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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흔들림 잡아줘 쿠퍼 인대 보호

스포츠 브래지어 물리학

인천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김 양은 체육 시간을 싫어한다. 체육 선생님의 눈을 피해 그늘에서 쉬거나 실습을 할 때도 대충 시늉만 한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남모를 ‘가슴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통통한 김 양은 가슴이 큰 편이다. 큰 가슴은 여성스러움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운동할 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달리기라도 하는 날엔 오뉴월 널뛰듯 출렁거리는 가슴이 너무나 창피하다. 무엇보다 제멋대로 휘둘리는 가슴이 떨어져 나갈듯 아프다.

미국의 과학대중지 ‘디스커버’ 2005년 9월호는 지난 15년 동안 미국 여성의 평균 브래지어 사이즈가 85B(가슴둘레 90cm)에서 90C(가슴둘레 102.5cm)로 커졌으며, 여성의 56%가 달릴 때 흔들리는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한국 여성의 가슴은 이보다 작은 편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조사해 발표한 ‘한국인 표준 사이즈’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평균 가슴둘레는 82.2cm, 브래지어 사이즈는 75A다. 40대 여성은 88.5cm에 80A였다. 하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여성이 늘면서 브래지어 사이즈도 커지고 있다.

B컵 브래지어를 사용하는 여성의 한 쪽 가슴 무게는 200~300g 정도다. 하지만 D컵 이상은 1kg에 육박한다. 보통 비만일수록 유방이 큰데, 가슴이 크면 움직일 때 불편해 운동을 덜 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다시 살이 쪄 가슴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영국 포츠머스대 조안나 스컬 교수(왼쪽)는 여성 70명 가슴에 센서를 부착해 달릴 때 가슴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측정했다.


흔들리는 가슴, 축구공 트래핑 충격과 비슷

여성의 가슴은 걷거나 뛸 때 얼마나 흔들릴까. 영국 포츠머스대의 생체역학자 조안나 스컬 교수는 여성 70명 가슴에 센서를 부착해 트레드 밀(러닝 머신)에서 달리게 한 뒤 가슴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측정해 2007년 9월 영국 스포츠와 운동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스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걷는 동안에는 가슴이 위아래, 앞뒤, 좌우 방향으로 거의 같은 거리만큼 움직였다.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자 위-아래 흔들림이 눈에 띄게 커졌다. 위아래로 흔들린 거리는 좌우, 앞뒤로 흔들린 거리의 2배가 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A~C컵 여성의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린 폭이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 증가하지만(2~6cm), E컵 이상 여성의 가슴은 걸을 때는 흔들린 폭이 5~6cm로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달리기 시작하면 10~14cm로 급격히 증가해 달리는 속도를 높여도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D컵 이상의 거대유방은 관성이 커 운동 양상에 따라 움직임이 고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진계의 추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또 A~C컵 여성의 유방은 달리는 속도에 따라 흔들린 폭이 사인 곡선을 그리며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박사는 “몸통과 유방은 위 아래로 흔들리는 주기가 다른데, 이 주기가 어긋나면 가슴이 흔들린 폭이 줄지만, 주기가 맞아 떨어지면 유방이 흔들리는 폭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럼 가슴이 흔들리며 주는 충격은 얼마나 될까. 보통 빠르기(시속 9km)로 달릴 때 발뒤꿈치가 지면에 닿는 순간 나타나는 힘의 크기는 체중의 약 1.3~1.5배나 된다. 하지만 이 충격은 발과 다리를 통해 몸통으로 전달되는 동안 관절에서 상당 부분 흡수된다. 결국 머리까지 전달되는 충격은 매우 작다.

하지만 유방은 가슴에 붙어 돌출된 형태이므로 발에서 전달되는 충격과 상관없이 자체가 흔들리면서 충격을 몸에 전달한다. 따라서 충격력의 크기는 유방의 무게와 흔들리는 가속도가 결정한다.

이 박사의 도움을 받아 B컵 브래지어(가슴 한쪽 무게는 평균 250g)를 착용하는 여성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100m 달리기를 할 때 유방이 흔들리며 주는 충격력을 계산했더니 유방이 한 번 출렁일 때 최대 1.45N의 충격력을 준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박사는 “1~2m 떨어진 곳에서 던진 축구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받을 때의 충격력과 비슷하다며, 이런 트래핑을 1초에 수차례 하는 속도로 약 20초 동안 지속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브래지어 컵 사이즈에 따른 속도별 유방의 흔들린 거리
 

A~C컵 여성은 달리기 속도에 따라 유방이 흔들린 거리가 점차 증가하지만(1). E컵 이상은 걷다가 달리기 시작할 때 흔들린 거리가 크게 증가한다(2). 가슴이 무거우면 관성도 커 운동 양상에 따라 움직임이 고정되기 때문이다.

또 몸의 상하운동 주기와 가슴이 흔들리는 주기가 간섭을 일으키면 유방이 흔들린 거리는 속도에 따라 사인 곡선을 그리며 증가한다(3).

참고로 브래지어의 컵 사이즈는 가슴둘레와 밑가슴둘레의 차를 기준으로 정한다.7.5cm 내외면 A컵, 10cm 내외면 B컵이다. 2.5cm 커질 때마다 알파벳을 차례대로 붙인다.


한번 손상된 쿠퍼 인대 회복 어려워

여성의 유방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다른 포유류는 새끼에게 젖을 먹일 때만 유방이 불지만, 인간 여성은 몸통에서 돌출된 반구형 모양을 항상 유지한다. 여성의 유방은 몸집이 훨씬 큰 고릴라나 오랑우탄의 젖가슴보다 크다.

유방은 흉벽 위에 있는 대흉근과 소흉근이라는 근육 위에 붙어 있다. 아기에게 줄 젖을 만드는 유선 조직들이 유두 방향으로 늘어 서 있고, 그 주위 사이사이에 지방 조직이 퍼져 있다. 가슴의 크기와 무게는 지방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유방에는 무게를 지탱할 근육이 전혀 없다. 대신 가슴근막과 피부를 잇는 쿠퍼 인대라는 얇은 섬유조직이 가슴 전체를 감싸며 가슴의 형태를 유지한다.

압구정 서울 성형외과 노종훈 원장은 “달릴 때 유방이 흔들리면서 쿠퍼 인대가 손상되면 유방이 아래로 늘어진다”며 “쿠퍼 인대는 한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정한 탄성을 갖는 쿠퍼 인대가 지속적인 충격을 받으면 탄성한계를 넘은 용수철처럼 탄성을 잃는다는 설명이다. 노 원장은 “상의를 입지 않는 원시 부족 여성의 가슴이 대부분 팔(八)자로 축 처진 이유는 쿠퍼 인대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동할 때 흔들리는 유방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포츠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 브래지어는 가슴을 받쳐주고 감싸주는 기능이 뛰어나 가슴의 흔들림을 잡아주며, 통기성과 땀 흡수가 좋은 특수 소재를 사용해 더 위생적이다.

최근 조깅이나 마라톤을 즐기는 여성이 늘었지만, 스포츠 브래지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답답하고 땀이 많이 흘러내린다는 이유로 브래지어를 아예 착용하지 않거나 일반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 브래지어는 어깨끈이 미끄러져 벗겨지거나 철제 와이어가 피부를 자극해 상처를 줄 수 있고, 얇은 줄이 어깨를 강하게 눌러 팔로 통하는 신경을 압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가슴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

스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달릴 경우 유방의 흔들림을 약 38% 줄일 수 있지만, 스포츠 브래지어를 착용할 경우에는 74%까지 줄일 수 있다.

1999년 6월 미국과 중국의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의 브랜디 체스틴 선수가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로 등장해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펼친 ‘스포츠 브래지어 골세레머니’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올 여름 흔들림 걱정 없이 운동하는 여성들의 ‘스포츠 브래지어 건강세레머니’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여성 유방의 구조^유선조직과 지방층으로 이뤄진 유방에는 무게를 지탱할 근육이 전혀 없다. 대신 쿠퍼 인대라는 얇은 섬유조직이 유방 전체를 감싸며 무게를 지탱하는데, 쿠퍼 인대가 손상되면 유방이 아래로 늘어진다.


100m 달리기 할 때 흔들리는 가슴의 충격력은 얼마?

-B컵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의 한쪽 가슴 무게 250g
-발이 지면에 닿을 때 평균 속도(수직 성분) 0.595m/s
-발이 지면에서 떨어질 때 평균속도(수직 성분) - 0.208m/s(-는 위 방향)
-발이 지면에 닿았다가 떨어지는데 걸린 시간 0.152초
-발이 지면에 닿았다가 떨어질 때의 가속도는 가슴이 흔들리는 가속과 같다고 가정
0.152초 동안 속도 변화가 0.883m/s였으므로 가속도 a=0.883/0.152=5.809m/s2
이를 F=ma에 대입하면F=0.250 x 5.809=1.45N
(유방이 아래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을 고려한 것이며 윗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받는 충격은 고려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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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이경국
  •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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