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름 3L로 100km달리는 3리터카

직분사·CVT·초경량의 삼박자로 꿈을 실현

올해 7월부터 독일에서 발매를 시작한 폴크스바겐 루포는 가격이 2만6천9백마르크(약1천7백만원)에 배기량이 1천2백cc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기름 3L로 1백km를 주행할 수 있는 초저연비차이기 때문이었다. 이 차는 1L당 주행거리가 33.3km나 돼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통 경차의 연비(수동변속기 기준)가 18-21km/L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초절약형 차인 셈이다.


세계 최초 3리터카인 폴크스바겐 루포의 앞뒤 모습. 개발비만 6억마르크가 투자됐다.


3리터카는 폴크스바겐 피에히회장이 93년 초반 처음으로 언급한 후 6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3리터카는 실현성이 없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약 6억마르크의 개발비가 투자된 끝에 각종 신기술 및 경량화 기술을 도입해 지난 1998년 파리모터쇼에 첫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올해 시판되기에 이른 것이다.

불가능한 차?

저연비차의 개발은 석유자원의 고갈과 배출가스로 인한 공해 때문에 오래 전부터 업계의 관심사가 돼왔다. 현재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고도의 연비향상 기술개발을 21세기 자동차산업의 최우선 역점과제로 삼고 있다. 3리터카가 이외에도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압축천연가스(CNG)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위한 신기술 경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무공해자동차로 제일 먼저 주목을 받은것은 전기자동차로 미국 GM이 97년 EV1을 첫 출시한 후, 혼다와 도요타가 미국시장에 전기자동차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아직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고 전지 가격이 높아 상용화하는데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연료전지자동차는 전기자동차의 전지를 연료전지로 바꾸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길게 했다. 또한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나 유해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연료전지의 소형화가 어렵고 높은 가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프리우스. 1L당 28km의 연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L로 35km 가는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조합, 주행상태에서 따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장점을 혼용한 차량이다. 양산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로서 97년 도쿄모터쇼에 첫선을 보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그 해 12월부터 일본에서 2백10만엔(약 2천3백만원)에 시판되고 있다. 1천5백cc 가솔린엔진과 니켈메탈 수소전지를 조합한 4인승 프리우스는 동급모델인 도요타의 코롤라(1천5백cc)에 비해 연비가 2배인 1L당 28km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혼다가 프리우스와 비슷한 가격대의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인사이트를 시판하면서, 연비 35km/L를 달성했다고 발표해 하이브리드차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현재 초저연비차의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내연기관의 성능을 대체연료자동차가 커버하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현재의 석유연료용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 성능을 개선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온 3리터카 루포는 다른 자동차메이커의 초저연비차 기술개발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3리터카 차량 개발에 가장 중요한 기술로는 직접분사엔진, 무단변속기(CVT)로 대표되는 초저연비 변속기, 차체의 경량화, 공기저항 감소를 들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3리터카 루포의 부문별 연비개선 기여도를 보면, 엔진/변속기 부문이 약 60%, 경량화가 20%, 주행저항 감소가 20%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체연료 자동차로 국내에서 개발된 수소자동차


새로 개발된 직접분사 엔진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은 3리터카에 가솔린엔진이든 디젤엔진이든 모두 직접분사 방식의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디젤 직접분사 방식은 폴크스바겐이 3리터카 루포에 적용하는 등 이미 유럽메이커를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95년 미쓰비시에 의해 개발된 직접분사식 가솔린엔진도 일본메이커를 중심으로 장착이 확대되고 있다. 메이커별로 다르지만 직분사 엔진의 연비저감 효과는 기존 엔진에 비해 정속주행을 기준으로 하면 25-30%에 이르고 있다(속도변화가 있는 경우는 15% 정도).

적은 양의 가솔린으로 기존의 엔진과 동일한 출력을 낼 수 있는 엔진을 만드는 것은 오랫동안 전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과제였다. 그 방안으로 엔진 실린더 내부에 가솔린을 직접분사하는 엔진(GDI, Gasoline Direct Injection) 개발에 최초로 성공한 업체가 미쓰비시였다.

GDI 엔진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MPI(Multi Point Injection) 방식의 엔진과 많은 차이가 있다. MPI 엔진에서는 공기와 연료가 먼저 혼합된 다음 각 실린더에 분사되기 때문에 연료공급과 소비조절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GDI 엔진은 디젤엔진처럼 가솔린을 실린더에 직접 분사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고, 실린더 상황에 맞는 연료분사 시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또한 GDI 엔진은 효과적인 연료제어 및 연소로 기존의 MPI 엔진을 능가하는 고성능을 실현할 수 있다.


1200cc 직분디젤엔진을 장착한 닛산의 컨셉트카 사이펙트.


무단변속기로 날개 달아

직분가솔린엔진은 기존 가솔린엔진보다 25-30% 정도 연비가 향상(일본 연비 기준)되며, 여기에 수동변속기 수준의 연비향상이 가능한 무단변속기를 조합하면 전체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연비향상도 가능하다. 직분가솔린엔진은 주행조건에 따라 저연비의 성층연소영역과 고출력의 균질연소영역으로 다르게 작동한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엑셀을 세게 밟는 운전을 하게 되면 고출력의 연소영역에서 달리는 경우가 많아져 연비가 그다지 향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직분가솔린엔진과 무단변속기를 조합시키면 엑셀을 세게 밟는 것에 맞춰 변속비를 바꾸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저연비 연소영역에서 연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편 직분디젤엔진 또한 연료절감과 파워를 동시에 만족시킬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3리터카 루포에 적용한 이래 다이믈러크라이슬러도 초소형차 스마트에 0.8L 직분디젤엔진을 탑재한 3리터카를 올 12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직분디젤엔진은 유럽메이커가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이어트와 몸매 만들기

초저연비차에서는 엔진뿐만 아니라 차체의 경량화도 필수적이다.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차량의 무게를 10% 가볍게 하면 연료를 약 5-7%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리터카 루포의 경우 총무게가 약 8백kg으로, 기존 루포(1.7L)에 비해 약 1백80kg이 경량화됐다. 또한 혼다의 3리터카 인사이트는 엔진 외에 전기모터를 탑재했지만 차체 각 부위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 경량재료를 대폭 적용해 무게를 8백20kg으로 낮추어 국산 경차 수준의 무게를 달성했다.

그 밖에 아우디는 차체와 골격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철강재료를 사용한 차보다 43%나 가벼운 A2를 지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출품했다. 하지만 아직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같은 경량재료는 철강재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인 것이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기존 소형차의 철강 차체에 직분식 엔진을 적용하고, 엔진효율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1.5L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엔진효율을 개선해 현행 28km/L 연비를 3리터카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각종 저항 중에서 연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구름저항과 공기저항을 들 수 있다. 구름저항(Rolling Resistance)은 바퀴가 수평으로 굴러갈 때 발생되는 저항이고, 공기저항(Air Resistance)은 자동차가 주행할 때 진행하는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이다.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공기저항이 연비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0.2-2.0%인 것으로 추산된다. 루포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공기흡입구의 크기를 줄이고 차의 하체를 편평하게 했다. 또 사이드 스커트를 기존 루포보다 좀 더 아래쪽에 위치시키고, 범퍼모양을 유선형으로 만들어 공기저항계수를 낮추었다. 구름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행저항이 적은 타이어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연비 35km/L를 달성한 혼다의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인사이트도 유선형 디자인과 플라스틱제 뒷바퀴 휠커버를 적용해 양산차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그린피스가 만든 환경친화 자동차.


신호등 앞에서 시동 꺼져

루포에 적용된 후 3리터카 기술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이들링스톱시스템이다. 이는 교통혼잡으로 차량이 정체된 경우나 신호등 앞에서 차량이 3초 이상 정지했을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재출발시 엔진이 자동으로 시동돼 엔진 공회전으로 인한 불필요한 연료낭비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통 시동을 걸 때에는 엔진을 돌리는 회전속도가 공회전 회전속도보다 현저히 느려 점화를 쉽게 하기 위해 진한 혼합기를 공급한다. 이 때문에 연료가 많이 소비되고 배출가스도 많아진다. 아이들링스톱시스템에서는 스타터를 보강해 엔진을 공회전 속도에 가깝게 돌림으로써 일반 혼합기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아이들링스톱시스템은 혼다의 3리터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인사이트에도 적용됐으며, 미쓰비시가 올해 출시할 3리터카 피스타치오에도 장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름 3L로 1백km를 달리는 3리터카는 현재의 자동차공학 기술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 이미 현실화한 3리터카 경쟁에서 한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의 추격이 기대된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술이 가능하게 된 것처럼 우리 손으로 3리터카를 만들어 낼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매연 줄고 파워 커진 승용차용 직분디젤엔진

가솔린엔진이 혼합기를 전기 불꽃으로 점화시켜 연소시키는데 비해, 디젤엔진은 공기를 압축시켜 고온으로 만든 상태에서 연료를 분사해 연소한다. 이런 점에서 디젤엔진은 원래부터 직접분사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트럭에 탑재돼 사용되고 있는 중·대형 디젤엔진은 직분식이지만, 승용차용 디젤엔진은 직분식이 아니었다. 중·대형 디젤엔진에 사용하는 직분형 엔진은 연비와 파워는 좋지만 단시간에 대량의 연료를 분사하기 때문에 소음이 크고, 연료와 공기와의 혼합이 불완전해 매연이 많고 연소온도가 높아 인체에 해로운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결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승용차에 탑재되는 소형 디젤엔진에는 일반적으로 부실(副室)을 별도로 설치해, 이 부실에 연료를 분사하고 주실에서 점화시킨 후 그 화염을 실린더 안으로 분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실첨가형 엔진은 소음을 줄이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억제시킬 수 있지만, 열손실이 많고 연비와 파워는 직분식을 따라갈 수 없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소형직분식디젤엔진은 이러한 단점을 해소시켜 환경보호, 승차감 향상, 저연비, 고출력이라는 목표를 모두 만족시키는 획기적인 엔진이다. 연료를 축압기와 같은 저장기에 일단 저장하고, 분사압력, 분사시기, 분사기간을 임의로 조정해 저연비, 고출력이 가능해진 것이다.

3리터카 루포에 적용된 직분터보디젤엔진(TDI)은 고압분사를 위해 유니트 펌트라는 분사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실린더 내에서의 연료분사 압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연료와 공기와의 혼합이 촉진되기 때문에 완전연소에 근접하게 된다. 우수한 연비 및 낮은 배기가스를 실현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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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동아일보 조사팀
  •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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