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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인류를 화성으로 이끌 우주선 누가 될 것인가

제2의 우주경쟁




인류가 달에 첫발을 디딘 지 47년이 흘렀다. 그동안 40대 이상의 무인 우주선이 화성으로 떠났고 그 중  일부는 우리가 몰랐던 화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해왔다. 이제 직접 우리의 눈으로 화성을 확인해야 할 때다.

화성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주 항공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음에도, 화성은 여전히 멀다. 화성이 지구에서 최대로 멀어졌을 때는 달보다 수천 배 더 멀다. 그 먼 거리를 사람이 가려면 훨씬 더 거대한 발사체와 효율적인 우주선, 그리고 돌아올 때를 대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화성에 가장 먼저 사람을 보낼 곳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혹은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9월 2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우주비행 국제학회’에서 “2024년에 지구를 출발해 2025년에 화성에 도착하는 첫 우주인이 나올 것”이라며 “40년에서 100년 사이에 지구인 100만 명을 화성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NASA는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30년대에 네 명의 우주인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런 태도의 차이는 로켓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NASA는 이미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화성 탐사에 이용할 ‘SLS 로켓’의 엔진 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SLS 로켓은 지금까지 NASA가 제작한 그 어떤 로켓보다도 거대하고 추진력이 강하다. 2단으로 구성돼 있고, 1단에서는 스페이스 셔틀에 사용돼 수 차례 검증을 받은 ‘RS-25D’ 엔진 4개를 사용한다. 2단은 임무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1단 로켓은 공유하고 2단만 바꿔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아폴로 11호를 실었던 ‘새턴 5’에 비해 추력은 20%가량 커졌고, 비추력(값이 클수록 효율적이다)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비추력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추진제의 차이다. 새턴 5는 등유(케로신)를 사용했지만, SLS 로켓은 액체 수소를 이용한다. 수소가 분자량이 훨씬 작기 때문에 연료의 무게가 적게 나가고, 비추력은 높아진다. 또한 SLS는 터보 펌프를 구동하는 데 쓰인 연료를 대기 중에 배출시키지 않고 다시 연소실로 보내 재활용하는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을 이용한다. 이 역시 비추력을 높인 핵심 기술이다. 전체적으로 성능은 향상됐지만 기존의 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NASA는 이미 여러 번 검증 받은 기술을 고수하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신기술이 가득한 스페이스X의 ITS 로켓

그에 비해 스페이스X의 유인 화성 탐사 계획은 혁신적인 기술이 눈에 띈다. 스페이스X는 2012년 ‘행성 간 이동 시스템(ITS)’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설계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목표가 화성이다.  ITS 로켓은 2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1단은 42개의 랩터 엔진이 들어갈 예정이다. 랩터 엔진은 특이하게도 액체 메탄을 추진제로 사용한다. 지금까지 메탄이 추진제로 쓰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들이 메탄을 추진제로 사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화성에서 메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 대기에 많은 이산화탄소(CO2)와 지구에서 들고 갈 수소(H2)를 이용하면 간단한 화학반응으로 메탄을 만들 수 있다. 돌아올 때 필요한 연료를 화성에서 공급받겠다는 아이디어다.

스페이스X의 ITS 계획에서 메탄 엔진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의 시나리오를 보면 마치 SF처럼 새로운 기술이 넘쳐난다(이런 이유로 허무맹랑하다는 의견을 보이는 과학자들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로켓 재사용 기술이다. 지난해 12월 스페이스X의 ‘팔콘 9’의 1단이 비행 뒤 다시 지상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화성 유인 탐사에는 여기서 좀 더 발전된 기술이 사용될 전망이다. 팔콘 9은 1단 로켓이 다시 돌아오는 데에서 그쳤지만, ITS는 메탄 연료를 채운 추가적인 연료 탱크(ITS 탱커)를 업고 지구 궤도까지 연달아 다시 추진한다.
 

 
 

 
스페이스X가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ITS 시나리오를 보면 로켓의 모든 부분은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이들이 계획한 발사 비용은 한번에 6200만 달러(약 703억6400만 원)로, SLS 로켓의 5억 달러(5674억5000만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워낙 신기술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학계에서는 정말 실현 가능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엔진 42개를 클러스터링(여러 엔진을 묶어 한 개처럼 작동하게 하는 기술)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구소련의 유인 달 탐사 로켓, ‘N-1’은 클러스터링 문제로 발사에 실패했다. N-1은 작은 엔진 30개가 묶인 클러스터 로켓이었다. 수많은 엔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네 번에 걸친 시험 비행에 모두 실패했고, 이는 결국 미국과 구소련의 우주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를 거머쥐게 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반면 스페이스X가 지금까지 짧은 시간 내에 이뤘던 수많은 성과들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2002년에 설립된 스페이스X가 4년 만에 ‘팔콘 1’ 발사에 성공한 것만 봐도 엄청난 속도다. 옥호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은 “지금으로서는 꿈 같은 이야기지만, 스페이스X이기 때문에 기대하게 된다”며 “혹시나 실패를 하더라도 주춤하지 않고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보면 지금의 계획이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귀환 미션, 필요한 기술은?

NASA와 스페이스X가 모두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유인 탐사에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먼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야 한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 우주선이 엄청난 속도로 하강한다. 무려 마하 3으로, 착륙이 쉽지 않다. 지난 10월 19일 화성에 착륙 예정이었던 유럽 우주국(ESA)의 무인 탐사선 ‘엑소마스’ 역시 착륙과정에서의 문제로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10월 21일 기준).

스페이스 X는 향후 역추진 로켓을 이용해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역추진 로켓은 동체의 속도를 줄일 때 이용하는 일종의 브레이크용 로켓이다. 엘론 머스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선이 떨어지는 동안 초음속 기류 속으로 역추진 로켓을 발사해 감속하고, 착륙장치를 내려야 한다”며 단 한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착륙과 관련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NASA는 강력한 낙하산을 이용해 감속할 계획이다. 유인 우주선의 경우 최소 5.5t을 받칠 수 있는 강한 낙하산이 필요하다.

다음은 귀환에 사용할 연료 문제다. 지구에서 출발할 때부터 귀환용 연료를 싣고 가는 것은 발사 비용이나 엔진의 추력을 생각했을 때 거의 불가능하다. 메탄 엔진을 사용하는 스페이스X는 화성에서 메탄을 생산해 돌아올 때 필요한 연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반면 수소 엔진을 사용하는 NASA는 돌아올 때 필요한 연료를 미리 화성에 보내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NASA는 물자를 수송하는 데 사용할 차세대 엔진까지 개발하고 있다. 태양열을 이용해 이온을 가속시켜 추진력을 얻는 ‘태양 전기 추진(SEP)’ 방식이다.

SEP 엔진의 추진제는 비활성 기체인 제논(Xe) 가스다. 제논 가스를 이온화시킨 뒤 전기장을 걸어 가속시킨다. 시속 수십만 km로 뿜어져 나가는 제논 이온의 추진력으로 우주선이 움직이는 원리다. SEP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액체연료 로켓에 비해 연료를 10분의 1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백 t의 로켓을 움직이기에는 추진력이 너무 작다. 때문에 유인 탐사 우주선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되는 무인 탐사선이나 화물선에 이용한다.

NASA와 스페이스X, 이들의 화성 유인 탐사 전쟁은 과거 미국과 구소 련의 우주 전쟁을 연상케 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경쟁과 더불어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11일 “민관 협력을 통해 우주 주거 시설을 개발하고 2030년대까지 화성에 지구인을 보내겠다”며 NASA와 스페이스X와의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이들의 협력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2파트에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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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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