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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와 플라멩코로 알려진 정열의 나라 스페인, 그중에서도 피카소와 가우디의 흔적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바르셀로나는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사람들이 절대로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르셀로네타 해변입니다. 유전체조절연구소(CRG)는 바로 이 해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방가르드한 타원형 건물을 한눈에 찾을 수 있죠.


세계적인 유전체 프로젝트의 허브
CRG는 바르셀로나에 유럽 최대의 생의학 분야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전략의 하나로 2000년에 설립됐습니다. 현재 있는 건물은 2006년 개관한 바르셀로나 생의학 연구파크(PRBB)인데요. 여기에 CRG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시립 의학연구소, 환경성 질환 연구센터, 재활의학연구소 등 총 6개 센터가 입주해 있습니다. 합치면 1500여 명의 생명공학 연구원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CRG는 유전체(게놈) 연구에 특화돼 있습니다. 유전체학 외에도 시스템 생물학, 생물정보학, 발생생물학, 암 관련 줄기세포 등을 연구합니다. 하나의 분야 안에서도 연구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고 해요. 같은 시스템 생물학을 연구하더라도 효모, 대장균, 예쁜꼬마선충, 심지어는 로봇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실험을 합니다.

CRG는 ‘엔코드(ENCODE)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연구를 이끌었고 현재 후속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엔코드 프로젝트는 그동안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정크 DNA가 실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5년 전 큰 화제가 됐었죠. 또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생명공학 분야의 가장 큰 프로젝트라 불리는 ‘국제 암유전체컨소시엄(ICGC)’에서도 CRG가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Women in Science’CRG의 연구원은 400명 정도 됩니다. 재밌게도 스페인 연구자들의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연구원의 60%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외국 연구자들입니다. 유럽 연구소들이 대부분 그렇듯, CRG는 박사 후연구원이나 주니어 그룹 리더의 경우,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원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요. 또 CRG는 특별히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Women in Scienc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임연구원 쪽으로 갈수록 여성 연구자들의 비율이 낮은 것은 유럽도 예외가 아닌 모양입니다.) CRG는 아이가 있는 여성 박사후연구원들에게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등 여성 과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CRG는 유전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일하고 싶어 하는 연구소라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연구소가 해변에 있는 점도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근 전후로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여름이 되면 연구소 자체적으로 두 달 동안 비치발리볼 경기를 한다고 하니까요. 건물의 모든 층에 테라스가 있어서 연구소 안에서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참 부럽습니다. 테라스 공간은 연구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아침에는 차를 마시고 점심에는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간단히 와인을 마시는 낭만이 있다고요. 아쉽게도 평소엔 외부인들에게 개방하지 않지만, 1년에 두 번은 연구 내용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연구소를 오픈한다고 해요. 그래서 제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CRG 오픈 데이에 테라스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하몽을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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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도움

    박솔잎 CRG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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