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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오빠랑, 홍대, 떡볶이, 맛집

친절한 우아씨의 똑똑한 데이트 ➍

친절한 우아씨의 똑똑한 데이트 ➍ 오빠랑, 홍대, 떡볶이, 맛집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더니, 정말 너무너무 잔인해! 먹어도 먹어도 끝 없이 배고파!” 소녀가 칭얼댑니다. 오늘 아침부터 한다던 다이어트는 저기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지 오랩니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응? 떡볶이 어때, 콜?” 소년이 입을 달싹여 한마디 내뱉기도 전에 소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초록색 검색창을 띄웁니다. 뭐, 어차피 소년의 대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쯤은 이제 소년도 압니다. “오빠랑, 홍대, 떡볶이, 맛집. 검색! 히히, ‘오빠랑’을 꼭 넣어야 광고가 아닌 진짜 블로그 후기가 나온다며?” 순간, 소년이 ‘풉’하고 비웃음을 날리네요. “누님,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빅데이터로 광고 글 거르는 맛집 검색 서비스

스마트폰을 휙 낚아챈 소년이 띄운 건 일반 포털 검색창이 아닌 맛집 전용 검색 서비스입니다. “요새는 광고에도 ‘오빠랑’이 들어간다는 거, 여태 몰라? ‘블로거지’들이 얼마나 지능적인데. 우리에겐 빅데이터라는 첨단 문명이 있단다. 트렌드 좀 따라오라구.”

소녀는 까불대는 소년을 보며 ‘꼬집기 신공을 보여줄까’라고 생각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바삐 움직이는 소년의 손가락을 얌전히 바라보네요. 사실 소녀는 광고성 블로그 글에 낚여 낭패를 본 경험이 몇 번 있거든요. 맛집 추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초록색 검색창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만큼은 맛집 정보가 블로그에 가장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광고를 걸러내는,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길 리 없습니다. 그나마 알아낸 게 ‘오빠랑’을 추가하는 거였는데….


“여기에 ‘서울 떡볶이 맛집’이라고 입력하면 검색엔진이 수많은 블로그에서 이 단어들을 추출해 줘. ‘텍스트마이닝’이란 기법이야.” “일반 포털 검색이랑 뭐가 달라?” “블로그계의 맛집을 귀신같이 알아내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미리 선별한 다음, 그 블로그 글에는 가중치를 주는 거야. 검색된 식당 밑에 글 달린 거 보이지?” 의심 많은 소녀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럼 이 사람들이 광고 블로거로 둔갑하면, 그땐 어떡해???”

빅데이터를 이용해 맞춤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서비스는 광고성 블로그를 걸러내는 데도 마찬가지 원리를 이용합니다. 댓글을 단 이용자와 블로그 주인과의 관계를 파악해 신뢰성 등을 수치화하는 거지요. 만약 수치가 떨어지면 가중치도 함께 낮아집니다. 과거에 썼던 글을 지웠다가 다시 쓰거나, ‘댓글부대’를 동원하는 것도 판별 기준이 되지요.


쫄깃한 밀떡볶이의 비밀은 글루텐!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밑지면 꿀밤 맞기를 전제로 소년은 소녀를 맛집 검색 랭킹 1위 떡볶이 집으로 이끕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음음, 여기 진짜 맛있다! 자기야, 이것도 먹어봐. 음~, 으흠~, 오홍홍홍홍.”

여기서 밝혀지네요. 소녀의 투덜거림과 꼼꼼함을 가장한 의심은 그저 뱃속 거지가 시킨 일이었다는 게.

“자기는 밀떡볶이가 좋아, 쌀떡볶이가 좋아?”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묻습니다. 며칠 전 라면을 끓이다가 계란노른자를 터뜨릴지 안 터뜨릴지를 두고 너는 음식을 아네 마네 하면서 한바탕 말다툼을 한 터라 소년은 고민합니다. 뭐라고 답해야 후폭풍이 없을까요.

“난 자기가 좋아.” 딩동댕~! 소녀가 함박 웃음을 터뜨립니다. “나는 쫄깃한 밀떡볶이가 좋아!”

어떤 떡볶이 집은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주머니가 묻죠. “쌀떡 줄까, 밀떡 줄까?” 두툼하고 손가락 한 마디 길이에 식감이 단단한 게 쌀떡볶이, 새끼손가락만한 굵기와 길이에 말랑말랑하고 더 쫄깃한 게 밀떡볶이입니다. 밀가루 속에 든 불용성 단백질인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물을 만나면 서로 끈적하게 결합하는데, 이를 ‘글루텐’이라고 합니다. 글루텐 분자는 사슬결합을 하면서 일종의 그물 구조를 형성합니다. 덕분에 양념이 빨리 스며들고 더 쫄깃하지요. 대신 수분이 흘러 들어가 금방 퉁퉁 불어 터져요.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어서 이런 구조가 생기지 않습니다.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더니 시상이 떠올… 흡!” 소녀가 소년의 입을 막았냐고요? 아니요~, 그 반대예요! 기분 좋을 때 시 쓰는 걸 그새 따라 배웠네요.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둘은 오늘도 한층 더 닮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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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일러스트

    허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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