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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더 이상 ‘이불킥’은 하지 말자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35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나쁜 기억이 있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는데 끝내 안 좋게 끝났거나, 엄청나게 억울했거나, 또는 엄청나게 창피했던 경험이 갑자기 떠올라 눈앞을 시커멓게 만든다. 마치 그 당시처럼, 또는 그때보다 훨씬 더 화가 나고 창피할 때가 있다.


나쁜 기억에 나를 가두는 습관

부끄러움이든, 당혹감이든 그때 당시에만 느끼면 될 텐데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자책하며 밤마다 ‘이불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부정적인 과거 기억을 계속해서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곱씹기(rumination)’라고 한다. 누구나 과거를 곱씹을 수는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고 자기학대나 알코올 남용, 섭식 장애, 고혈압을 보일 확률이 높아진다(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Vol 109, Aug 2000, 504-511).

과거에 실수했던 경험을 잊지 않고 있으면, 비슷한 일이 닥쳤을 때 또 다시 후회할 짓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일까. 하지만 미국 UC리버사이드 심리학과 소냐 리우보미르스키 교수는 굳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를 학대해 봤자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95 Jul, 69, 176-90). 지나간 일에 지나치게 매여 있는 사람은 거기에 정신을 쏟느라 오히려 지금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과거를 곱씹는 이유가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이 다 끝난 뒤에는 멈춰야 한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곱씹기를 하는 사람은 다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멈추지 않는 과한 불안감 때문에 습관적으로 나쁜 기억에 함몰되는 셈이다.


곱씹기는 결국 감정과 관계를 망친다

곱씹기는 나 스스로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협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생각에 지나치게 몰두해 극도로 화가 나거나 심각한 피해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브래드 부시먼 교수팀은 사사람이 곱씹기를 할 경우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고 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실험으로 알아봤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5 Jun, 88, 969-83). 부시먼 교수는 실험참가자들에게 낱말풀이 과제를 시킨 다음, 과제를 매우 못했다면서 기분을 상하게 했다.

그 중 몇몇에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적어보게 했다. 곱씹기를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에게 새로운 실험을 함께 할 파트너를 소개했다. 이때 일부러 발음을 부정확하게 하거나 짜증을 냈다.

관찰 결과 곱씹기를 한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훨씬 빨리 알아채며, 더 크게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싫어한다고 말한 음식을 일부러 더 많이 갖다 주거나, 남이 취직에 실패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참가자들이 공격한 대상은 기분이 상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 꼴이다. 연구팀은 곱씹기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안 좋은 감정을 지속시켜 이성적인 대인관계를 방해한다고 결론지었다.

감정은 우리가 거기에 얼마나 머물러 있느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내 마음을 상하게 하고 또 다른 사람까지 기분 상하게 할 나쁜 감정이라면 굳이 곱씹으면서까지 키울 필요는 없다. 내가 혹시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에 지나치게 매여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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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작가
  • 일러스트

    더미
  • 에디터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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