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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그래핀의, 그래핀에 의한, 그래핀을 위한 곳

걸어서 대형연구소 속으로 ➋


‘영국 맨체스터시’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한국 사람에게는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로 유명하죠. 그런데 사실 맨체스터시는 18세기 말 직물 공업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역사적인 공업 도시기도 합니다. 맨체스터 과학기술대(UMIST)는 이렇게 ‘뼛속까지’ 공업 도시인 맨체스터의 가장 큰 대학교이고요, 그 한가운데에 영국국립그래핀연구소(The National Graphene Institute, NGI)가 있습니다.


검은 베일에 싸인 건물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 맨체스터대 옥스퍼드 로드에 내리면 동쪽 부스 스트리트와 교차하는 지점에 검은 거울처럼 번쩍이는 NGI 건물이 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작은 구멍이 뚫린 검은색 스테인리스 판(그래핀 필름과 유사한 모양이 죠) 1200여 개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은 이것을 ‘베일(veil)’이라고 부릅니다. 베일로 둘러싸인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면적은 7825m2에 이릅니다.

영국 정부는 61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1049억 원을 들여 지난해 3월 연구소 문을 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든 건 그래핀 제작 조건이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그래핀은 두께가 0.3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얇으면서 강도가 강철보다 200배, 전기전도성이 실리콘보다 100배 좋습니다. 이런 그래핀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흑연을 원자 한 층 두께로 얇게 벗겨내야 합니다. 오염물질을 차단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진동과 자기장, 소음 간섭도 막아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래핀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을 ‘클린룸’이라고 하는데, 연구소에는 클린룸이 지하 1층부터 지상2층까지 1500m2나 건설돼 있습니다. 현재 NGI에서 연구 조교로 일하고 있는 젤링 리 연구원에 따르면, 건물을 둘러 싼 ‘베일’도 실은 클린룸에 오는 바람의 저항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고 해요. 엘리베이터 역시 진동이 없는 특수 엘리베이터이고, 클린룸에 자기장 영향이 없도록 건물의 철근 기둥도 지름이 5m를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하네요.

1층 클린룸의 창문은 통유리니까 마음껏 구경해 보세요.
 

하루의 마무리는 반전 옥상에서

현재 이곳에서는 배터리, 플렉시블 터치스크린 등에 들어가는 그래핀 부품의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체 인력은 200명 남짓이지만, 전세계 35개 기업과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방문하게 되면 연구진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세요. 2004년 그래핀을 처음으로 분리해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한국인 과학자도 꽤 있다고 합니다.

NGI 연구원들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연구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연구소 옥상 정원입니다. 21종류의 잔디와 야생화가 있는 곳인데요. 연구원들이 틈만 나면 올라와 햇볕을 쬡니다(누가 영국인 아니랄까봐요). 옥상 정원의 디자인은 노보셀로프 교수가 직접 제안했다고 해요. NGI건물을 짓기 전에 이 자리에 정원이 있었는데, 옥상에 그대로 재현하면 어떨까 하고요.

리 연구원은 NGI에 방문하면 2층과 3층에 있는 커피머신을 꼭 이용해 보라고 추천했습니다. 식당이 없어서 음식은 밖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지만 커피는 꼭 연구소에서 챙겨 마실 정도로 맛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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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도움

    젤링 리 NG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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