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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연구자의 꿈을 이뤄주는 ‘슈퍼’ 도우미

KISTI 연구실 탐방 ➍ Part 1


종종 ‘이 문제를 풀려면 슈퍼컴퓨터를 써도 수백 년이 걸린다’는 비유를 듣는다. 슈퍼컴퓨터를 빠른 계산능력의 ‘대명사’이자, 동시에 불가능을 가늠하는 기준처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슈퍼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슈퍼컴퓨터에
대한 막연한 오해가 있다. ‘능동적인 기계’라는 생각이다. 예컨대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이 수트 속에서 대화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자비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소프트웨어인 인공지능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에 따라 계산을 하는 하드웨어다.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의 기본적인 속성중 하나는 ‘서비스’다. 사람이 할 수 없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들을 소프트웨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처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슈퍼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수만 개의 두뇌(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해 매우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기에, 그 역량에 맞는 일을 담당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 ‘타키온2’는 CPU가 2만5600개로, 1초에 약 300조 번의 계산을 할 수 있다.


이론물리학에서 버스 노선 설계까지

타키온2는 주로 과학과 공학, 산업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이원종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힘의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데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이 교수의 연구분야는 쿼크와 렙톤 등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와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네 가지 기본 힘의 작용 원리를 찾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표준모형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표준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을 찾고 있다.

이 교수는 KISTI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표준모형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표준모형에 따라 쿼크로 이뤄진 ‘케이온’이라는 입자가 가지는 상수값을 계산한 결과가 가속기를 이용해서 얻은 실험값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D’ 1월 29일자에 발표됐다. 강지훈 KISTI 슈퍼컴퓨팅응용실장은 “매년 약 200팀의 연구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나오는 논문만 해마다 약 150건”이라고 말했다.

강궁원 KISTI 책임연구원은 올해 초 중력파를 발견한 미국 라이고(LIGO) 과학협력단에 참여하고 있는데, 중력파가 발견되기 전부터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서 하나가 되는 과정을 연구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중에는 대전광역시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버스노선을 새로 설계하는 작업도 있다. 대전은 전국 광역시 중에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가장 낮은 도시로, 버스 수송분담률이 23.7%(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대전에서 수집할 수 있는 교통 빅데이터를 토대로 수송 모형을 만든 뒤, 슈퍼컴퓨터에서 승객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하게 해 최적의 노선을 설계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대전의 버스 수송분담률을 3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슈퍼컴퓨팅 서비스 위한 최고의 지원군

KISTI 슈퍼컴퓨팅응용실 소속 과학자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연구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이 직접 개발해 온 프로그램을 슈퍼컴퓨터에 이식하고, 사용 환경을 설정하며, 사용법을 교육한다. 특히 각 연구팀의 목표에 맞게 프로그램을 최적화하고, 슈퍼컴퓨터 자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면 계산 속도를 수백 배까지 높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절약된 시간에 더 많은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컴퓨팅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최적병렬화’라고 부른다. 최적병렬화는 슈퍼컴퓨터로 고성능 계산을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으로, ‘사이언티픽 컴퓨팅(scientific computing)’이라 불리는 고성능 계산 기법 중 하나다.

흥미로운 점은 슈퍼컴퓨팅응용실 소속 과학자들의 전공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총 11명의 연구원 중 컴퓨터과학 전공자는 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자공학, 화학, 교통공학, 기계공학, 물리학 등을 전공했다. 강 실장은 “각 분야 연구자들이 계산(연구)하는 방식을 잘 이해해야 슈퍼컴퓨터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내년에 지금보다 100배 빠른 시스템을 구축하면 더 많은 연구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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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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