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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이게 맥주야? 커피야? 질소 커피의 인기 비결은?


질소 커피, 어떤 커피일지 예상이 가능한 이름이다. 이름처럼 질소를 주입한 커피다. 맥주에는 종종 질소를 주입해 크리미한(부드러운) 거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커피에 질소를 넣는 것은 최근에 처음 등장한 방법이다. 최근 이 질소 커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디야 커피의 질소 커피는 출시 20일만에 20만 잔이 판매됐으며, 올해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타벅스 역시 질소 커피를 판매하는 가맹점 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 식품계의 얼리어답터라 자부하는 기자가 질소 커피를 마셔보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맥주인 듯 맥주 아닌 맥주 같은 커피!

질소 커피에 대한 첫 감상은 한 마디로 “이게 맥주야? 커피야?”였다. 커피를 따르는 과정부터 맥주와 비슷했다.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기가 아니라 생맥주 기계처럼 생긴 기기를 이용했다(왼쪽 사진).

“드시기 전에 한번 보세요.” 신동휴 이디야커피 커피음료R&D팀장은 잔에 따른 커피를 탁상에 놓고 가만히 기다렸다(심지어 잔도 맥주 잔 같이 생겼다). 그러자 흑맥주 ‘기네스’에서나 볼 수 있던 ‘서징’ 현상이 나타났다. 서징은 유체의 유량변화에 따라 주기적인 진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지만, 맥주에서는 액체와 기체가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모래가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래에서 위로 일종의 띠가 연속적으로 생기면서 가장 윗부분에 조밀한 거품이 생긴다(왼쪽 사진). 심지어 맛이나 부드러운 목 넘김도 맥주와 비슷했다.

이왕 일탈하는 김에 좀 더 맥주와 비슷하게 탄산을 쓰는 건 어떨까. 질소 커피의 창시자인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의 네이트 암브러스트 프로덕트매니저는 2015년 8월, ‘화학, 공학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탄산으로 시도했지만, 곧 이것이 최악의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커피의 맛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는 “안정적인 질소(N2)는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풍성한 거품을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질소의 조밀한 거품, 부드러운 목 넘김!
거품과 함께 차가운 커피를 들이 마시자, 커피 향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조밀한 거품 덕분인지 쓴 커피도 술술넘어갔다. 다른 커피와 질소 커피의 가장 큰 차이는 거품에 있다.

맥주와 마찬가지로 커피의 거품 역시 질소가 잔에 부딪히면서 만들어진다. 신 팀장은 질소 거품을 만드는 스프레이 형태의 휴대용 기기의 입구를 보여주며 말했다. “휘핑 크림을 만드는 스프레이와 비교해 보면, 질소 거품을 만드는 스프레이의 입구가 훨씬 넓습니다. 입구가 넓어진 만큼 속도(유속)는 줄어들겠지만, 한번에 나오는 양(유량)은 늘어나죠. 질소 기체가 바닥에 닿는 면적을 넓혀, 거품의 양을 늘린 겁니다.”

그럼 이렇게 만들어진 거품은 크레마하고는 어떻게 다를까. 크레마는 일종의 크림이다. 원두는 물에 잘 녹는 용해성 물질과 기름과 같은 비용해성 물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원두 입자를 물과 함께 추출하면, 비용해성 물질이 산소를 만나며 분해돼 미세한 거품을 이룬 뒤, 마치 크림처럼 보이는 얇은 층을 만든다. 이것이 크레마다.

질소 거품은 원리부터 역할까지 모든 게 다르다.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물로 원두를 우려낸 콜드 브루에 인위적으로 질소를 주입해 생겨난다. 지용성 물질이 아니라, 향과 맛을 담당하는 용해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쓴 맛은 다운, 단 맛은 업!
질소 커피를 마시다 문득 평소에 마시던 커피 맛이 궁금해 일반 콜드 브루 커피에 손을 뻗었다. “어, 왜 이렇게 쓰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질소 커피만 마실 때는 몰랐는데, 다른 커피와 비교해보니 상대적으로 맛이 달았다. 신 팀장은 “질소 커피를 개발하게 된 계기도 단 맛에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의 신 맛을 선호하지 않는데, 콜드 브루에 질소를 넣어보니 특유의 쓴 맛과 신 맛이 줄어들고, 단 맛이 강하게 느껴져 본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커피의 온도가 내려가면 단 맛 이 줄어들게 된다(Cell. Mol. Life Sci. 64 (2007) 377 -381). 차가운 물로 원두를 내린 콜드 브루는 상대적으로 쓰고 신맛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질소 커피가 이런 콜드 브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아쉽게도 온도나 질소가 맛과 관련된 어떤 분자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암브러스트 프로덕트매니저는 “커피의 맛에는 원두, 로스팅, 온도 조절 등 모든 과정들이 관여해, 작은 변화도 맛과 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질소 역시 맛 분자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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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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