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서울 한 초등학교의 청각장애소녀가 서울시장기 탁구대회에서 단·복식,단체전을 휩쓸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10월 중순에는 장애를 이겨내는 스포츠드라마 시드니 파랄림픽이 있었다.과연 장애있는 선수들이 가진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올림픽이 열릴 때면 경기기록의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이외의 각종 화제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앞서 지면을 장식했던 뉴스의 하나가 미국 여자육상 1천5백m 대표선수 중에 시각장애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이었다. 주인공은 말라 러년(30세)으로 올림픽 1백4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 시각장애인이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30cm 앞에 있는 물체의 형체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을 가진 그녀는 시드니올림픽 여자육상 1천5백m 경기에서 결선에 진출해 또한번 화제를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이 열린 3주 후에 파랄림픽(Paralympics)이 개최되는데, 파랄림픽 대회는 장애로 인해 운동수행에 제약을 받는 선수들이 참가하지만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성별로 경기종목을 나누고 약물검사를 실시한다. 장애와 관련된 몇몇 종목(예를 들어 보치아, 골볼, 휠체어 럭비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경기는 올림픽 경기규칙과 동일하게 진행하되 장애 특성에 적합하게 일부 규칙을 변형해 실시한다.
그러면 장애가 서로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에 참가할까. 장애있는 선수들의 경기기록은 장애없는 선수들의 경기기록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 그리고 경기용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 다른 것일까.
무릎 절단 선수 1백m 11초대 주파
장애있는 선수들은 운동수행능력이 어느 정도일까. 스포츠에 필요한 기본기능에 차이가 있는 선수들을 서로 비교하는 일은 타당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운동능력을 비교해 어느 성이 다른 능력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일이 의미가 있고, 가벼운 체급의 선수가 무거운 체급의 선수보다 기량이 우수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애가 각기 다르고 등급에는 차이가 있지만 우수한 운동능력을 가진 선수는 많다.
구기종목에서 우수한 기량을 발휘하는 장애있는 선수들을 일반종목선수들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농구경기의 득점만으로 어렴풋이 상상해볼 수는 있다. 정신지체인 농구경기에서 1백20점대의 득점을 나타내고, 프로농구에서 볼 수 있는 덩크슛을 자유롭게 구사한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한쪽 무릎이 절단된 선수가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1백m를 11초09에 주파하며, 정신지체인 선수는 1백m를 10초85에 달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제81회 부산전국체전의 남자 1백m 기록이 10초60임을 감안하면 장애가 기록을 얼마만큼 제한할 수 있는지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팔 또는 다리가 절단된 선수들은 1천6백m 이어달리기를 3분10초98에 달려 제81회 부산전국체전에서 세운 기록을 앞서기도 한다. 또한 시각에 장애있는 선수들이 2m 이상을 뛰어넘고, 올림픽 여자육상 1천5백m 예선경기에서 미국의 말러 러년이 세운 4분10초83은 부산전국체전의 기록보다 약 17초나 앞서는 기록이라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수영, 양궁, 사격 등과 같은 기록경기는 일반선수들의 기록과 견줄 수 있을 만큼의 기록에 도달하고 있으며, 동등한 경기조건은 아니지만 절단 및 기타 장애(지체 장애 중 절단을 제외한 나머지 장애) 선수가 누워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무게는 1백kg급에서 2백37.5kg에 이르고 있다. 이는 1백5kg 이상 일반체급의 김태현 선수가 용상에서 이룩한 2백32.5kg 기록과 간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한편 장애있는 선수들의 경우에 육상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마라톤경기에서는 얼마만큼의 기록을 달성하고 있을까. 마라톤경기에는 절단장애(팔 절단)선수, 시각장애선수, 휠체어선수들의 경주가 있는데, 절단 및 시각장애선수들은 2시간30분대의 기록을 달성하고 있고 휠체어마라톤은 1시간20분대의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남자휠체어마라톤의 경우 1975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처음 참가해 2시간58분의 기록을 달성한 이래로 1990년 1시간29분53초의 기록이 작성돼 최초기록을 반으로 단축했고, 1994년에는 1시간21분23초의 놀라운 성과를 나타냈다. 여자휠체어마라톤의 경우에는 1979년 3시간27분56초의 기록이었던 것이 2년후에는 2시간12분43초, 15년이 지난 1994년에는 1시간34분22초를 기록해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1975년 최초로 마라톤에 휠체어 등장
휠체어마라톤경주가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보스턴마라톤 주최측은 1975년 미국의 소아마비 기계기술자 밥 홀이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경주에 참여하겠다고 처음 신청했을 때, 일반주자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허락을 망설였다. 그러다가 3시간대 이내로 완주할 경우 후에 휠체어마라톤을 정식경기로 허락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결국 홀은 자신이 만든 경주용 휠체어로 1975년 보스턴마라톤에 최초로 참가해 마라톤코스를 2시간58분의 기록으로 주파했다. 또한 그는 휠체어마라톤의 최초경기인 1977년 대회에 참가해 2시간40분10초로 우승했다.
휠체어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에 걸맞게 후천성 장애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에 의해 발전해 왔다. 초기의 휠체어는 나무로 만들어져 무겁고 사용하는데 불편했다. 이런 휠체어를 가볍고 보관하기 용이하게 접을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은 세계 굴지의 휠체어 회사를 창립한 미국의 허버트 에베레스트이다. 그는 광산 사고로 하반신 마비자가 됐는데, 1932년 25kg 정도의 접는 휠체어를 고안했다.
휠체어가 가볍고, 편안하고, 세련된 모양으로 변화하는데에는 스포츠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휠체어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는데 이는 스포츠종목에 따라 그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육상경주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가 요구되고, 테니스를 위해서는 방향을 바꾸기 쉽고 안정감을 필요로 한다.
연구자의 예측을 뒤집는 기록
1960년대에 휠체어의 디자인과 기능이 변모되기 시작했다. 최초로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에 참가했던 밥 홀은 ‘뉴 홀즈 휠’의 설립자로서 경주용 스포츠휠체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이후 1978년에 행글라이더 사고로 척수 손상자가 된 말린 헤밀턴은 테니스를 즐기고 싶어 친구들과 행글라이더를 만들던 기술을 이용해 휠체어 제작에 뛰어들었다. 결국 그는 유명한 휠체어 회사인 퀵키를 설립해 휠체어 발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이 만든 휠체어는 과거 휠체어 무게(25kg)의 절반도 안되는 11.8kg에 불과하고, 등받이가 낮으며 활동성이 높은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휠체어는 보통 병원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의료용과 스포츠용으로 구분된다(그림). 의료용과 스포츠용 휠체어의 차이는 겉으로 봤을 때, 의료용은 바퀴가 지면에 수직이고 등받이가 높으며 이동용 손잡이가 있고 발판이 넓다. 또한 보관면적을 줄이기 위해 접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스포츠용 휠체어는 조작성과 민첩성이 우수하고 고정식이다.
스포츠용 휠체어의 바퀴는 지면과 수직인 선에 대해 안쪽으로 비스듬히 6°-12°가 기울어 바닥쪽이 넓고 위쪽이 좁다. 이처럼 바퀴를 비스듬히 한 장치(캠버)는 기저면을 넓힘으로써 회전할 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접촉이 생기는 경우에는 바퀴 사이에 손이 끼는 일을 방지할 수 있으며, 추진용 보조바퀴(핸드림)를 달았을 때 팔꿈치가 바퀴에 닿지 않게 해준다. 팔걸이가 없고 등받이가 낮은 것은 상체가 가능한 한 넓은 범위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타이어의 굵기가 가는 점이 일반적인데 이는 지면과의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용도다. 이 외에도 좌석의 기울기, 축의 위치, 앞바퀴(캐스터)의 위치와 크기, 틀의 재질, 바퀴의 수, 유선형인 외형 등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종목의 특성에 적합하게 온갖 과학적인 지식을 집약해 제작되고 있다.
휠체어의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선수들의 훈련방법이 발전해 휠체어마라톤 기록은 1시간30분대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측을 뒤집는 결과를 낳았다. 장애있는 선수들이 펼치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는 스포츠과학과 함께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스포츠의 선수분류법
왜 스포츠에 참가할 때 남성과 여성 종목을 구별하고 체급을 분류할까? 이는 경기를 공정하게 진행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동일한 목적으로 장애있는 선수가 경기에 참가하려면 반드시 장애에 따른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장애있는 선수들의 등급을 결정하는 방법에는 의무(醫務)등급분류방법과 기능등급분류방법 두가지가 있다.
의무등급은 1940년대에 영국에서 장애인스포츠가 시작되면서 개발된 등급분류방법이다. 이는 척수손상부위를 근거로 손상된 정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좀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든 방법으로, 1940년대로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세계적으로 이용된 등급분류방법이었다. 이후 척수손상(7개 등급) 이외에 뇌성마비(8개 등급), 절단(9개 등급), 기타 장애(앞과는 다른 지체장애, 6개 등급), 시각장애(3개 등급) 선수들을 위한 등급체계와 동계스포츠 및 휠체어농구 등급분류체계가 개발됐다. 그런데 장애와 의학적 특성을 근거로 한 등급분류방법은 경기종목에 따라 요구되는 운동수행능력과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거나 다른 장애선수들과 경기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선정된 종목에 등급별로 참가하는 선수가 소수이기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능등급분류법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에 의무등급분류법의 단점을 보완해 특정 장애보다는 장애로 인한 기능의 정도가 비슷한 선수들끼리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된 방법이다. 기능등급분류법은 장애인스포츠가 재활요소를 띤 스포츠로부터 엘리트 경쟁스포츠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능등급분류법을 최초로 적용한 종목은 휠체어농구였으며, 이 방법은 1992년 바르셀로나 파랄림픽 대회부터 모든 종목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등급분류법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종목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평가해 장애의 형태가 다르더라도 동일 등급을 부여해 함께 경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육상 트랙경기는 7개 등급에서 4개 등급으로 축소해 실시한다.
'장애인 선수'와 '장애있는 선수' 차이
현재 외국에서는 장애인(the handicapped, the disabled 등)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는 어떤 장애가 있는 사람(사람 with 정신지체, 예를 들어 indivisuable width mental retardation)으로 한다.
다시말하면 '절단 장애인'과 '절단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어감도 다르고 쓰임에 관한 철학도 다르다. 전자는 사람 전체가 장애라는 의미이고, 후자는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다는 의미로 누구나 같은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장애인 올림픽 아닌 파랄림픽
'장애인'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용하기를 꺼리는 용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의식없이 쓰고 있으며 공식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Paralympic이라는 용어는 고유명사로서 발음대로 '파랄림픽'(한글표기법)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어원은 paraplegia(하반신마비)와 Olympic의 합서으로 아려져 있는데, 이는 1964년 동경 파랄림픽 때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