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첨화일까요, 설상가상일까요. 쓸데없이 신기한 것을 만드는 긱블이 남 골탕 먹이는 ‘수상한 녀석들’을 만났습니다. 유튜브 채널 ‘수상한 녀석들’은 요즘 유튜브에서 흥행하는 콘텐츠인 몰래카메라를 주로 기획하며, 1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학적으로 골탕 먹이는 환장의 조합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진짜 묠니르가 나타났다
두 팀이 함께 회의합니다. 각자 생각한 남 골탕 먹이는 방법을 공유하네요. 그중 긱블의 PD인 태정태세 님이 요상한 녀석을 찾아왔습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동영상이었는데, 길바닥에 놓인 ‘묠니르’를 딱 한 사람만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묠니르는 마블 코믹스의 주요 캐릭터인 토르의 망치입니다. 이 망치는 오직 주인인 토르만 다룰 수 있습니다. 마블의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다른 히어로들이 돌아가며 묠니르를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결국 한 사람도 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토르는 한 손으로 아주 가뿐하게 들어 올리죠.
태정태세 님이 보여준 동영상에서는 현실판 묠니르가 등장합니다. 바닥에 놓인 묠니르를 사람들이 들어 올리려고 하지만 아무도 들지 못합니다. 단 그 묠니르를 만든 사람만 가볍게 들어 올립니다. 그것도 한 손으로 가볍게 말이죠.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전자석에 있습니다. 전자석은 초등학교 때도 배운 개념입니다. 물론 잘 기억나지 않겠죠? 전자석이란 단어는 기억나지 않아도 이 실험은 기억날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있는 실험인데요. 우선 기다란 볼트에 에나멜선과 같은 전선을 돌돌 감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건전지를 연결하면 단순 철 덩어리였던 볼트가 가벼운 클립이나 커터칼 같은 금속을 달라붙게 만드는 자석이 됩니다. 기억나시나요?
이처럼 전자석은 전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자기력이 없지만, 전류가 흐르면 자기력을 갖는 자성체입니다.
영상 속 묠니르는 사실 철판 위에 놓여 있습니다. 만든 사람이 들어 올릴 때 묠니르는 단순히 철 덩어리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 올리려고 할 땐 묠니르에 전류를 흘려 바닥에 있는 철판과 강력하게 달라붙는 자성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죠. 상대방에게 왜 이렇게 힘이 약하냐며 놀릴 수 있는 딱 좋은 상황입니다.
버려진 전자레인지에서 구한 강력한 전자석
자, 이제 이걸 긱블이 몰래카메라로 속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영상처럼 묠니르 모양으로 만들면 대번에 상대방의 의심을 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길바닥에 놓여 있어도 자연스러운 페인트통을 이용해보겠습니다.
시나리오까지 착착 나왔습니다. 우선 왜소한 여학생(우리 편)이 건장한 남성들에게 페인트통을 옮겨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전자석이 장착된 페인트통은 맨홀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안간힘을 쓰는 그 순간 다른 남성(우리 편)이 슬쩍 와서 한 손으로 들고 가는, 그래서 건장한 남성들이 당혹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낄 법한 상황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이제 만들어 볼까요. 먼저 강력한 전자석은 전자레인지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는 극초단파를 발생시키기 위해 가정 내 교류 전압인 110~220V를 4000V 이상의 직류 고전압으로 바꿔주는 변압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압기는 철과 같은 강자성체를 코일이 촘촘하게 둘러싼 구조입니다. 전류를 흘려 줬을 때 매우 강력한 자석이 될 자질이 보입니다.
메이커인 찬스 님이 고물상에서 구한 전자레인지를 분해하자 금세 변압기가 보입니다. 이걸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몇 차례 더 분해해야 합니다. 변압기에는 코일이 2개가 있는데, 코일 2개가 함께 있을 때는 전자석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고, 이에 더해 전압이 굉장히 높아 전류를 흘렸을 때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작업복을 입고 절연 장갑까지 낀 찬스 님이 조심스럽게 변압기를 해체합니다. 해체한 변압기라도 센 전류가 흐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코일 하나만 남기고 모두 떼어 냈습니다. 여기에 14.8V짜리 리튬폴리머배터리를 연결해서 자성 테스트를 해봅니다. 전자석은 공급되는 전압이 강할수록 자성도 커지기 때문에 강력한 리튬폴리머배터리를 사용했습니다. 준비한 철판에 딱 달라붙어서 떼어 내기 어렵네요. 자성 테스트는 성공입니다.
전자석 힘이 약해진 이유를 찾아라
이번에는 리모컨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티 나지 않게 리모컨을 주머니에 넣고 전자석을 켰다 껐다 하면 상대방이 감쪽같이 속겠죠.
아두이노 보드와 블루투스 모듈이 필요합니다. 리모컨과 전자석에 모두 들어가니 각각 두 개씩 준비합니다. 리모컨에서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배터리에서 전류가 흐르고, 다시 한번 더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전류가 차단되도록 코딩과 납땜을 합니다.
아두이노 보드와 블루투스 모듈을 작동시키기 위해 리모컨과 전자석에 9V짜리 배터리도 추가로 연결해줍니다. 또 리모컨에는 전자석이 작동 중이라는 걸 알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도 하나 달았습니다.
이제 전자석을 페인트통에 넣으면 됩니다. 페인트통 바닥에 전자석 모양과 맞는 구멍을 뚫습니다. 철판과 전자석이 가까울수록 자성이 세기 때문에 전자석을 가능한 바닥에 노출 시키기 위함입니다. 전자석을 구멍에 맞게 꼽고, 빈틈은 에폭시 접착제로 메웁니다. 그 다음 에폭시 용액을 페인트통에 들이부어 전자석만 잠기도록 합니다. 전자석이 작동할 때 발열이 심한 만큼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작품은 완성됐습니다. 긱블 식구가 모두 모인 시연회의 순간! 몰래카메라를 할 때는 길거리에 흔히 있는 맨홀 위에 페인트통을 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시연회도 긱블 공방 바로 앞에 있는 맨홀 위에서 진행했습니다. 긱블의 대장 찬후 님이 페인트통을 힘껏 들어 올려봅니다. 페인트통이 맨홀에 딱 붙어 꿈쩍하지 않습니다. 더 힘껏 들어 올려봅니다.
어랏…. 페인트통이 들렸습니다. 마동석이 와도 꿈쩍하지 않을 거라 했는데….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됩니다.
하나는 배터리 용량입니다. 전자석은 배터리를 굉장히 빨리 소모합니다. 이를 알고 큰 용량(5000mAh)의 리튬폴리머배터리를 장착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간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과 비슷합니다. 배터리 체커로 확인해본 결과 배터리는 용량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또 하나는 아두이노 보드와 블루투스 모듈에 부착한 다이오드입니다. 다이오드는 전류가 역류하는 것을 막아 모듈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반면에 다이오드 여러 개를 연결하면 전류를 약하게 만듭니다.
찬스 님은 이게 원인이라고 생각해 다이오드를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찬후 님이 들어본 결과, 절대 들리지 않습니다. 긱블에서 가장 건장한 민바크 님이 시도해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말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골탕 먹일 시간입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당황해하는지는 긱블과 수상한 녀석들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영상에서는 편집돼 보이지 않는 부분인데, 몰래카메라가 진행되는 동안 태정태세 님과 찬스 님은 그 옆에 숨어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맨홀에 딱 붙은 페인트통을 있는 힘껏 당길 때 손잡이가 계속 빠졌거든요. 찬스 님이 달려 나와 빠진 손잡이를 글루건으로 고정했지만, 다음 사람이 드니 또 빠져버렸습니다. 급하게 철물점에서 이런저런 부품들을 구해와 고치는 데 몇 시간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 골탕 먹이는 시간보다 수리하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어찌 된 게 속는 사람들이 당황해서 흘린 식은땀보다 찬스 님이 당황해서 흘린 식은땀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