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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썸의 결정적 한 방 그날의 분위기

‘소개팅은 무조건 파스타집에서’, ‘2차는 서로의 얼굴이 안보일 정도로 어두운 술집에서’. 인터넷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난무한다.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어온, 연애를 글로 배운 이들이여. 늦지 않았다. 그날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분위기란 특정 자리나 장면에서 느껴지는 기분으로, 결국 주체의 기분을 의미한다. 분위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무드효과(mood effect)’라고 부른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특정 대상에 대한 평가와 일치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소개팅이 긍정적인 분위기면 상대를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확률이 높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조셉 포가스 교수는 이 현상을 특정 대상을 판단할 때 우리 인지 시스템이 그 당시의 분위기를 일련의 정보 단서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심리학 논평’ 1995년 1월). 그럼 어떻게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1. 일조량은 많고, 습도는 낮은 날을 선택하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적절한 날짜 선정이다. 무조건 빨리 잡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결정적 한 방을 노린다면 어서 인터넷으로 2주간의 날씨부터 파악해야 한다. 평소처럼 단순히 비가 오는지, 얼마나 추운지를 보는 것이 아니다. 진짜 확인해야 할 것은 ‘일조량’과 ‘습도’다.

먼저, 일조량은 많아야 유리하다. 호주 베이커 심장 연구소 연구팀은 101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일조량과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양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랜싯’ 2002년 12월 7일). 그 결과 햇빛이 지속적으로 비춘 시간에 따라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변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물질로, 분비량이 적으면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여름이 겨울보다 약 2배 가량 일조량이 많고, 뇌에서 생성하는 세로토닌 양은 약 7배나 많았다. 일조량이 적으면 쉽게 피곤해질 수도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 라스 펜크 교수팀은 일조량이 적으면 피부에서 비타민 D3 합성이 적어지기 때문에 이것이 피로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요소는 습도다. 미국 타우슨대 제프리 샌더스 교수는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25일 동안 습도, 온도, 기압 등 다양한 날씨 요소와 실험자가 느끼는 분위기의 관계를 연구했다. 다른 요소는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반면, 높은 습도에서는 활력, 의기양양함, 애정 등의 항목이 모두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1982년 ‘일반심리학회지’ 1권). 높은 습도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도 있다(‘영국 심리학 저널’ 1984년 2월). 그(또는 그녀)가 나와의 대화에 오래 집중하고 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인 상태에서 하게 하려면, 습도는 낮고 일조량은 많은 날을 만남의 날로 정해야 한다.


2. 창문과 가까이 혹은 아예 멀리

날짜를 정했으면 이제 장소다. ‘소개팅은 무조건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제부턴 거리를 두는 편이 좋겠다. 스웨덴 룬드대 리카드 쿨러 교수팀은 영국,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 네 개 나라에서 총 988명을 대상으로 실내 조명이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실내 조명이 어두울수록 부정적인 기분의 수치가 올라가고, 밝아질수록 긍정적인 기분 수치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창문의 위치도 기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창문에서 떨어져있는 거리를 기준으로 네 개 그룹을 나눴다(0~2m, 2.1~5m, 5.5~10m, 11~100m). 그룹 간에는 유의미한 기분 차이가 있었는데, 창문에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그룹이 긍정적인 기분 수치가 가장 높았으며, 가장 멀리 위치한 그룹이 세 번째 멀리 떨어진 그룹보다는 수치가 높았다. 종합하면 조명은 너무 어둡지 않되, 되도록이면 창문과 2m 이내에 좌석을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혹시라도 사람이 많아 창문에서 5m 이상 떨어진 곳에 앉아야 한다면 차라리 아주 멀리, 11m 이상 떨어진 곳에 앉는 것이 낫다.


3.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눈도 착각해

이제 결정적 한방에 80%쯤 다가왔다. 나머지 20%는 노래 선정에 달려있다. 오해하지 마시길. 절대 노래를 부르라는 의미가 아니다(첫 만남에 노래? 그때는 결과를 책임질 수 없다). 영화에서처럼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면 된다. 생각만해도 로맨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노래는 단순히 달콤한 분위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에 따라 보는 것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조이딥 바트샤야 교수는 음악이 우리의 감정뿐만 아니라 특정 대상을 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뉴로사이언스 레터스’ 2009년 5월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30명을 대상으로 행복한 느낌이 드는 음악과 슬픈 느낌이 드는 음악을 각각 들려준 뒤, 서로 다른 40개의 사람 표정 사진을 보여줬다.

그 결과 똑같은 사진이어도 행복한 음악을 듣고 봤을 때가 슬픈 음악을 듣고 봤을 때보다 사진 속 표정을 더 밝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원인을 찾기위해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파를 측정했더니, 행복한 음악을 듣거나 행복한 사진을 보면 대뇌피질의 왼쪽 전두측두(fronto-temporal)가, 우울한 음악을 듣거나 우울한 사진을 보면 오른쪽 전두측두가 반응했다. 연구팀은 시각과 청각을 같은 부위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두 감각이 통합돼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또는 그녀)의 취향이 발라드라 할지라도 그날만큼은 발랄한 노래를 들려주자. 당신이 조금만 웃어도 활짝 웃는 것으로 인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4. 편안한 템포는 따로 있다

만약 귀에 이어폰을 꽂을 용기가 없더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함께 밥 먹는 식당에 노래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괜히 식당과 맞지 않는 음악을 신청하다가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 그럴 땐 식당에서 주로 트는 음악 장르에서 박자와 음정을 고려해 노래를 선정하면 된다.

정규엽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재즈나 클래식이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정 교수는 ‘친숙하다’, ‘행복하다’, ‘즐겁다’, ‘호감이 간다’, ‘호기심이 생긴다’ 등 긍정적인 감정을 위주로 조사했다. 실험 결과 ‘편안하다’, ‘행복하다’, ‘즐겁다’ 등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으며, 이들 모두 중간 템포의 재즈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간 템포의 범위는 5~109BPM였다. 어느 정도 빠르기인지 감이 안 온다면, 식당에 가서 노라 존스의 ‘돈 노 와이(Don’t know why)’를 내밀어라. 그(또는 그녀)는 이미 당신과의 식사 자리를 편안하고 즐겁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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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사진

    이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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