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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브레인푸드’, 있다, 없다?


요즘 ‘뇌’가 뜨겁습니다. 알파고 쇼크와 뇌섹남녀 열풍, 그리고 조현병 환자의 범죄 문제가 겹치면서 최근 한국 사회 이슈의 중심에 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뇌에 좋다는 일명 ‘브레인푸드’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뇌에 좋은 음식이 있는 걸까요? 제가 한번 먹어… 아니, 과학적으로 따져봤습니다.


브레인푸드.
많이 들어 본 단어입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호두와 잣, 참치, 연어, 브로콜리, 계란 등 브레인푸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이 족히 20가지는 넘더군요. 굳이 골라먹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한 브레인푸드를 섭취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진짜와 가짜를 가려야 할 것 같다는 과학기자정신(?)이 불끈 솟는데요.

대체 어떤 근거로 그 많은 식품에 브레인푸드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요. 우선 브레인푸드의 정의부터 알아봤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브레인푸드를 검색하면 ‘누트로픽(nootropic)’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으로 연결됩니다. 똑똑해지는 약(Smart Drug)이나 인지기능 개선제 등으로 불리는 누트로픽은 기억력이나 창의력 향상 등에 효과가 있는 약품이나 성분을 일컫습니다. 식품에서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브레인푸드는 누트로픽의 하위 범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브레인푸드는 학술용어라기보다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습니다. 과학자들은 논문에 브레인푸드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더군요.


브레인푸드, 효과 있지만 맹신은 금물

브레인푸드를 뇌기능 발달과 개선, 그리고 뇌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거나 줄 가능성이 있는 음식으로 정의하고 과학적으로 따져봤습니다. 우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개선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표1>;의 성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식약처에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뇌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성분들도 있는데요, <;표2>;와 같습니다. 일단 이 두 범주에 속하는 음식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브레인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먹는다고 효과가 바로, 꼭 나타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정도죠. 실험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보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파티딜세린(PS)에 대한 연구는 수천 편에 이르지만, 그 중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2015년 기준 약 97건 입니다. 세포나 동물실험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에게서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특히 동물실험에서는 실험동물이 음식을 입으로 섭취하지 않고 주사로 뇌나 몸의 특정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경우도 많죠. 반면 사람은 입으로 먹는데, 이 경우 기껏 먹은 ‘뇌에 좋은 성분’이 뇌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뇌 기능 개선 성분(표1)과 과학계가 최근 활발히 연구 중인 성분들(표2).

음식으로 먹을 때와 성분만 뽑아 먹을 때는 달라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뇌에 잘 전달되도록 ‘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 성분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해 온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뇌에 좋다는 성분이 들어있는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그 성분이 뇌로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성분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카레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동물실험을 할 때는 뇌로 직접 전달해 주기 때문에 성분만 이용해서 실험하지만, 사람은 카레로 조리해서 먹을 때만 커큐민이 뇌로 전달됩니다. 아직 원리가 명확하게 밝혀 지지는 않았지만, 학자들은 조리할 때 넣는 기름 성분이 커큐민과 화학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켜 커큐민의 뇌 흡수율을 높여 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해 주는 ‘콜린’이라는 물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고 몸에서 스스로 만들지만, 음
식으로도 섭취해 줘야 하는 물질입니다. 콜린은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지만, 혈액 내 농도가 낮아지면 뇌 안의 콜린이 다시 혈액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래서 혈액 속 콜린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란 노른자에 많이 들어 있는 포스파티딜콜린(PC, 레시틴이 한 예)을 먹으면 일부는 콜린으로 바뀌어 뇌로 흡수되고, 일부는 혈액 내 콜린의 농도를 높게 유지시켜 줍니다.

안타깝게도, 시중에는 콜린과 커큐민, DHA 등 성분 자체를 섭취했을 때는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하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물질을 넣은 건강기능식품이 넘칩니다. 김혜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빙연구원은 “몸에 좋은 성분으로 알려진 것이라도 음식으로 먹을 때와 그 성분을 농축해서 약으로 먹을 때 (체내에서 이용하는 형태와 효율에 따라) 약물 섭취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몸에 좋다고 챙겨먹어도 필요한 양 이상은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찾아 먹을 필요가 없는 성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타우린’이죠. 타우린은 뇌 항상성 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필요한 양 이상은 배출됩니다. 타우린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타우린을 많이 먹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는 뜻이죠.
 
 
조리법, 적절한 섭취 연령 고려해야

음식의 조리법과 먹는 기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뇌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는 식재료라 해도 조리 과정에서 성분이 파괴되면 그것도 ‘무쓸모’잖아요? 예를 들어 냉동 브로콜리는 신선한 브로콜리에 비해 설포라판 성분이 10분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30초 이상 삶으면 설포라판 함량이 감소합니다. 한두 번 먹는다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동물실험에서는 보통 1주일 동안 해당 성분을 투여하고 효과를 측정하는데, 이는 사람에게는 1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그 정도는 먹어 줘야 효과를 논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도움이 되는 브레인푸드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브레인푸드의 성분은 ①뇌의 신경세포나 뇌 기능에 필요한 물질의 구성성분인 것(레시틴, 포스파티딜세린, 오메가-3 등), ②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저하된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물질(테아닌, 설포라판 등), ③유해물질을 조절해 인지능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물질(참당귀주정추출분말, 커큐민, 카테킨, 레스베라트롤, 설포라판 등)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김지영 서울대 수의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인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①번 성분이, 뇌의 노화를 대비하는 청장년과 노년층은 ②, ③번 성분이 유익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똑똑한 뇌’보다 ‘건강한 뇌’에 주목하는 ‘브레인 식단’

최근 학자들은 단순히 한두 종류의 브레인푸드가 주는 효과가 아니라 ‘식단’ 혹은 ‘식사 패턴’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명 ‘지중해식’과 ‘스칸디나비아식’, ‘오키나와식’ 식단이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죠. 각각 지중해와 스칸디나비아, 그리고 오키나와 지역에서 주로 먹는 식단입니다. 이 식단을 먹으면 똑똑해진다는 건 아니고, 건강한 뇌를 가지고 활력 있게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라스팔마스대 알무데나 산체스-빌레가스 교수팀은 스페인 사람 1만2059명을 대상으로 평균 6년 동안 조사한 결과, 지중해식 식사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사 실을 발견하고 2011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습니다(doi: 10.1371/journal.pone.0016268). 프랑스 보르도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뇌 신경 연결망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doi:10.1016/j.jalz.2015.06.1888).

흥미롭게도, 세 종류의 식단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해산물과 적당한 양의 육류, 그리고 채소를 곁들인 식사라는 것입니다. 반면, 가공식품과 지방이 많은 고기, 설탕 함량은 낮다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지요. 가공식품·고지방 고기·설탕은 뇌에 염증을 유발해 기분장애를 일으키고, 좌측 해마 크기를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세 식단의 공통분모 중 하나인 해산물의 경우, 뇌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찌꺼기들이 쌓이지 않게 해 준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의학협회지(JAMA)’ 올해 2월 2일자에 발표됐습니다(doi:10.1001/jama.2015.19451). 미국 시카고지역에서 544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10년(2004~2013년) 동안 식습관 조사를 한 뒤, 그 기간 동안 사망한 286명의 뇌를 부검한 결과, 일주일에 한 끼 이상 해산물을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이물질이 적었습니다.

브레인푸드 혹은 브레인 식단은 뇌 질환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비수 역할을 합니다. 대다수의 약물들은 질병이 발병하는 과정에서 한 부분만을 방어하도록 개발됐지만, 식품 성분들은 다양한 경로에서 그 효능을 보입니다.

또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정 식품 성분은 우리 몸의 유전자발현을 조절해 건강한 유전자를 강화하고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잠재우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김지영 교수는 “결국 음식이 후성유전학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유전자검사를 토대로 자신에게 취약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식단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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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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