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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헬조선’의 불행은 어디서 왔을까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33



2010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심리학자 에드 디너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30개국 중 뒤에서 15번째로 행복한 나라였다. 한국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낀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문제’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한국이 경제적으로 115번째로 밀릴 만큼 빈곤한 나라가 아니다. 연구자들은 한국 사회가 불행한 진짜 이유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다.

집단 속에서 자신을 잃은 개인들

심리학에서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관점이다.

개인주의는 개인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단위라고 생각한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이며, 집단의 목표와 개인의 욕구가 상충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 배우자, 학교 등을 선택할 때도 개인의 의견이 역시 가장 중요하다. 반면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중요한 주체는 가족, 학교, 회사 등의 집단이다. 개인은 고유하고 개별적인 욕구를 가진 자유로운 존재이기보다 집단의 구성원으로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집단의 목표를 따르는 현상이 흔하게 일어난다. 집단과 개인의 욕구가 부딪힐 때 개인의 욕구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예컨대 모두가 짜장면을 시킬 때, 혼자 짬뽕을 시키는 것은 핀잔받을 일이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표적인 집단주의 문화권으로 분류된다.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기보다는 타인이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 예를 들어 착한 딸, 성실한 학생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살아간다. 다른 이의 눈치를 보며, 이런 눈치를 피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도 많다. 이혼만은 절대 안된다며 근근이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부부들이 좋은 예다.

집단주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집단주의는 개인이 짊어져야 할 위험을 공동이 나눠 가지는 체제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준다거나, 빚을 대신 갚아주는 일이 흔하다. 개인이 (특히 금전적으로) 실패한 경우 그 책임을 개인이 고스란히 전부 다 떠안지 않고, 가족구성원 같은 주변 사람에게도 책임이 분산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

행복은 경제력 순이 아니에요

하지만 개인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디너 교수가 전 세계 55개 국가의 행복 지수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집단주의 국가의 국민이 개인주의 국가의 국민보다 더 불행했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69(5),Nov 1995, 851-864). 이 연구 결과는 인권, 교육의 평등, 소득 격차 등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지표를 제외하고
오직 두 문화의 차이만을 비교한 것이다.

63개국 4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가의 소득 수준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같은 문화적 특징이 행복 지수와 연관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11, Vol. 101, No. 1, 164 –184). 연구팀은 사회가 부유해지는 것보다 개인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것, 즉 사회의 개인주의 정도가 행복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자유를 심하게 해칠 정도가 아니라면 행복과 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가 유행이다. 우리가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집단주의 청산에 있을지도 모른다. ‘건강하고 행복한 개인이 모여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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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 일러스트

    더미
  • 에디터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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