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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관리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비만이 되는 것을 막고 체력을 키우려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물도 몸 관리를 한다! 이들은 더 잘 생존하기 위해 몸매를 가꾸고 체력을 단련한다.


미국 세인트토마스대의 한 실험실.
어느 날 길이 2m, 폭 5cm의 특수한 트랙과 작은 러닝 머신이 설치됐다. 독특하게도, 도마뱀을 위한 운동기구였다. 이 대학의 생물학자 제리 후삭 교수가 계획한 ‘올림픽 도마뱀 만들기(Making Olympic Lizard)’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연구팀은 아놀 도마뱀(Anolis carolinensis) 15마리를 두 종목의 ‘운동 선수’로 훈련시켰다. 7마리는 단거리 뛰기 선수로, 8마리는 장거리 뛰기 선수로. 연구팀에 따르면, 둘 모두 파충류가 잘 못하는 운동이다.

연구팀은 단거리 선수들을 트랙 위에 올려 놓고 마구 몰았다. 놀란 도마뱀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적외선 빔을 쏴 최고 속도를 쟀다. 장거리 선수들은 각각 느리게 움직이는 러닝 머신 위에 올려놓고 페인트붓으로 살짝살짝 밀었다. 도마뱀은 계속 걸어야 했다. 한 번에 30분간, 혹은 완전히 지칠 때까지. 후삭 교수는 “도마뱀을 뒤에서 밀어 넘어뜨렸을 때 더 이상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지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훈련은 일주일에 3일씩 총 8주간 이뤄졌고, 날이 갈수록 훈련 강도는 점차 높아졌다. 연구팀은 훈련 결과를 작년 1월 학술지 ‘실험생물학’에 발표했다(doi:10.1242/jeb.114975). 과연 혹독한 훈련을 거친 도마뱀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어떻게 변했을까. 두구두구두구~.
 


러닝 머신 달린 도마뱀, 지구력 늘었다!

장거리 선수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훈련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세 배 더 긴 거리를 연속해서 걸을 수 있었다. 연구팀이 혈액 샘플을 채취해 혈구 수치를 쟀더니,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숫자가 증가해 있었다. (열심히 훈련에 임한 도마뱀 선수들에겐 미안하지만) 도마뱀의 사지도 해부했다. 근섬유가 비대해져 있었다.

단거리 선수들은 속도가 전혀 빨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사지의 근섬유는 발달해 있었다. 후삭 교수는 미국 과학잡지 ‘디스커버’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긴 시간 괴롭혔더니, 도마뱀들이 한계를 뛰어넘도록 더 이상 동기부여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면서도 “어쨌든 근섬유가 자랐으므로 뛰는 능력이 향상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새나 악어, 연어 등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동물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리학적 능력이 배가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동물들도 건강을 유지하거나 체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운동을 하지는 않을까. 동물들은 늘 짝짓기 상대나 먹이를 찾기 위해, 또는 자기를 잡아 먹으려는 포식자를 피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하니까. 그러려면 평소에 심혈관 기능이 건강하고 날개나 다리 근육이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탄탄해야 할 것이다.

동물이 운동을 필요로 한다는 건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집 안에서 키우는 개는 매일 1시간 정도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등을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걷는다. 조그만 철창 안에 갇힌 햄스터는 종종 쳇바퀴 위를 열정적으로 달린다. 어린 새들은 자기 몸무게를 지탱할 만한 근력을 키우기 위해 허공에서 시도 때도 없이 자그마한 날개를 파닥거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랑우탄, 침팬지, 사자, 호랑이 등 다양한 포유동물의 어린 개체들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뒹굴면서 큰다. 사회적인 소통 기술을 익히기 위한 놀이이자, 덜 자란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운동이다(다 자란 개체들도 이런 운동을 하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실제로 스스로 운동하는 야생 동물들이 관찰된 적도 있다. 주인공은 쥐다. 조그만 우리에 갇힌 쥐가 하룻밤 사이에 쳇바퀴를 이용해 5km를 달렸다는 관찰 결과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갇혀 있는 쥐만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야생 쥐들은 쳇바퀴가 있어도 쓰지 않을 거라고 추측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신경과학자 조안나 메이저는 집 뒷마당에 쳇바퀴가 달린 오픈형 우리를 설치하고 2009년부터 약 3년간 촬영했다(doi: 10.1098/rspb.2014.0210). 놀랍게도, 20만 마리 이상의 다양한 야생 설치류를 비롯해, 심지어 개구리와 달팽이가 다가와 쳇바퀴를 돌렸다(개구리, 달팽이. 오타 아니다. QR코드로 확인하시라).

메이저 교수의 실험실을 찾은 야생 쥐들은 평균 1~2분 동안 쳇바퀴를 돌렸는데, 이는 실험실 쥐들이 운동하는 시간과 비슷했다. 동물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지만, 연구팀은 “분명 쳇바퀴 굴리기를 즐기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어떤 동물은 마치 사람처럼 운동하는 걸 그저 좋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냥꾼이 설쳐 대면, 호숫가 오리는 살을 뺀다

어떤 동물은 식사량을 조절해 살을 찌우거나 빼기도 한다. 목적은 사람과 좀 다르다.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체중을 바꾼다. 예를 들어, 다양한 명금류는 겨울을 잘 나기 위해 살을 찌우지만, 아주 많이는 아니다. 포식자를 피해 빨리 탈출하려면 지나친 비만은 금물이기 때문. 새의 몸무게와 비행 능력은 상관관계가 아주 높다.

실제로 ‘플로스원’ 2011년 7월호에는, 오리가 주변에 천적이 많아진다고 느끼면 적절히 굶어서 체중을 줄인다는 관찰 결과가 실렸다(doi: 10.1371/journal.pone.002235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세드릭 짐머 교수팀은 물가에 사는 쇠오리(Anas crecca )와 댕기흰죽지(Aythya fuligula ) 두 종을 각각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평화롭게 살도록 내버려 뒀고 한 쪽은 주기적으로 찾아가 방해를 놓았다. 오리로 하여금, 주변에 포식자가 많아졌다고 느끼게 한 셈이다. 그 결과, 방해 받은 그룹은 두 종의 오리 모두에서 음식 섭취와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과학자들은 주로 조류에서 관찰되는 이런 행동을, 굶어 죽을 위험과 포식 당할 위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균형 맞추기(trade-off)라고 부른다.

고래에게서도 비슷한 행동이 나타난다. 영국 글래스고대 환경및진화생물학과 로스 맥레오드 교수팀은 쇠돌고래(Phocoena phocoena )를 관찰했다(doi: 10.1098/rspb.2007.0786). 새들의 균형 맞추기 행동이 다른 종에서도 나타나는지 알기 위해서 였다. 영국의 일부 해역에서는 병코돌고래(Tursiops truncatus )가 쇠돌고래를 쫓아내 죽이기도 하는데(잡아 먹지는 않는다), 조사 결과 돌고래 살인사건(?)이 비일비재한 해역에 사는 쇠돌고래들은 몸 속에 지방을 적게 저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도 37%가량 짧았다.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하더라도 날쌘 몸매를 유지해서 병코돌고래로부터 도망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팀은 “주로 조류에서 나타나는 균형 맞추기 행동을 생태계의 일반적인 전략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철새 say, “근력? 필요할 때 쓱~”

동물들의 자기 관리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떤 동물은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고도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3일마다 작심하며 헬스클럽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질투가 좀 날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곰은 몇 달 동안 이어지는 겨울 동안 좁은 동굴 안에서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 잠만 잔다. 물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 미국 연구팀은 2007년, 동면 중에 곰이 어떤 생리학적 변화를 겪는지 조사했다(doi: 10.1086/513190). 북미 로키산 2500m 고도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아메리카흑곰(Ursusamericanus ) 6마리를 찾아내 동면 초기와 후기에 각각 근육의 힘과 피로 저항도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곰은 동면한 지 110일 만에 근력의 약 29%를 잃었다. 누워만 있었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동면하지 않는 동물, 예컨대 인간이 이렇게 지낸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연구를 보자. 제한된 음식을 먹으면서 90일 동안 침대에서만 지낸 환자는 근력 절반을 잃었고, 우주인은 단 17일간 이어진 무중력 여행만으로 근력의 9~11%를 잃었다. 이와 비교하면 곰은 근력을 아주 잘 유지한 셈이다.

오래 운동할 수 있는 특성인 ‘피로 저항성’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근육의 단백질량과 근섬유의 크기도 거의 그대로였다. 곰의 넓적다리와 종아리의 근육 단면적은 동면 초기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근육 속의 단백질량은 넓적다리에서만 약 10%가 줄었고, 종아리나 사두근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즉,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중요한 근육은 지켜내면서 다른 덜 중요한 조직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때 충분히 강한 근력을 내서 바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장거리 여행을 하는 철새들은 더 놀랍다. 줄기러기(Anser indicus )는 아주 먼 거리를, 그것도 산소가 몹시 희박한 히말라야의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새로 유명하다. 과학자들이 줄기러기가 비행을 앞두고 어떤 생리학적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한 결과, 근육에 산소를 저장하는 물질인 미오글로빈의 수치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수치가 높으면 산소가 희박한 데서 격한 운동을 하면서도 견딜 수 있다. 또 다른 철새인 흰뺨기러기(Branta leucopsis)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2500km에 달하는 이주 비행을 앞두고 골격근과 심근이 비대해지는 것이 관찰됐다.

정작 과학자들이 놀란 점은, 이런 극한의 운동을 앞두고 하는 준비 운동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사실이었다. 줄기러기는 비행 몇 달 전부터 땅 위에서 걷거나 호수에서 부드럽게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흰뺨기러기는 이주를 앞두고 하루에 몇 분씩 꾸준히 비행을 하긴 했지만, 평소보다 더 많이 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학교 다닐 때 하던 국민체조만으로 철인 3종 경기 준비를 끝낸다는 거다. 일부 과학자들은 “철새들은 목적에 딱 맞는 몸매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는 어떤 방아쇠(트리거)를 몸 안에 가진 것 같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운동을 할까?

이 정도 사례를 보고 나니 의문이 든다. 동물도 인간처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걸까. 답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이 주제에 딱 맞는 연구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 로햄튼대 생태생리학자 루이스 할시 박사는 만약 동물이 스스로 운동을 한다면, 몹시 정밀하게 계산된 결과일 거라고 주장했다(박스 기사 참조). “인간은 에너지가 풍부한 음식을 끝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강도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해도 번식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동물들은 굶어 죽지 않으면서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만큼 날씬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번식을 하려면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 애버딘대 생물학과의 존 스픽맨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동물이 평소에 충분히 활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동물의 운동이 연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어쨌든 동물들은 일상적인 활동만으로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운동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일러스트

    황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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