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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류현진, 네 탓이 아니야!

류현진, 네 탓이 아니야!


평균자책점
대부분의 야구팬이 투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평균자책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점수를 주는 상황을 한번 떠올려보자. 투수가 연속 안타를 맞고 점수를 주기도 하지만 수비수의 어이없는 실수(실책)로도 점수를 준다. 명백한 실책은 수비에 의한 실수로 기록되지만(비자책), 실책인지 아닌지 애매하거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훨씬 많다. 따라서 수비가 약한 한화에서 뛴 류현진과 물샐틈없는 수비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의 SK에서 뛴 김광현을 똑같이 실점으로 평가하는 게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이 수비무관자책점(FIP, field independent pitching)의 출발점이다.



투수는 홈런, 볼넷, 삼진만 책임진다

FIP는 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부터(인플레이 상황) 투수 본인이 책임지는 부분은 오직 삼진, 볼넷, 사구, 홈런뿐이라고 주장한다. FIP의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다.



평균자책점을 구할 때 분자에 있던 실점(자책점)이 FIP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를 수비와 무관한 홈런(수비수가 손쓸 수 없게 담장을 넘기는), 볼넷과 사구(투수가 볼을 네 개 던지거나 타자에 공을 맞히는), 삼진(수비의 도움 없이 투수 혼자 아웃카운트를 늘리는)만을 고려한다. 수비와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안타와 실점이 아예 빠졌다. C는 리그상수로 FIP값을 전통적인 방어율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만든 숫자다. 안타와 그에 따른 실점으로 계산한 방어율을 최고로 여기던 전통적인 야구팬과 해설자, 언론에게 FIP는 충격적이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았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투수가 안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인플레이된 타구 타율(BABIP)을 보면 알 수 있다. BABIP란 타자가 친 공이 내야나 외야로 떨어졌을 때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다. 3할 타율 타자가 열 번 타석에 서서 세 번 안타를 치는 선수를 의미한다면, BABIP 3할 타자는 열 번 공을 맞혀 그 중 세 번은 안타를 친다. 반대로 투수는 열 번 인플레이 상황이 일어나면 세 번은 안타를 맞는다. 주목해야 할 점은 투수의 BABIP는 해마다 심하게 변하고, 타자의 BABIP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타자는 자신이 맞힌 공을 의도적으로 안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BABIP 일정). 반면 투수는 자신이 던진 공이 안타가 되는 데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변하는 BABIP) 안타는 투수의 잘못이 아니다.

투수의 실력과 실점도 연관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명 세이버 매트리션인 톰 탱고의 분석에 따르면 실점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이다. 점수를 줄 때 운의 책임은 절반에 가까운 44%고, 투수의 책임은 28%밖에 안됐다. 이만하면 실점으로(자신의 잘못이 4분의 1뿐인!) 모든 걸 평가받던 예전의 투수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Good bye 헨리, 고든, 캠프!

헤이~ 헨리, 현진이한테 왜 그래?

이처럼 FIP는 외부적인 요소를 제외한 투수의 순수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 만약 평균자책점이 FIP보다 높으면 그 선수는 자신의 실력보다 불운한 한 해를 보낸 셈이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의 류현진이다. 2014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38, FIP는 2.62로 FIP가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낮다. FIP 2.62는 메이저리그 전체 7위로 에이스 투수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류현진의 팬으로서 참 아쉽다. 대체 2014년에 류현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UZR : UZR 값이 0이면 리그 평균이 수비수다.LA 다저스의 수비에 해답이 있다. 특히 헨리 라미레즈가 뛴 유격수와 여러 선수가 ‘땜빵’을 한 중견수가 문제였다. 야구장을 64개 구역으로 나눠 포지션에 따라 선수의 수비실력을 평가하는 지수인 UZR을 보면 다저스 수비가 얼마나 막장이었는지 알 수 있다. 헨리 라미레즈의 UZR은 -10.3으로 형편없는 수준이고, 2루수인 디 고든마저 -3.4로 평균 이하였다. 중견수로 나선 맷 켐프는 -8.7, 류현진과 특히 친한 야시엘 푸이그 역시 400이닝 동안 중견수로 뛰면서 -2.5를 기록했다.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센터라인이 이런데 류현진이 평균자책점이 낮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희망적인 소식은 올해에는 더 이상 이런 막장 수비를 안 본다는 것이다. 헨리 라미레즈, 디 고든, 맷 캠프가 겨울 이적 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그 자리를 수비가 좋은 이적생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수비에 고통받던 류현진에게 올해는 쨍하고 해 뜰 날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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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전민찬, 송준섭 기자
  • 글 및 사진

    bizball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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