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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슬픔'은 정말 뇌 안에 있을까




하키를 좋아하는 11살 소녀 ‘라일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시련이 닥친다.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시골동네를 두고 부모님을 따라 갑자기 머나먼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된 것. 가뜩이나 마음도 심란한데 이사 간 곳에선 모든 일이 꼬여만 간다. 마침 사춘기를 맞은 라일리는 시련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통제본부에는 기쁨, 슬픔, 버럭(분노), 까칠(역겨움), 소심(공포)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섯 명의 의인화된 감정 캐릭터가 살고 있다. 이들은 라일리의 말과 행동, 생각, 마음, 기억회상을 결정하는 조종간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한다. ‘기쁨’이 조종간을 잡으면 라일리의 유머감각이 튀어나온다. 반대로 ‘버럭’이 조종간을 잡으면 아빠에게 대들고, 집을 뛰쳐나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실제로 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다시 말해, 우리 뇌에도 독립적인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들이 따로 있을까.

Q. 다섯 감정, 뇌에는 없다

대다수 뇌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용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예전엔 뇌의 한 부위가 특정 인지기능을 담당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여러 부위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작용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이스터대의 리사 배럿 교수는 미국공영라디오(NPR)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들이 15년 동안 발표한 연구 1000편을 분석해본 결과, 단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공포 감정을 느낄 때 편도체가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기쁨이나 슬픔, 분노, 역겨움을 느낄 때도 편도체가 활발하게 반응한다. 김상희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그나마 이 다섯 감정은 활성화되는 뇌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편”이라며 “자랑스러움, 죄책감, 수치심, 질투, 연민 같은 정서는 훨씬 복잡해서 뇌영역과 관련성을 찾는 게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감정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분노는 기분이 나쁘고 각성이 큰 상태, 공포는 기분이 나쁘고 각성은 약한 상태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감정을 좀 더 단순한 체계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Q. ‘핵심기억’은 어떻게 생길까

라일리는 어릴 때 엄마 아빠와 얼음호수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은 라일리의 인격을 이루는 ‘핵심기억’으로, 황금빛 구슬에 담겨 본부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왜 어떤 기억은 다른 기억보다 중요한 걸까.

김 교수는 “사건 당시의 감정이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매우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느낄 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시냅스 연결이 강할수록 기억이 잘 떠오른다.

Q. 의사결정에 감정이 핵심 역할 할까

영화에선 감정 캐릭터들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실제는 조금 다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쌍두마차가 전전두엽을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뇌엔 자동으로 반응하고 빠르게 판단하며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감성 시스템’도 있지만, 인지적으로 반응하고 심사숙고해 판단하며 사려 깊게 결정하는 ‘이성 시스템’도 있다. 정 교수는 “영화 속 설정은 감성 시스템에만 좌우되는 감정적인 인간으로 우리를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감정은 현재 상황에서 내가 가장 효과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밝혔다. 부당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일어나는 ‘분노’는 부당함을 고치는 행동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라일리가 엄마 아빠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슬픔이라는 감정이 핵심적인 기능을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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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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