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좀비를 만드는 건 공상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이스라엘 벤규리온대 생명과학자 프레데릭 리버샛 교수는 ‘암풀렉스 콤프레사’(Ampulex compressa)라는 말벌이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일명 ‘좀비 바퀴벌레’를 만든다고 ‘실험생물학지’ 12월호에 발표했다.
이 말벌은 바퀴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 습성을 갖고 있다. 새끼가 자랄 때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다. 알을 낳기에 적당한 바퀴벌레를 고르고 바퀴벌레에 침을 쏘아 마비시키는데, 먹이를 마비시키는 것은 다른 동물도 즐겨 쓰는 사냥법 중 하나다. 하지만 리버샛 교수팀이 관찰한 결과, 마비된 동물은 보통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하는 데 비해 이 말벌의 침을 맞아 마비된 바퀴벌레는 말벌이 이끄는 곳으로 기어가는 행동을 보였다. 마비된 상태에서 마치 좀비처럼 졸졸 따라갔다.
리버샛 교수는 바퀴벌레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원인이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 물질을 찾기 위해 신경전달물질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화학물질을 몇 종류 만든 뒤, 말벌의 침을 맞고 좀비가 된 바퀴벌레에 차례대로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옥토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주입했을 때 좀비 상태이던 바퀴벌레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아냈다. 즉 이 말벌이 침을 쏘면 바퀴벌레의 옥토파민이 차단돼 좀비 상태가 되는 것. 옥토파민은 걷기 같은 행동을 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