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교란하는 ‘괴물쥐’로 알려진 설치류 뉴트리아의 담즙에서 웅담 성분이 발견돼 화제입니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 문제였던 뉴트리아가 하루아침에 멸종을 걱정해야 할 동물이 돼 버렸는데요. 치명적인 기생충과 세균이 있어 먹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도 많습니다.
뉴트리아를 둘러싼 각종 소문의 진실을 짚어봤습니다.‘웅담 왕’ 사실일까
뉴트리아가 화제의 중심이 된 건 연성찬 경상대 수의대 교수팀이 지난해 뉴트리아 20마리의 담즙을 분석한 결과, 실제 곰의 쓸개에서 발견되는 웅담 성분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 성분을 찾아 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뉴트리아의 쓸개를 건조시켜서 한국의약품시험 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는데, 평균 43%가 UDCA였습니다. 놀라운 결과였죠. 이 성분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아메리칸 흑곰(38.8%)보다도 높은 수치였으니까요. 참고로 사람은 UDCA 성분이 3~5%, 오소리는 4% 정도가 있고요. 곰 중에서도 1~2%로 적은 종이 있습니다. 뉴트리아가 비록 가시쥐과이지만 ‘웅담 왕’인 것은 증명된 셈입니다.
뉴트리아로 화장품 만든다?
‘뉴트리아 화장품’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소설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일부 연구자가 뉴트리아 기름 성분으로 자외선차단제, 동상치료 연고를 만들려고 하고요. 민간요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소리 기름을 화상 치료에 사용해왔거든요. 실제로 경상대 연구팀은 뉴트리아 지방조직에서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팔미틴산 성분을 검출해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뉴트리아는 모피용, 그리고 식용입니다. 1980~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도 이런 목적이었죠.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1월 30일 자신의 SNS에 “(뉴트리아는) 고기가 맛있다. 거의 모든 부위에 지방이 가늘고 촘촘하게 박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트리아가 기생충 덩어리?
최근 환경부에서는 뉴트리아가 살모넬라균과 같은 다양한 인수공통 병원체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냈습니다. 앞서 2014년 대한기생충학회지에도 국내 서식하는 뉴트리아가 뉴트리아분선충, 간모세선충에 감염돼 있다는 논문이 실렸고요. 하지만 뉴트리아가 치사율이 높은 탄저병과 뇌염 유발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뉴트리아는 우포늪과 같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그곳의 상위 포식자인 뉴트리아가 그토록 치명적인 세균,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면 다른 생물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손가락 물어뜯는 괴물쥐?
생태계 교란종 중에서 유일한 포유류인 뉴트리아는 커다란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물리면 손가락이 절단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괴물쥐’의 개체수를 감소시켜야 한다며 뉴트리아의 항문을 꿰매 서로 공황상태에서 공격하도록 만들자는 비인도적인 제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트리아를 연구하는 수의사들은 뉴트리아가 비교적 온순한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야생동물이 자기를 죽이려는 상대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요.
물론 온순하다고 해서 뉴트리아를 잡거나 사육할 생각은 넣어두십시오. 불법입니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