화학 응고제를 풀어 넣으면 하천에 사는 조류가 한 덩어리(플록)로 뭉쳐진다. 여기에 공기를 주입하면 물 표면으로 플록들이 올라오고 이를 분리한다. 태양열로 플록을 바짝 말려, 신발의 재료로 사용하고, 깨끗해진 물은 다시 연못으로 되돌려 놓는다. 모든 공정은 캠핑카 크기의 이동식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블룸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간단한 공정으로 가격을 줄이고, 이동식 플랫폼을 구축해 녹조가 있는 하천이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4대강과 중국 타이후 호의 녹조 중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모습.

하지만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확하는 조류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류만으로 신발을 만
들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울트라 3 에코는 조류 40%, 에틸렌초산비닐공중합체(EVA) 60%로 이뤄져 있다. EVA는 플라스틱 제품에 흔히 쓰이는 재료다. 이 공정을 통해 요가 매트에 쓰이는 플라스틱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연질 플라스틱’을 생산했다. 블룸의 설립자 롭 팔켄은 글로벌 경제매체 ‘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은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석유기반 원료와 동일하게 맞췄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신발의 주 원료인 중국 타이후 호의 조류 중에는 독성을 내뿜는 마이크로시스티스와 같은 조류도 포함돼 있다(마이크로시스티스는 우리나라 4대강 녹조의 우점종이기도 하다). 또한 남조류가 내뱉는 베타-N-메틸아미노-L-알라닌(L-BMAA)이라는 독성 물질도 있다. 비보베어풋 안나 해리슨 마케팅 팀장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이동식 플랫폼으로 건조해 온 미세 조류들은 연구실에서 독성을 제거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조류가 독성 물질을 뱉기 전 정기적으로 조류를 수확해 공정절차를 줄이고, 하천의 생태계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트라 3 에코는 7월부터 비보베어풋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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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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