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잠도 잘 오지 않고 머리도 무거워진다. 그런가 하면 음식광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먹을 것을 일체 거부하기도 한다.
청소년기란 소아기에서 성인기로 나아가는 중간단계인데 내적 또는 외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시기다. 대개 남자의 경우 사춘기는 소변내에서 정충이 발견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월경이 시작되는 시기로 잡고 있다. 이때는 성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증가된다. 따라서 남자는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나고, 근육이 발달된다. 여자는 지방조직이 축적돼 부드러운 몸매를 갖게 되고, 가슴이 커진다. 이러한 사춘기의 변화에 대해 남자들은 은근히 자랑스러움을, 여자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적응하게 된다.
자랑스럽고, 부끄럽고
청소년기가 되면, 정신적으로도 급격한 발달이 이루어진다. 첫째 자신의 미래에 대해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둘째 일방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셋째 대인관계의 폭도 넓어진다. 부모와의 관계보다 친구 또는 선배들과의 관계, 이성관계가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서 정치·사회적인 현상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떠한 직업을 택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선택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따라서 '입시'는 그들에게 중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고조된다. 청소년들이 갖는 내적 또는 외적 스트레스는 신체적인 증상으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데, 이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두통
두통은 긴장된 상태에 있을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 중의 하나다. 대개 머리에 둔한 통증을 느끼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머리의 어느 부위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나, 주로 목부근이 뻐근하게 느껴진다. 자세히 물어보면 머리 뒤쪽의 목근육이 긴장돼 통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장성 두통'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긴장과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치료를 받는 게 좋다.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에는 항(抗)우울제를 소량 복용할 수 있고, 근육이완제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같은 치료법에 의해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구토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뇌컴퓨터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불면증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의 불면증은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된다. 예컨대 잠을 청하기가 어렵다. 수면중에 자주 깬다. 새벽에 일찍 깨어 괴롭다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먼저 일상생활의 활동량과 자신에게 적절한 수면량을 고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각성-수면주기를 형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하면 낮잠을 피해야 하며,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음식물에 의한 수면방해 효과는 길 때는 6~7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으니, 되도록 오후에는 안 마시는 것이 잠을 잘 자는 비결이다.
정규적인 가벼운 운동도 수면에 도움이 되나, 자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누워서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일도 수면에 장애가 된다. 불면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는 눈을 가만히 감고 있는 것이 제일 좋다. 대부분의 불면증은 이러한 일반적인 요법으로도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면제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수면에 도움을 주는 좋은 약물이 과거보다는 많이 개발돼 있으나, 어느 약물이나 습관성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면제는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과잉호흡
스트레스가 쌓이면 호흡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과잉호흡이란 불안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과(過)호흡을 하는 증상을 말한다. 과잉호흡을 하면 어지러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또 손발이 마비되는 듯 저리게 되며 차츰 호흡이 곤란해진다. 심한 경우에는 뇌파에 이상소견이 나타나며, 경련발작이 일어나고 의식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은 뇌염 뇌종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있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감별진단을 요한다. 2분 정도 과호흡을 시켜보면 과잉호흡 증세가 있는지 없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앞에서 열거한 증상들이 금방 재현되기 때문이다.
치료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비닐봉지 등으로 자신의 호흡을 다시 반복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는 불안의 원인을 밝혀내 이를 깨닫도록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소화성 궤양(위궤양)
위궤양은 위장관계통에 올 수 있는 스트레스성 질환중 가장 흔한 병에 속한다. 특히 젊은 남자에게 잘 발생한다.
위장계통은 감정의 변화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불안·분노의 감정에 빠지면 위의 운동이 빨라지고 위액이 과다 분비되며 혈류량이 증가된다. 우울이나 슬픔의 감정이 있을 때에는 이러한 운동이 저하된다. 불안이 동반되는 심한 생활의 위협, 내적인 억압으로 갈등과 긴장이 반복되는 상태, 중요한 인물에 대한 의존심이나 사랑의 좌절, 자신감의 상실 등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위궤양의 주요 유발요인이 된다.
임상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신경성 위궤양은 상복부의 불쾌감과 통증을 가져 온다. 마치 위를 칼로 찌르는 것과 같은 심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특히 속이 비어 있으면 증상이 악화되므로 새벽에 속이 쓰려서 깨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속이 빈 상태일 때 위에서 분비되는 산성분비액에 의해 위벽이 자극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을 섭취하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통증이 쉽게 없어진다. 이 점은 신경성위궤양의 주요한 특징으로, 진단을 할 때 유효하게 쓰인다.
신경성 위궤양이 생기면 먼저 내과의사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음식 약물 등을 활용하는 내과적인 치료가 우선적이라는 얘기다. 대개의 경우 내과적인 처치에 의해 임상적인 증상은 호전된다. 하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때때로 위벽이 뚫어지거나 위벽에서 과다한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 위문이 협착될 수도 있다. 이런 때에는 외과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내과적 또는 외과적인 치료를 받아 일단 치료가 된 후에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스트레스의 요인이 무엇인가, 갈등과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혀내고, 환자의 인격구조 전체를 변화시켜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
이 질환도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같은 가족내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병의 유발요인으로는 대개 다음과 같은 스트레스들이 꼽히고 있다. 예컨대 중요한 사람들과의 사별·이별·배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벅찬 부담, 실망감 등이 궤양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병의 주된 증상은 하복부의 통증, 불편감, 반복되는 설사 등이다. 이 병 역시 내과적인 치료가 우선돼야 하는데 충분히 내과적인 치료를 받은 후에는 정신과적인 치료도 함께 받아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비만증
비만증이란 지방질의 과다한 축적을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의 20%가 초과될 때를 비만증이라 정의하고 있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먹는 일에 매달리는 청소년이 많다. 흔히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이는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뒤, 갑작스럽게 강박적으로 먹는 일에 매달려 체중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반응성 비만증'이라고 부른다.
비만증은 아주 어린 나이에서도 생길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를 과잉보호하거나 덮어놓고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 사랑의 표시를 먹을 것으로 하면 비만아가 되기 십상이다. 반대로 부모-자녀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을 때에도 비만 적신호가 켜진다. 음식을 통해 갈등을 보상하거나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은 비만증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성인의 비만증은 단순히 지방세포가 커지기 때문에 나타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의 비만증은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커진다. 따라서 일단 비만아가 되면,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성인에 비해 훨씬 어렵다.
치료는 쉬운 듯 하면서도 까다롭다. 무엇보다 저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또 운동량을 늘려서 칼로리의 섭취(input)와 사용(output)간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심리적인 갈등을 음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대신 또래집단이나 선배들과의 적절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유도돼야 한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관심이 많고, 예민한 반응을 하는 시기다.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할 정도의 비만증은 그 당사자에게 큰 타격을 준다.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며, 대인관계를 회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2차적으로는 만성적인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요컨대 비만증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신경성 식욕부전증
비만증과는 반대로 계속해서 음식섭취를 거부함으로써 나타나는 증세다. 이 질환 역시 자신의 외관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소년기에 흔히 발병한다. 이 병에 걸리면 체중이 크게 감소되는데 통상적으로 건강할 때의 몸무게에서 15% 이상 준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를 '신경성 식욕부전증'이라 칭하는 것이다.
이같은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들(특히 여학생들)은 처음에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점차 심각한 상태로 발전되는 것이다. 몸이 무척 말라서, 보기 흉한 상태가 되어도 자신은 아직도 비대하다고 느낀다. 살을 더 빼야 된다고 생각하고 먹을 것을 계속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몸이 뚱뚱해질 것에 대한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음식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진다. 먹지는 않으면서 과자 사탕 등을 모아서 책상서랍에 넣어두기도 한다. 요리에도 관심을 보인다. 열심히 요리책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정성껏 요리를 장만해 부모에게 드리기도 한다.
이 증세가 오래되면 지속적으로 필요한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대사 장애가 올 수 있다. 여학생들인 경우에는 월경이 없어지기도 한다. 발병이 되기 전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잘 처리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학생이었던 경우가 많다. 대개 스트레스 또는 친구들로부터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은 뒤 이러한 행동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결국 강제로 음식을 섭취하게 하는 방법이 최선의 치료책이다. 또 빠른 시간내에 정상적인 몸무게로 복귀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환자와의 약속을 통해 몸무게가 매일 일정량 이상 증가되면 (대개 5백 g 정도),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행동요법도 효과적이었다. 이 증세를 방치하는 경우, 환자의 5~20%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음식거부를 보이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약물 남용
청소년기는 특히 약물남용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시기다. 그들은 모든 일에 호기심이 많고, 탐험심이 증대되므로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경험을 추구한다.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 결과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집단으로 약물남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잠오지 않는 약을 복용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 약들은 모두 중추신경흥분제이기 때문에 습관성이 되기 쉽고 중독의 위험이 따른다.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항(抗)불안약물도 대부분 습관성이고 중독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극히 주의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크게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히로뽕도 중추신경흥분제다. 이 마약을 복용하면 두통 발열감 안면창백 혈압상승 부정맥 오심 구토 전신경련 발작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안절부절, 불안감, 난폭한 행동, 환각, 피해망상, 섬망, 의식의 혼탁 등 정신적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급기야는 자살 또는 살인에 이르는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모들은 항상 자녀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설마 내 자식이…'는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행동이 이상해지거나 감정의 불안정이 관찰되면, 약물사용 여부에 대해 주의를 해야 한다. 함께 다니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험기간동안, 부모 몰래 혼자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물론 청소년은 지나치게 간섭하면 심하게 반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관심은 더 큰 문제다.
청소년들은 행동을 앞세우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부모 형제 선배 교사 등에 의한 주변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행동하기전에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이 청소년기에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경성 질환이다. 이밖에도,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비뇨·생식기계통의 질병 술중독증 수면과다 편두통 기관지천식 등이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신체적인 질환은 아니다.
요컨대 청소년기는 자신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에게도 지내기 어려운 기간인것 만큼은 틀림없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특징을 잘 알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