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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피해로부터 천 년 문화재 지키기



최근 갔던 국내 여행을 떠올려 보세요. 그곳에서 만난 문화재나 전통건축 중 상당수는 나무로 지어졌을 것입니다. 나무는 아름답고 튼튼한 재료입니다만, 몇 가지 피해에 취약하기도 합니다. 특히 해충이나 곰팡이 등 생물에 의한 피해는 금속이나 석조 문화재에 비해 목조 문화재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나무 자체가 생물 재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이지요. 그렇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나무도 생물 피해 없이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관리만 해 주면, 천 년 이상 흐트러짐 없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 첫걸음은 문화재 생물 피해 조사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에 걸쳐 전국에 있는 국보, 보물 등 중요한 목조 문화재 321건의 생물 피해를 하나하나 조사해 왔습니다. 올해는 4월부터 10월까지 충청남·북도와 경상북도 지역에 있는 63건의 문화재를 조사했으며, 이로써 5년에 걸친 첫 전수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우리 땅에 있는 중요한 문화재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드디어 체계적인 자료가 생긴 것입니다.

생물 피해를 입은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은 한 편의 수사 드라마 같습니다. 먼저 사전 조사를 합니다. 문화재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피해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고, 기존의 피해 기록을 점검합니다. 그런 뒤 현장 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팀은 조사원 세 명과 훈련사 두 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흰개미 탐지견 두 마리가 함께합니다. 흰개미 탐지견은 한문화재 한지킴이 협약기관인 삼성생명 탐지견센터 소속으로, 2007년부터 목조문화재 흰개미 조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람이’라는 이름을 지닌 탐지견은 조사 초창기부터 거의 모든 조사를 함께 해 온 베테랑입니다.

탐지견은 주로 건물의 아랫부분에 있는 흰개미 피해를 조사합니다. 조사원은 문화재의 위치를 GPS로 확인해 기록하고, 피해가 발생한 부재의 온도와 습도, 함수율을 측정합니다. 또, 직접 눈으로 건물의 윗부분을 확인하며 곰팡이 등 표면을 오염시키는 미생물, 벌집, 그리고 넓적나무좀이나 빗살수염벌레 등 해충에 의한 피해를 찾습니다. 조사를 마치면 현장기록을 모아 보고서를 만들고, 피해가 심한 경우 방제 대책을 세웁니다.


방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언뜻 생각하면 해충은 잡아 죽이고 미생물은 소독해 깨끗이 없애는 게 능사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화학약품을 이용해 방제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정소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학예연구관은 “환기만 잘 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해충과 미생물이 번식할 환경을 없애주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예방된다는 것입니다. 목조건물 바닥에 많이 깔려 있는 비닐 장판 대신 한지 장판을 쓰고(절에 가도 비닐을 깐 곳이 많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비닐 아래는 해충과 미생물의 천국이죠), 벽지를 한지 같은 종이로 바꿔 주기만 해도 한결 낫습니다. 습한 장마철에 가끔 난방을 해줘서 습기를 빼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도 약품을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직접 나무 부재에 약품을 칠해 흡수시키는 방법과, 문화재 전체를 가스로 소독하는 훈증 방법이 있습니다. 흰개미의 경우 흰개미가 땅 속으로 이동하므로 땅에 약제를 파묻거나, 일종의 나무시편을 땅속에 박아놓은 후 흰개미가 발견되면 그 안에 독먹이(베이트)를 넣어 흰개미 군체를 제거하는 방식을 씁니다.

화학 약품 대신 천연물을 이용해 환경에 해가 적은 새로운 약제도 개발 중입니다. 서민석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학예연구사는 족두리풀 등 20여 종의 식물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추출해, 이 안에서 곤충을 죽이고 곰팡이를 제어하면서 인체나 문화재에는 해가 없는 물질을 찾았습니다. 올해 10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2015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100선’에 선정돼 우수성도 인정받았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특허도 받았지요. 정 연구관과 서 연구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화학 약제를 대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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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기타

    [공동기획]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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