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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최후의 날, 공룡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억30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약 1억7000만 년을 주름잡던 공룡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일부 살아남은 게 지금의 새다).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과연 6600만 년 전, 공룡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장 널리 알려진 공룡 멸종 가설은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루이스 앨버레즈와 아들 윌터 앨버레즈가 1980년에 주장한 ‘운석충돌설’이다. 앨버레즈 부자는 중생대 백악기 말과 신생대 제3기의 지질 사이에서 1~3cm 두께의 붉은 점토층을 관찰했다. 이 층을 ‘K-T 경계층’ 혹은 ‘K-Pg 경계층’이라고 부른다. 앨버레즈 부자가 이 층에서 주목한 건 많은 양의 이리듐(Ir)이었다. 이리듐과 같은 10족 원소는 지구에서 거의 발견하기 힘든데, 이 층에서만 유난히 많은 양의 이리듐이 발견됐다.

앨버레즈 부자는 운석의 충돌이 많은 양의 이리듐을 만들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10년 뒤인 1990년, 멕시코 유카탄반도 지하 수 km 지점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운석충돌설은 정설이 되는 듯 했다.

다른 가설도 꾸준히 등장했다. 인도 데칸고원에 용암대지가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대규모 화산폭발로 멸종한 것이라는 ‘화산폭발설’이 나왔다. 포유류가 공룡의 알을 훔쳐먹었기 때문이라는 ‘알 도둑설’, 공룡의 방귀에서 나온 메탄가스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방귀멸종설’ 등 다소 황당해 보이는 가설도 있다. 최근에도 꽤 그럴 듯해 보이는 공룡 멸종 가설이 여럿 추가로 발표됐다. 과연 학계에서는 어떤 가설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평가와 함께 정리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멕시코 유카탄반도 부근을 중력탐사한 결과다(위). 중력의 세기는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하늘색, 파란색 순으로 약해진다.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부분이 칙술루브 분화구다. 아래는 이 결과를 토대로 그린 상상도다.
 


이 가설은 운석충돌설의 확장판이다. 운석이 충돌한 곳이 유카탄반도 중에서도 유전지대였을 것이라는 게 이 가설의 핵심이다. 기존의 운석충돌설에서는 운석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유황성분이 성층권까지 올라가 햇빛을 막아 암흑기를 초래했다고 본다. 반면 이번 가설을 주장한 일본 도호쿠대 쿠니오 카이호 교수팀은 7월 14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실제 모델링을 해본 결과 황산 증기는 성층권에서 높은 밀도로 응축될 수 없는 데다, 오랫동안 잔존할 수 없어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리는 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햇빛을 막은 물질이 황산 증기가 아니라 석유가 탄 그을음이라고 주장했다. 그을음은 빛을 매우 강하게 흡수하는 데다가, 성층권에 머무는 시간이 1년 이상일 정도로 매우 길다. 연구팀은 모델링 계산을 통해 유전지대에 운석충돌이 일어나면 햇빛이 약 85% 가량 줄고 온도는 3~5년 동안 평균 15°C로 낮아지며, 강수량은 80% 정도 감소한다고 예상했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데다 극심한 가뭄까지 오면서 물가에 사는 악어나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역에 살던 일부 포유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공룡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심봉사가 있었다면, 백악기 시대에는 공(룡)봉사가 있었다. 공룡이 어둠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간상세포가 덜 발달해 멸종했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김정웅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간상세포의 발생과정에서 색상을 감지하는 시세포인 원추세포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원추세포가 먼저 발생하고 그 중 일부가 간상세포로 진화해 어두운 곳에 적응하게 됐다는 가설의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즉, 간상세포는 어둠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일부 동물만이 가진 특징이었다.

간상세포의 진화는 백악기의 초기 포유류가 생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공룡은 육상에서 가장 지배적인 포식자였고, 같은 시기 포유류는 공룡을 피해 밤에 움직이고 먹이를 찾는 야행성 행동양식에 적응했다. 낮에 활동하는 공룡은 간상세포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다 운석의 충돌로 지구에 암흑기가 찾아와 밤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은 먹이를 먹는 데 제약이 생겨 서서히 멸종에 이르렀다는 가설이다.
 




6600만 년 전이 아니라 그 수백만 년 전에 이미 공룡이 멸종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2015년 10월 영국 브리스톨대와 레딩대 공동연구팀은 공룡의 가계도를 분석해 종다양성의 변화를 시기별로 비교했다.

공룡이 가장 번성했던 2억200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는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멸종하는 속도보다 눈에 띄게 빨랐다. 종이 더 다양해지고 개체수도 늘어나는 황금기였다. 하지만 1억4000만 년 전부터 정체기를 맞더니 9000만 년 전부터는 신종 출현 속도보다 멸종 속도가 빨라지는 장기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연구팀은 공룡 집단에서 가장 주된 세 종, 용각아목(Sauropodomorpha), 수각류(Theropod), 케라톱스를 제외한 조반류(Nonceratopsid Ornithischia)의 종분화비율과 멸종률을 비교했고, 그 결과 세 종 모두 백악기 때 처음으로 멸종률이 종분화비율보다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UC버클리 폴 렌 교수팀은 인도의 데칸고원에서 일어난 대규모 화산 폭발과 운석충돌이 동일한 시기에 일어나 공룡이 멸종했다고 2015년 10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뒤이어 미국 미시간대 시에라 피터슨 교수팀 역시 데칸고원에서의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변화와 운석 충돌이 연이어 발생해 ‘원투펀치’로 공룡을 멸종으로 내몰았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16년 7월 5일자에 발표했다.

렌 교수팀은 데칸고원 용암대지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유카탄반도의 운석충돌 시기와 맞물려 있었으며, 데칸고원 화산의 70% 정도가 분출했을 때 운석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피터슨 교수팀은 데칸고원의 화산폭발로 지구 기온이 7~10°C 가량 올라갔고, 뒤이어 일어난 운석충돌로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도움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도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 자료출처

    Lars Schm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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