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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교토의정서 나올까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쟁점 분석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정점을 찍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엘니뇨의 파급력도 역대급으로 커졌다. 열대 태평양 지역이 극심한 가뭄과 홍수, 태풍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5년 뒤면 교토의정서가 만료된다. 교토의정서는 각 국가, 특히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강제하는 협약이다. 1997년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돼 2008년부터 시행됐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중간에 탈퇴하면서 현재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만을 통제하고 있지만, 모든 나라가 지구 온난화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협약이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COP17에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를 올해까지 만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교토의정서와 달리,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45%를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고, 155개 나라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안을 만들어 참여한다는 점에서 COP21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21차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 위 사진은 2012년 카타르도하에서 열린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현장이다.


2℃만 줄이면 되는 걸까

그 전에 살펴봐야 할 두 가지 쟁점이 있다. 먼저 기후변화에서 상징적인 수치인 ‘2℃’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 이상 높이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나왔던, 그리고 이번 COP21에 앞서 각 나라가 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감축안 역시 이 목표를 기준으로 세워졌다.

그런데 지난 11월 3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번에 제출된 온실가스 감축안대로라면 2100년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7℃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계획대로 열심히 노력해도 2℃ 상승 제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걸까.

2℃ 상승 제한은 이산화탄소 외에 다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정확히 산출하지 않은 채 세운 기준이다.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과불화탄소(PFCs), 수소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등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6대 온실가스에 속하는데, 특히 과불화탄소 와 수소불화탄소의 경우 대기 중 농도는 낮지만 온실효과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과불화탄소는 1990년대 이후 제대로 집계된 적이 없고, 그나마 산업계를 통해 보고된 배출량도실제 수치와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 마크 런트 교수는 수소불화탄소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된 온실가스 배출량과 실제로 대기에 존재하는 온실가스 농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논문을 올해 4월 ‘미국국립과학원회(PNAS)’에 발표했다. 각 나라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안인 국가자발적감축목표(INDC)에서 설정한 기준이 나라별로 제각각인 점도 정확한 목표를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INDC를 살펴보면 절반은 과거에 배출한 온실가스 ‘절대량’을 기준으로, 절반은 미래의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감축안을 제시했다. 심지어 인도나 중국은 GDP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인 ‘원단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GDP가 증가하면 배출량을 줄이지 않아도 원단위 수치는 감소할 수 있다.

한편 2℃ 상승 제한이 저개발국을 배려하지 않은 목표라는 비판도 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강대국보다 저개발국에 더 크고, 더 빠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개발국들은 지구의 기온이 1.5℃만 상승해도 자국에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마야 파스가르드 교수는 저개발국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후 조사가 부정확하다고 학술지 ‘국제환경변화’ 11월호에서 밝혔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지역의 기후변화를 다룬 논문의 제1저자가 아프리카 지역의 전문가인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콩고 공화국과 북한에 대한 논문은 72개인데, 그 가운데 이들 나라의 전문가가 연구에 참여한 논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파스가르드 교수는 논문에서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에 지식수준 차이가 너무 크다”며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만든 연구결과는 기후정책 수립에 있어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37% 감축 목표, 그 이면은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를 앞두고 2030년까지 BAU대비 37%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감축안을 내놨다. 우리나라와 함께 OECD 국가 중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 멕시코가 2030년까지 BAU대비 25%(조건부 40%) 감축을 제시한 것과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목표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정부합동 기후변화대응팀은 지난 6월 14.7%(1안), 19.2%(2안), 25.7%(3안), 31.3%(4안)를 감축하는 총 4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는 돌연 가장 높은 안보다도 감축량이 높은 37% 감축을 선언했다. 갑자기 환경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걸까. 내막을 보면 그렇지 않다.  37%중 11.3%포인트는 국제탄소시장을 통해 배출권거래로 충당하고, 나머지 25.7%포인트만 자체적인 감축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배출권 거래는 탄소발생량을 직접 줄이는 대신 배출권을 구입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제탄소시장에서 전체 감축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양을 충당한다는 데 회의적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제탄소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인데 그렇게 많은 양을 사오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탄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국제탄소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나 시범사업 중인 중국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이들과 연계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 전에 시작한 EU-ETS도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겪을 정도로, 거래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발도상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발생한 온실가스 저감 실적을 자국의 감축량으로 인정받는 청정개발체제(CDM)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교토의정서와 함께 2020년에 끝난다. 또 이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양도 일부로 제한돼 있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줄이겠다고 한 25.7%(3안과 동일)는 과거 2020년까지 감축하기로 했던 기존의 목표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우려되자 탄소시장을 통한 충당을 언급하며 ‘눈가림’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 원칙인 ‘후퇴금지 원칙(No Backsliding)’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지난 6월 기후정책 평가·분석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에서 기후변화대응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25.7% 중에서도 산업부문 감축량은 12%포인트로, 3안보다도 산업계의 부담이 줄었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수송·가정부문의 부담으로 넘어간다. 이는 전기요금 상승과 원자력발전소 증설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숫자 싸움을 멈추고, 실행에 옮길 때

앞으로 기후변화 대처에 중요한 두 가지는 녹색기술의 발전과 그것을 뒷받침할 자금이다. 지난 5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는 기술이 발전하면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로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894년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타임지에 “런던의 인구가 지금과 같이 증가하면 1940년 런던 거리에는 마차로 인해 말똥이 9피트(약 2.7m) 높이로 쌓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자동차의 등장으로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기술은 예상을 뒤엎는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에 앞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해결방안은 ‘에너지 절약’이다. 소비하는 에너지량 자체를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우리는 에너지 낭비가 구조화된 삶을 살고 있다”며 “독일은 감축목표의 50%를 일단 소비에서 줄이고, 그 다음에 재생에너지, 저탄소 기술을 통해 감축할예정”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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