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마뱀들은 앞발을 들고 뒷발로만 뛰곤 한다. 그 동안 도마뱀이 이런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네 발로 뛸 때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도마뱀의 자세가 달리는 속도와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물학과 크리스토퍼 클레멘트 박사팀은 호주에 사는 경주도마뱀과(Agamidae) 도마뱀 16종류를 사로잡아 도마뱀의 뛰는 자세와 속도의 관계를 ‘사이언스’ 6월 1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주먹만 한 종류에서부터 몸 길이가 1m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경주도마뱀들을 작은 러닝머신 위에 올려 놓고 속도를 조정하며 도마뱀이 언제 두 발로 뛰고 언제 네 발로 뛰는지를 관찰해 분석했다.
관찰 결과 도마뱀이 두 발로 뛸 때 네 발로 뛸 때보다 더 빨리 달린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즉 빨리 달리기 위해 두 발로 뛰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구력과도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연구팀은 도마뱀의 특정한 속도나 가속도에 도달할 때 달리는 자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클레멘트 박사는 “도마뱀이 두 발로 달리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 아니라 단지 풀숲에 방해를 덜 받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며 “도마뱀의 자세를 무조건 속도 경쟁에 따른 진화의 결과로 결론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