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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초대칭 이론, 아직은 흔적 못 찾아”


힉스 입자 발견으로 널리 알려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연구진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과 CERN의 협력 연구 10주년을 기념해 3월 31일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과학동아는 이미 CERN의 새 소장을 단독 인터뷰한 적 있다(2016년 11월호).
이번에는 CERN의 핵심 실험을 맡고 있는 페데리코 안티노리, 조엘 버틀러 대변인을 만나 최근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들어봤다.


한국에 온 목적을 소개해 달라

안티노리: 한국과 협력한 10주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 두 번째로 대변인을 맡고나서 첫 공식 일정이다. 10년 전 처음 대변인 일을 맡았을 때도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래서 내게 특별한 느낌을 준다.

앨리스(ALICE)가 무엇인가

안티노리: ALICE는 무거운 이온을 가속해 충돌시켜서 얻은 극단적인 물질의 상태를 연구하는 실험이다. 무거운 이온을 충돌시키면 1조℃가 넘는, 태양보다 수백 배 뜨거운 온도 상태가 되는데, 빅뱅 후 수 ms(밀리 초, 1ms는 1000분의 1초) 이후의 온도가 그 정도다. 이런 온도에서는 핵을 구성하는 쿼크와 글루온 등이 핵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가 된다. 이를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라고 하는데, 그런 걸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5년부터 거대강입자충돌기(LHC)의 에너지를 높여서 실험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나

안티노리: 우리 연구는 입자를 탐색하는 게 아니어서 (입자 연구가 주 목적인) CMS보다는 입자를 가속시키는 에너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ALICE에서는 기존 연구와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잘 통합해서 통계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최근 두 데이터를 통합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무거운 납 이온을 충돌시키면 여러 입자가 생성되고 다시 플라스마 안에서 재결합 한다. 우리는 입자들이 쿼크 수준으로 풀어졌다가 다시 모여서 입자로 생성되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쿼크-글루온 플라스마에 점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성질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또 보통은 이온을 이용해서 쿼크-글루온 플라스마를 만드는데, 양성자를 높은 에너지로 충돌시켰을 때도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만들어진다는 신호를 얻었다.
 

한국 연구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안티노리: 현재 한국에서는 8개 기관의 연구자 45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금 ALICE 검출기 성능을 개선하고 있는데, 중요한 검출기를 한국 연구진이 만들고 있다. 어떤 입자가 들어오는지를 알아내는 장치다. 부산대와 연세대에서 만들고 있는데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며, 한국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그밖에도 뮤온 추적기와 데이터 분석을 위한 컴퓨팅 자원도 한국에서 제공하고 있다.

CMS 실험은 어떤가. 에너지를 높인 뒤 진행된 실험에서 새로운 성과는 없나

버틀러​: 첫 해인 2015년에는 데이터를 많이 얻지 못했고, 2016년에는 그보다 10배 이상의 데이터를 얻었다. 그 데이터를 지금 분석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특별히 새로운 발견은 없지만 힉스 입자에 대한 좋은 신호를 얻었다. 힉스는 입자를 질량으로 연결시키는데, 힉스 장(field)이 입자들에게 질량을 준다. 현재 어떻게 그런 것들이 각각의 입자로 만들어지는지 연구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 말하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0~15% 정도 더 확인해 볼 여지가 있고, 그 과정에서 (표준모형과 다른)새로운 물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예를들어 힉스가 가볍지 않다거나, 여러 종류가 있다거나.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

Q 입자물리학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초대칭성을 찾으려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던데, 설명해 달라

버틀러​: 초대칭성은 힉스 입자의 질량 문제를 해결하는 가설 중 하나다(실제 관측되는 힉스 입자의 질량은 양성자의 100배가 조금 넘는 정도지만 이론에 따르면 훨씬 커야 한다). 물리학자들이 초대칭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존하는 세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힉스 입자의 질량뿐만 아니라, 암흑물질의 후보물질을 제시할 수 있고,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우주 초기 상태에서 하나로 묶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순하고 간결하며 아름다운 이론이지만 여러 가설 중 하나일 뿐이다. 초대칭성이 없다고 물리학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찾은 결론은, 아마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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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사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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