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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일주일 앞둔 11월 6일,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이하 정신여고)에서 조금 특별한 전공 설명회가 열렸다. 발표자는 현재 공대를 다니고 있거나 갓 졸업한 ‘예스(YEHS, Young Engineers Honor Society)’의 회원들. 한국공학한림원 산하 공대생 연합동아리인 예스는 지난 10년간 전공 설명회를 40회 넘게 한 베테랑들이다. 이 날은 정신여고 1, 2학년생 150명, 학부모 및 교사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컴퓨터공학,전자공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건축공학을 소개했다. 나이 지긋한 진로상담 전문가가 아닌, 현재 대학에서 치열하게 배우고 있는 ‘선배’들이 강단에 서자 학생들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최성이 정신여고 교감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최했다”고 말했다.
전공 설명회의 핵심은 ‘쉽게’, 그리고 ‘와닿게’였다. 컴퓨터공학과를 소개한 동국대 정보통신공학과 안철진씨는 뱀을 본뜬 로봇을 만들고, 스마트폰을 통해 명령을 내려 움직이게 하는 영상(뱀 로봇은 ‘후진’도 가능했다!)을 보여주며 컴퓨터공학의 응용분야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감탄하면서도 “컴퓨터공학은 수학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말에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KAIST 전자공학과 강경구 씨는 전기전자공학의 세부 분야를 휴대전화를 예로 들어 소개했다. 휴대전화의 메모리는 반도체 분야, 두뇌를 담당하는 칩(AP)은 회로 분야, 배터리는 전기에너지 분야, 카메라는 신호처리 분야, 통신 칩은 통신 분야와 직접 관련이 있었다.
이번 설명회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순간은 재료공학과 발표 중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장치인 스텐트 삽입 영상이 나올 때였다(QR코드 참조). 좁아진 혈관에 튜브를 삽입하고 부풀리자 혈액이 혈관을 타고 분수처럼 뻗어나갔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정세윤 씨는 “재료공학과는 삽입한 그물망을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인체 거부반응이 없고, 부식이 안 될까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신여고 2학년 김태경 학생은 “막연히 화학공학과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재료공학과에 가서 스텐트 같은 장치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이수빈 씨는 “같은 스텐트라도,기계공학과에서는 삽입하는 그물망을 어떤 구조로 만들어야 내구성이 좋을까를 연구한다”고 말했다. 또 영화 ‘트랜스포머’ 등을 보여주며 기계공학의 설계 분야, 제어 분야, 열유체 분야 등 다양한 분야를 설명했다. “시간 관계상 마지막 영상은 안보고 넘어갈게요”라는 이 씨의 말에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봐야 해요”라고 외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마지막으로 정신여고가 모교인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오정민 씨는 스파게티 면으로 구조체를 만들어 소주 한 병의 무게를 견디게 만들었던 과제를 보여주면서 학생들에게 생생한 학과생활의 모습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신여고 2학년 최연수 학생은 “건축공학과에 가고 싶은데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라 막막했다”며 “전공 설명회를 통해 건축학과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도 자세히 알게 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빡빡한 학원 스케줄에 쫓기는 평일 저녁,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참석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발표자들의 말에 집중했다. 딸과 함께 참석한 학부모 최승구 씨는 “딸아이가 공대를 가고 싶어 하는데, 와서 들어보니 생각한 것보다 전망이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예스 회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기계공학과 류승완씨는 “전국 각지에서 전공설명회 요청이 계속 들어온다”며 “전공에 대해 막막해 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생들이 직접 겪고 느낀 점들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국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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