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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서울공대카페 38 기계항공공학부(기계공학전공)



인터뷰를 하러 찾아간 김호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기계공학) 교수의 연구실은 기계공학자라기보다는 자연과학자의 방 같았다. 한 켠에는 포인세티아를 닮은 꽃이 자라는 큰 화분, 또 다른 쪽에는 신기하게 생긴 식물의 씨앗이 있었다. 김 교수는 “기계공학도 자연의 원리를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자연과학과 공통점이 많다”며 “기계를 만들 때 생명체에서 가장 큰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차연 기계항공공학부 2학년 이차연입니다. 연구실에 식물이 있네요?

김호영 물이 잎맥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확인하려고 키우는 꽃입니다. 잎을 잘 보면 다른 식물들보다 잎맥이 잘 보이거든요.

이차연 식물과 관련한 연구를 준비하시나요?

김호영 아니에요. 액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식물은 영감을 얻는 대상입니다.

이차연 그럼 지금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김호영 주로 식물이나 곤충의 움직임을 모방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7월에는 동료 교수와 함께 소금쟁이의 특성을 모방해 물 위를 뛰어 다니는 로봇을 개발하고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제라늄씨앗을 연구하고 있어요. (작고 투명한 병을 보여주며) 여기 들어있는 것이 제라늄 씨앗입니다.

이차연 신기하게 생겼네요.

김호영 그렇죠? 자세히 보면 씨앗이 두 개예요. 씨앗에 달린 기다란 꼬리가 서로 엉켜있어서 하나로 보이지만요. 잘보세요. (병 안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나면 꼬여있는 꼬리가 알아서 풀릴 거예요.

이차연 실제 땅에서도 똑같이 움직이나요?

김호영 제라늄 씨앗은 가을에 건조해지면 껍질이 말라 터지면서 씨앗이 날아가는데요. 땅에 떨어진 채 그대로 방치되면 말라 죽게 됩니다.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이를 위해 제라늄 씨앗은 똘똘 말린 꼬리를 나사처럼 이용해 회전하면서 땅 속으로 들어갑니다. 땅 속의 습기를 머금으면 꼬인 게 풀리는데, 건조한 낮이 되면 다시 꼬입니다. 밤이 되면 다시 풀리고요. 이 과정에서 하루에 한 바퀴 정도 회전을 합니다.

이차연 씨앗이 나사처럼 작동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어떤 원리인가요?

김호영 씨앗의 꼬리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두 개 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분을 흡수했을 때 팽창하는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이 있어 수분이 들어오면 한쪽 방향만 팽창해 휘면서 저절로 꼬이게 됩니다. 씨앗이 든 이병을 다시 보세요. 꼬리가 다 풀렸죠?

이차연 오~. 정말 다 풀렸네요! 이런 로봇은 어디에 응용할 수 있나요?

김호영 이 원리를 이용하되 회전 속도를 좀 더 높여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려 합니다. 회전이 가능한, 작은 로봇이 필요한 곳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은 로봇들은 주로 의료용으로 많이 이용합니다. 몸 안으로 들어가는 로봇은 안전성 문제로 바로 이용하기가 어렵지만, 몸 바깥에서 도움을 주는 로봇들은 상대적으로 상용화가 빠른 편이죠.

이차연 생물과 관련된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호영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공부할 때 주위의 많은 교수들이 생명체와 관련된 연구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죠. 생물을 공부하면서 자연과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또 생명의 원리를 기계에 적용해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차연 기계공학에 잘 맞는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요?

김호영 자동차나 로봇을 보면 가슴이 뛰는 학생은 물론이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과학적 원리에 궁금증이 많은 학생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손이 이렇게 움직일까’, ‘벼룩은 어떻게 자기 몸 길이의 100배나 뛸 수 있을까’와 같은 궁금증이 연구 주제로 발전하게 되거든요.

이차연 기계공학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호영 공부한 것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소금쟁이 로봇을 예로 들자면 소금쟁이에 대해 탐구한 결과를 바로 로봇이라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잖아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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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차연 서울대 공대 학생기자
  • 사진

    이서연
  • 에디터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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