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달리기 명수 타조공룡

타조공룡(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의 역사는 백악기 전기인 약 1억25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층에서 발견된 펠레카니미무스(스페인)나 셴조우사우루스(중국)가 타조공룡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종이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발견된 하르피미무스는 조금 더 역사가 짧은데, 위 두 공룡과 거의 비슷하게 원시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타조공룡의 초기 종들이다. 이후 타조공룡은 중국(시노오르니토미무스, 아르카이오르니토미무스)과 몽골(가루디미무스, 갈리미무스, 안세리미무스, 데이노케이루스)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백악기 후기 말이 되면 북아메리카에도 건너갔다(오르니토미무스와 스트루티오미무스). 그리고 백악기 말에 다른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
 
원시형 타조공룡 하르피미무스, 중간형 타조공룡 가루디미무스, 진화형 타조공룡 갈리미무스

풀 뜯는 왕년의 육식공룡

타조공룡은 무척 빨리 달릴 수 있는 공룡이었다. 이미 원시적인 단계에서 육상선수 같은 몸을 갖고 있었다. 타조처럼 생긴, 길고 가는 발과 가벼운 몸이 대표적인 증거였다. 연구에 따르면 시속 60km로 달릴 수 있어서, 공룡 가운데 가장 재빨랐다. 타조공룡의 진화는, 주행성(달리는 성질)의 진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증거를 몽골의 타조공룡에서 볼 수 있다. 몽골에서는 원시적인 것(하르피미무스), 중간형(가루디미무스), 진화형(갈리미무스나 안세리미무스)의 거의 완전한 타조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이들을 달리는 능력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자. 가장 큰 차이는 중족골(발바닥과 발등을 이루는 뼈, 공룡의 경우 발가락 위의 긴 발목같이 생긴 부분)과 꼬리의 구조에 있다. 타조공룡은 기본적으로 3개의 긴 중족골을 갖고 있다. 그 중 한가운데 뼈를 제3중족골이라고 부른다. 원시적인 타조공룡류(하르피미무스와 가루디미무스)의 제3중족골은 앞에서 봤을 때 위에서 아래까지가 모두 보인다. 하지만 진화형(갈리미무스)은 제3중족골의 윗부분이 양 옆의 뼈(제2, 제4중족골)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구조는 마치 용수철과 같은 역할을 해서, 빠르게 달릴 때 다리에 걸리는 충격을 줄여 준다. 또 진화형은 중족골이 더 길다. 이는 달리는 속도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꼬리뼈 역시 진화형은 꼬리뼈 관절 하나하나를 움직이기 어렵게 변해, 꼬리 전체가 마치 하나의 봉처럼 됐다. 이 역시 달릴 때 훨씬 안정감을 주는 구조다.


타조공룡의 또다른 특성은 식물을 먹도록 적응했다는 점이다. 원시형인 하르피미무스는 손을 벌리면 손가락이 오무려지고, 손을 쥐면 손가락이 펼쳐지는 특성이 있다. 손을 쥘 때 손가락이 펼쳐지는 것은 고양이의 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인데, 먹잇감을 덮칠 때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에 유리하다. 즉 타조공룡은 초기에 육식성이었다. 하지만 진화형 타조공룡에 이르면 손의 특성이 반대로 변한다. 손을 펼치면 손가락도 펼쳐지고 손을 쥐면 손가락도 한 데 모이는 것이다. 우리 인류의 손이 여기에 가깝다(‘가위바위보’의 바위와 보를 떠올려 보라). 이런 구조는 무언가를 긁어 모으는 데 적합하다. 진화형 타조공룡을 현생 동물을 통해 추정해 보면 잡식 또는 초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중국에서 발견된 타조공룡인 시노오르니토미무스 화석에서는 위석이 발견됐는데, 이 위석이 초식성 새(조류)의 위석과 비슷했다. 이 역시 이 공룡이 초식성이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뼈의 구조를 통해 추정해 보면, 타조공룡은 사나운 동물이 절대 아니었다. 혹시 타조공룡은 육식공룡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그렇게 빨리 달리게 됐는지 모른다.
 
성체 오르니토미무스(크고 날개를 지닌 공룡)와 어린 오르니토미무스의 복원도. 어린 개체엔 깃털이 없다.

[성체 오르니토미무스(크고 날개를 지닌 공룡)와 어린 오르니토미무스의 복원도. 어린 개체엔 깃털이 없다.]

타조공룡은 새의 꿈을 꿨을까

최근 많은 공룡에 깃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조류가 어떻게 해서 깃털을 갖게 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타조공룡은 이 문제에도 빛을 주고 있다. 필자와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팀이 2012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캐나다 앨버타주 남부 호스슈캐년층과 다이노소파크층(모두 백악기 후기 캄파니아기로 약 7000만 년 전 무렵의 지층이다)에서 깃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르니토미무스 세 개체가 발견됐다. 이들은 새끼부터 성체까지 단계적인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먼저 두 개체는 미라처럼 몸 주변에 깃털의 흔적이 선명히 보존돼 있다. 각각 키가 1.5m와 3.4m였으며, 나이는 작은 개체가 1세 미만, 큰 개체가 성장기를 막 지난 5세로 추정된다. 세 번째 개체는 좀더 큰데, 역시 팔에 깃털 흔적이 있다. 이 개체는 몸 길이 3.6m에 나이는 10세로 성체였다(오른쪽 페이지 사진).

이들은 북미 지역에서 발견된 첫 번째 깃털공룡이 었다. 북미대륙은 ‘공룡의 왕국’으로 불리지만, 유독 깃털공룡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이전까지 깃털공룡 화석은 독일, 중국, 몽골에서만 발견됐으며, 대부분은 중국 랴오닝성 한 군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랴오닝성에서 발견된 화석을 통해 깃털은 수각류 공룡의 진화에서 상당히 초기 단계에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깃털의 줄기 부분(깃자루)을 지닌 깃뿌리와 날개가 수각류 중에서도 좀더 진화된 단계의 공룡, 즉 오비랍토로사우루스류,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 트로오돈류 등 조류에 가까운 마니랍토르류에게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원시적인 오르니토미무스에게도 깃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날개의 기원이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현재 타조공룡은 날개를 지닌 가장 원시적인 공룡이 됐다.
 
➊ 성체 오르니토미무스의 온전한 화석. ➋ 이 화석 중 다리뼈(척골)를 확대한 모습이다. ‘유두공기’라고 불리는, 깃자루가 있는 깃털 흔적
 
[➊ 성체 오르니토미무스의 온전한 화석. ➋ 이 화석 중 다리뼈(척골)를 확대한 모습이다. ‘유두공기’라고 불리는, 깃자루가 있는 깃털 흔적(➌)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성체 오르니토미무스가 팔에 현생 조류와 비슷한 깃털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늘날의 조류는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1~2주 사이) 날개를 갖는다. 타조 등 날지 못하는 새들도 예외가 없어서,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멋진 날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번 발견으로, 조류가 아닌(비조류) 공룡은 태어나서 적어도 1년 동안은 팔이 털 같은 깃털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다 몸이 1.5m를 넘는 1세 이상 뒤에야 점차 깃자루를 지닌 (진짜) 깃털이 난 날개가 생겨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비조류형 공룡은 현대의 조류와는 날개의 형성 과정이 달랐던 것이다.

날개의 기원은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번식 행동(개체 식별을 위한 표현이나 알을 품는 행위)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제까지도 날개의 기원을 놓고 가설이 많았다. 하늘을 날거나 활공을 하기 위해서라거나, 사냥할 때 먹잇감을 포획하는 도구라거나, 달릴 때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거나, 번식 행동이라는 네 가지 설이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오르니토미무스는 진화 과정상 하늘을 나는 것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비상이나 활공이 날개의 목적일 수는 없었다. 또 오르니토미무스는 새끼 때부터 달리기를 잘 했는데, 어린 몸에 날개가 없었으므로 달릴 때 몸의 균형을 맞췄다는 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타조공룡 연구는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이다. 최근 한국 연구진(이융남 지질박물관장팀)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단이 데이노케이루스의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었다(다음 장 참조). 데이노케이루스도 타조공룡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타조공룡이 등장할까.

‘헤비급’ 잡식 타조공룡은 달리지 못했다

작년, 또 하나의 타조공룡 연구 결과가 화제였다. 특이하게도 날렵함과 거리가 먼, 둔하고 육중한 타조공룡이다. 2014년 10월,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이 이끄는 한국, 미국, 일본, 몽골 공동연구팀이 타조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체 골격 화석을 거의 완벽히 복원하고 그 생태까지 밝혀낸 연구 결과가 실렸다. 네이처에 한국 학자의 고생물학 논문이 실린 것은 처음이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폴란드와 몽골 발굴팀이 고비사막 남부에서 처음 발견한 공룡이다. 길이 2.4m의 거대한 양쪽 앞다리만 발견돼 ‘무서운 손’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다. 학자들은 거대한 앞다리를 근거로, 이 공룡이 티라노사우루스와 맞먹는 덩치에 포악하고 흉포한 육식공룡이라고 추측해 왔다. 하지만 전체 골격이 발견되지 않아 궁금증을 더해왔다.

이 관장이 이끄는 국제공룡탐사팀은 2006년과 2009년, 몽골에서 각각 데이노케이루스의 화석을 찾았다. 하나는 성체였고, 다른 하나는 크기가 성체의 74%인 어린 개체였다. 먼저 데이노케이루스임을 확인한 것은 부긴자프에서 찾은 2009년 화석이었다. 도굴꾼이 일부 도굴을 한 상태라, 목뼈 위는 화석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공룡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뼈가 없다니, 크게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 화석에는 발가락과 다리 뼈, 등 척추 등이 없었는데, 모두 도굴꾼이 선호하는 부위였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연구팀은 처음에 이 화석의 주인공이 몽골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육식 수각류 공룡인 타르보사우르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다음날 이어진 발굴에서 연구팀은 큼직한 앞발을 찾았고, 화석의 주인공이 데이노케이루스임을 알았다. 또, 이미 2006년 발굴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화석도 데이노케이루스임을 알게 됐다.

연구팀은 두 골격을 바탕으로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체 골격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마치 퍼즐과 비슷했다. 큰 화석에 없는 부위를 작은 화석을 통해 추정하고, 1965년 찾은 앞발 화석도 이용했다. 하지만 두개골만은 끝까지 의문이었다. 2011년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나타났다. 벨기에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벨기에의 한 수집가가 공룡의 머리뼈로 보이는 화석을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도굴된 화석 같다는 이야기였다. 이 관장이 직접 가서 보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수집가에게 기증 형식으로 반환을 요청했고, 2014년 초 드디어 몽골로 화석이 돌아왔다. 이 뼈가 도굴된 데이노케이루스의 뼈라는 사실은 금세 증명됐다. 반환된 뼈에는 두개골 외에 발가락 뼈도 있었는데, 이 관장팀이 현장에서 발굴한 발가락 뼈의 다른 마디와 정확히 일치했다.

복원하고 보니, 발톱이 납작하고 뭉툭했다. 수각류 공룡에서는 처음 발견된 상당히 특이한 형태였다. 일단 육식공룡의 발톱은 아니었다. 먹이를 쥐거나 뜯기에는 부적합했다. 연구팀은 긴 앞발과 함께 물가의 키 낮은 식물들을 모아 먹기 위해 이런 구조를 발달시켰을 것으로 봤다. 두개골은 이 공룡이 육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확실히 보여줬다. 먼저 입이 마치 앵무새의 부리처럼 약간 아래로 굽었다. 이빨도 없었다. 위에서는 1400개에 달하는 위석까지 나왔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데이노케이루스가 초식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데이노케이루스는 잡식성임이 드러났다. 위에서 소화되다 만 먹이가 발견됐는데, 물고기의 잔해였다. 수각류 가운데 잡식성으로 밝혀진 공룡은 대단히 드문데, 이 관장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타조공룡 중 상당수가 잡식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몽골 남부에서 발굴 중인 모습.

앵무새 부리 모양의 긴 입으로 먹이를 빨아들여 먹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공룡의 생활을 복원해 보면 이렇다. 먼저 큰 앞발과 낫 같은 발톱으로 물가의 풀을 모으거나 캔다. 이 때 뭉툭한 발톱 끝은 무른 물가의 땅을 밟을 때 발이 푹푹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 뒤 앵무새 부리 같이 아래로 굽은 긴 입을 가져가 풀을 먹는다. 이 때는 마치 빨대를 이용하듯이 입을 가늘게 오므려 먹는다. 데이노케이루스는 턱근육이 발달하지 못했고 따라서 잘 씹지 못했을 것이다. 이빨도 없다.
대신 아래턱이 큼직했는데, 이것은 혀가 잘 발달했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먹이를 빨아들여서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몸집은 어땠을까. 몸 길이 11m에 몸무게 6.4t의 거구였다. 등에는 마치 부채나 돛을 인 것처럼 크고 긴 구조가 있었다. 이 구조는 두 뒷다리로 걷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마치 추처럼 작용해 무게중심을 잡도록 도와줬다. 골반도 뒤로 기울어졌고, 발이 컸다. 이런 특징을 보면 이 공룡이 다른 날렵한 타조공룡과 달리 느리게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목은 S자로 구부러져 마치 타조 등의 새와 비슷했다.

이 공룡에게 이름을 선사해 준 거대한 앞발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 관장은 “타조공룡들은 원래 앞발이 크다”며 “특별히 데이노케이루스가 더 크고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견 초기에는 이 공룡이 육식이라고 생각해 거대한 앞발을 위협적으로 봤는데, 이제 와 보니 다른 공룡보다 좀더 컸을 뿐, 타조공룡의 일반적인 특성이었던 것이다.

데이노케이루스의 거대한 앞발(왼쪽)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이번에 전체 몸 구조가 밝혀지며 몸에 비해 특별히 큰 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는 복원한 모습. 육중하기에 다른 타조공룡과 달리 빨리 달리지 못했다.
[데이노케이루스의 거대한 앞발(왼쪽)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이번에 전체 몸 구조가 밝혀지며 몸에 비해 특별히 큰 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는 복원한 모습. 육중하기에 다른 타조공룡과 달리 빨리 달리지 못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번역 윤신영 | 글 고바야시 요시쓰구(小林快次)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 윤신영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지구과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