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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은 인간이 과학기술을 이용해 공룡을 복제하면서 일어난 재난을 담았다. 특히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티라노사우루스 등 생동감 넘치는 공룡 캐릭터들은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관객들을 중생대 쥐라기로 안내했다.

쥬라기 공원 제작진이 1억 년 전 서식한 공룡들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화석’이란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화석을 뼈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화석은 옛 지질시대에 존재했던 생명체 또는 그 흔적이 광물로 변한 것이다. 물론 시베리아의 동토에서 종종 발견되는 매머드나, 건조지역에서 발견되는 미라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6월호 광물이야기에서 겉모양과 실제 광물 성분이 다른 ‘가상’ 이라는 현상을 소개했다. 화석은 대표적인 가상 광물이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화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동물이나 식물이 죽으면 부패하거나 손상되기 쉽다. 그러기 전에 점토나 화산재, 모래 등이 빠르게 덮여 산소가 차단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뒤 퇴적물이 계속 쌓여 압력과 열을 받아 단단하게 암석화돼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지하수에 녹아 있는 광물질이 생물체의 조직사이로 침투하거나, 내부 조직은 분해돼 없어지고 빈 공간을 다른 광물질이나 암석이 채우는 경우가 있다. 붕어 모양의 틀에 재료를 넣어 빵을 굽는 붕어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화석의 내부를 채우는 광물은 주로 석영이나 방해석, 황철석 같은 종류가 많은데, 종종 오팔이나 에메랄드, 터키석 같은 보석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이런 조건 때문에 나무나 식물, 동물 중에서도 잘 썩지 않는 외골격을 가진 조개와 암모나이트, 삼엽충, 게 등 갑각류의 화석은 풍부하다. 반면 척추동물의 화석은 비교적 드물고, 치아나 뼈 부분만 화석으로 볼 수 있다.


신생대 생명체의 역사 기록관, 그린 강 퇴적지층
 


사진 속 표본은 미국 유타 주의 그린 강 퇴적지층이 있는 윈터 카운티의 보난자 지역에서 채집된 화석이다. 플라타너스의 한 종인 시커모어 나무가 준보석인 마노(미정질 석영)로 변했다. 그린 강 퇴적지층은 콜로라도 강의 주요 지류인 그린 강이 흐르는 유타, 와이오밍, 콜로라도 주의 산간 분지 지역이다. 이 넓은 퇴적층은 약 5000만 년 전 신생대 에오세에 다양한 퇴적물이 산간 호수에 쌓이면서 형성됐다. 특히 건기와 우기에 따라 쌓이는 퇴적물이 달라서, 어둡고 밝은 지층이 얇은 두께로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수백만 년에 걸쳐 나이테를 쌓은 이 곳은 신생대 화석의 보고다.

지금 그린 강 퇴적지층은 서늘하고 다소 건조한 온대 지역이지만, 신생대 당시에는 습하고 따듯한 아열대 지역이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식물 화석과 물고기, 악어, 박쥐, 새, 곤충 등 현존하거나 사라진 수많은 생명체의 화석이 발굴된다. 국립과천과학관에도 그린 강 퇴적지층에서 발굴된 초대형 표본이 전시돼 있다. 커다란 종려나무와 물고기가 함께 화석화된 독특한 표본이다. 500만 년 동안 쌓인 퇴적층 사이사이에 다양한 옛 생명체의 화석들이 숨어 있는 이곳은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사 장이다.

 

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연구소장
  • 에디터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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